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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조민' 동기들 분노한다는데…부산대 의전원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5일 오후 딸의 국시 합격 축하글을 다음날 오전 비공개 처리했다. [조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5일 오후 딸의 국시 합격 축하글을 다음날 오전 비공개 처리했다. [조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환자 진료 가능해진 조국 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30)씨가 의사국가고시에 최종 합격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씨에게 의사 면허를 발급한다. 조씨는 대학병원 인턴으로 환자를 진료하거나 의원을 개업할 수 있게 된다. 조씨가 의사로 일하는 도중 어머니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가 확정될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17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의대 또는 의전원 졸업이 의사 면허의 자격 요건인 만큼 조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이 취소되면 의사 면허도 취소될 수 있다고 본다. 의료법 5조가 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이나 의전원을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한 자만 면허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의사국시 합격 후 의전원 졸업이 취소돼 면허를 박탈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판결문엔 "조민과 공모하여" 7번

지난해 12월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 교수의 1심 판결문에서 조씨는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입시 비리 혐의에 공범으로 기재됐다. 판결문에 인정된 범죄사실에는 조씨가 정 교수와 공모했다는 표현이 일곱 차례 등장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뉴스1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뉴스1

"의료법엔 부정 응시는 합격 무효"

의료법 10조는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시험 등에 응시한 자는 합격을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윤형덕 변호사(법무법인 율성)는 “의료법 제5조에 따라 의전원 학위가 있어야만 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부여된다"며 "사문서위조로 의전원 입학이 취소되면 학위는 무효 또는 취소된다. 이는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의료법 10조에 따라 의사국시 합격도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의전원 졸업이 취소되면 의료법 5조에 따라 의사 면허를 발급하는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의료인으로서 진료가 불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정 교수에 대한 판결 자체는 의미가 없고, 부산대 의전원이 조씨의 입학을 취소했을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 의전원 신입생 모집 요강의 지원자 유의사항에는 “부정 입학 사실이 발견되면 입학을 취소하고, 졸업 후라도 학적 말소 조치한다”고 돼 있다.

부산대 의전원에 달렸다

1심은 “부산대 의전원 예비 심사에서 (허위) 표창장 제출이 확인됐다면 탈락했을 것”이라고 했지만, 부산대 의전원은 판결 이후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면 학칙과 모집 요강에 근거해 심의기구를 열어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심인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면 이를 근거로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선 정 교수의 혐의가 확정되기까지 앞으로 1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본다.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별관. 연합뉴스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별관. 연합뉴스

 공무원의 경우 유사한 판례가 상당수 있다. 대법원은 공무원 임용 시 결격사유가 나중에 드러난다면 그 임용 자체가 ‘당연무효’가 된다고 보고 있다. 당연무효는 소송을 통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무효인 경우를 뜻한다. 2008년엔 16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임용 당시 한글 타자 자격증을 위조한 것으로 확인돼 결격 사유로 임용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의사회장 "조민 동기들이 가장 분노" 

조씨의 의사국시 합격과 관련해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사 가운을 찢어버리고 싶다”고 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씨의 합격에 가장 분노하고 있는 건 함께 시험을 본 조씨 동기들”이라며 “부산대 의전원장과 고려대 총장이 지식인으로서 눈치 보지 않고 결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여부는 교육부와 대학 총장이 판단하는 것으로 돼 있다. 복지부는 해당 건에 대해서 어떠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며 “만약 의전원 입학이 취소된다면 졸업이 무효가 되고 의사면허도 당연히 무효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조씨에 대해 입학취소 처분을 하지 않은 부산대 총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18일 대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진호‧황수연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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