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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불만 폭발 직전"...지지율 위험수위 목전에 선 日 스가

중앙일보

입력

'30% 이하'
일본 정치전문가들이 '내각 존립의 위험 수위'라고 말하는 지지율이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지지율이 초반 60~70%대에서 4개월 만에 33%까지 떨어졌다. 자민당 내에서는 "이제 스가로는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마이니치 조사서 내각 지지율 33%로 급락 #코로나 긴급사태 발령에 71% "늦었다" 평가 #"스가로는 안된다" 자민당 내 불안감 확산 #고노 행정개혁상, 올림픽 취소 가능성 언급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 선포 지역 확대를 발표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 선포 지역 확대를 발표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16일 마이니치 신문이 사회조사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가 내각 지지율은 33%로 나타나 지난달 조사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취임 직후인 작년 9월 같은 기관 조사(64%)와 비교하면 31%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로 직전 조사보다 8%포인트 올랐다. '불(不)지지'가 '지지'를 24%포인트 앞선 것이다.

앞서 지지통신이 지난 8~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스가 내각 지지율은 34.2%로 지난달 조사와 비교해 8.9%포인트 내려갔다.

코로나19 대응에 우왕좌왕…"정부 믿을 수 없다"

지지율 급락의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에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모두 코로나19다. 지금 국민의 짜증과 불만이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일본 도쿄지하철 직원이 '긴급사태 선언 발령중'이란 안내판을 들고 시민들에게 이른 귀가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 일본 도쿄지하철 직원이 '긴급사태 선언 발령중'이란 안내판을 들고 시민들에게 이른 귀가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총리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속에서도 여행 지원정책인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을 고집스럽게 밀고 가다 여론의 80%가 반대하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중단했다. 현재 수도권 등 11개 도시에 내려진 '긴급사태 선언'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끝까지 미루다가 지자체장들의 아우성이 거세지자 뒤늦게 발령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 71%의 응답자는 "늦었다"고 평가했다.

무미건조한 답변, 거듭되는 말실수 등 스가 총리의 '소통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스가 총리는 지난 13일 긴급사태 발령 지역 확대를 발표하면서 '후쿠오카(福岡)'를 '시즈오카(靜岡)'로 잘못 읽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자민당의 한 의원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총리의 기운 없음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백신-올림픽'으로 지지율 반등 노려

올해 7월 도쿄 도의회선거, 10월 중의원 임기 만료 등 선거를 줄줄이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민당 내에서는 '스가로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중의원 선거 전에 새로운 총재로 바꾸지 않으면 자민당 의석수가 크게 줄 것"이란 불안감이다.

지난 달 1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서 시민들이 올림픽 마크 구조물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달 1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서 시민들이 올림픽 마크 구조물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2월 말 시작하는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그때까지 최대한 감염자 수를 줄이고 백신 접종을 순조롭게 진행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준비로 돌입할 수 있다면 지지율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올림픽 회의론은 확산 중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들을 인용해 "코로나19 감염 확대의 영향으로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희망이 옅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일본의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도 1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지만, 이것(올림픽)은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고 말해, 일본 각료 중 처음으로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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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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