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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IFC몰 40대 투신…가운데 뚫린 고층 건물 안전장치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0대 남성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목숨을 잃었다.

17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4시 18분쯤 40대 A씨가 IFC몰 건물 안 지하 1층에서 지하 3층으로 투신했다. 당시 쇼핑을 하러 온 일부 시민이 상황을 목격했다고 한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 등을 파악하고 있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IFC몰의 구조는 쇼핑몰 층마다 난간이 있고 가운데가 뻥 뚫린 실내 고층 구조다. 천장이 트여 실내 공간이 더 넓어 보인다. IFC 몰 뿐만 아니라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몰 등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건물이 실내 건축의 미관상 이유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갖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여의도 IFC몰. [중앙포토]

여의도 IFC몰. [중앙포토]

"난간 넘기 힘들 정도로 높여야"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인 난간은 120cm 이상, 위험성이 적은 장소는 90cm 이상을 적용한다. 최소 120cm 기준을 적용하고 성장하는 국민 신체 치수를 반영해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고층 계단을 올라가는 틈에서도 비슷한 사고들이 발생해 그물망을 설치한 곳이 있다"며 "난간을 쉽게 뛰어넘기 힘들 정도로 높이거나 그물망이 있었다면 적어도 그 장소에서의 극단적 선택은 막았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고 법적으로 명확한 설치 의무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는 안전 담당자가 경각심을 갖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에 있는 베슬 건물 [허드슨 야드 홈페이지]

미국 뉴욕에 있는 베슬 건물 [허드슨 야드 홈페이지]

해외에서도 미관과 안전 두고 논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고층 건물 실내에서의 극단적 선택이 이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건축물이자 관광명소인 베슬(The Vessel)에서 20대 남성이 투신했다. 최근 1년간 베슬에서 세 번의 투신 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뉴욕과 허드슨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관광명소로 꼽히지만, 사고가 이어지자 건물의 미관과 안전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 건물이 속한 지역사회 위원회는 NYT에 "난간의 높이를 높이는 것이 극단적 선택의 시도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회는 난간을 높이는 방안을 지난해부터 제시했다고 한다. 베슬 개발사 관계자는 "당분간 베슬을 폐쇄할 예정이고 정신과 전문의 등을 포함해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우울감 등을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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