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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웹툰작가 "싱크로율 1등은 연근괴물, 정재헌은 원작 넘어섰죠"

중앙일보

입력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속 '눈깔괴물'. 비대한 머리에 눈이 여러 개 달렸다. 동명 원작 웹툰의 괴물 캐릭터를 실감나는 영상으로 살려냈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속 '눈깔괴물'. 비대한 머리에 눈이 여러 개 달렸다. 동명 원작 웹툰의 괴물 캐릭터를 실감나는 영상으로 살려냈다. [사진 넷플릭스]

“국내에서 이런 괴물 소재의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지난달 처음 공개돼 한국을 비롯해 대만‧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 등 해외 13개국 넷플릭스 차트 1위를 휩쓴 드라마 ‘스위트홈’의 원작 웹툰 작가 김칸비(39, 본명 김민태)씨의 말이다. 웹툰도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돼 해외 9개 언어판이 출시되면서 전세계 누적 조회수 12억건을 기록한 바다.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자동차 사고로 가족을 잃고 혼자 이사한 아파트에서 갑작스레 창궐한 괴물들에 맞서게 되는 여정을 이웃 주민들의 사연과 버무려냈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원작 웹툰 작가 김칸비?황영찬 #“이런 괴물소재 드라마로 만들줄야 #표현 난해할 거란 걱정 기우였죠“

드라마 나오고 해외팬 팔로 늘었죠

웹툰 『스위트홈』. 지난해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완결하고 위즈덤하우스에서 단행본이 출간됐다. [사진 위즈덤하우스]

웹툰 『스위트홈』. 지난해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완결하고 위즈덤하우스에서 단행본이 출간됐다. [사진 위즈덤하우스]

스토리 작가인 김씨와 황영찬(38) 그림작가가 사이코패스 살인마 아버지를 둔 고등학생을 그린 웹툰 『후레자식』(이번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이 웹툰을 보는 장면에 깜짝 등장한다)에 이어 두 번째로 뭉쳤다. 넷플릭스 드라마 출시 후 로튼토마토‧IMDB 등 해외 영화 사이트엔 해외 웹툰 팬들의 반응도 적지 않다.
“지인들에게서 축하 연락이 오고 인스타그램 외국분들 팔로가 늘었다”(김칸비)  ”드라마 흥행이 항상 다른 세계 이야기 같았는데, (현실이 돼) 기뻤다”(황영찬)는 두 작가를 13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드라마는 출시되자마자 봤나.  

김칸비(이하 김): “이틀 지나서 봤다.”
황영찬(이하 황): “저는 일주일 지나서. 왠지 일하는 기분이 들었다.(웃음) 한 번에 다 보긴 했다.”

드라마 '스위트홈'.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사진 넷플릭스]

웹툰 완결 전에 드라마 제작이 시작돼 결말 등 다른 부분이 많더라.  

김: “배경이 되는 그린홈(아파트) 풍경이 원작보다 훨씬 피폐해진 듯하다. 촬영장에 가보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못 갔다. 후반 내용이 원작과 달라진단 건 미리 알아서 크게 놀라지 않았다.”
황: “(정부의) 군대가 직접적으로 나올 것은 예상 못했다. 그리고 범죄자 집단의 재현 묘사가 뛰어난 게 마음에 들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이응복 PD가 연출을 맡았다.  

김: “두 드라마 다 봐서 든든했다. 다만 국내 드라마로 처음 시도되는 괴수장르에다 워낙 표현하기 난해한 원작이다 보니 걱정이 되긴 했다.”
황: “(완성된 드라마를 보니) 기우였다.”

드라마에도 참여했나.

김: “거의 안 했다. 원래 판권을 넘기고 나면 터치하지 않는 성격이다. 게다가 당시엔 웹툰을 연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스위트홈' 웹툰과 드라마 속 연근괴물. [사진 네이버웹툰, 넷플릭스]

'스위트홈' 웹툰과 드라마 속 연근괴물. [사진 네이버웹툰,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에 들게 구현된 괴물은.  

황: “독자님들이 이름 붙여준 ‘연근괴물’(머리 절반이 잘린 단면이 연근과 닮아서 붙은 별명). 그리는 데 품이 들었는데 작품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데 도움을 준 개국공신 같은 캐릭터다.”

김: “모든 괴물이 멋졌지만 ‘연근괴물’이 원작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았다.”

초창기 구상은 몸속 암세포에 자아 생긴 설정 

‘스위트홈’에선 각자 감춰온 욕망이 발현돼 다양한 괴물로 변하고 이런 증세가 온 세상을 뒤덮는다. 주인공 현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괴물화’ 증세로 인한 괴력을 이용하면서도 내면의 괴물과 싸우며 인간성을 유지한다. 김 작가는 “기존 좀비물의 자비 없는 감염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정신력과 강한 마음으로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설정이라면 (가슴) 뜨거운 장면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웹툰 『스위트홈』에서 주인공 현수가 근육괴물과 마주친 장면.[사진 위즈덤하우스]

웹툰 『스위트홈』에서 주인공 현수가 근육괴물과 마주친 장면.[사진 위즈덤하우스]

다만, 초창기 구상은 달랐단다.

“인체 내부에 생긴 암세포에 자아가 생겨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는 설정이었어요. 온몸이 까뒤집힌 형태의 괴물이었죠. 그래서 주인공을 은둔형 외톨이로 정했죠. 밖을 두려워하고 나가기 싫어하는 주인공의 특성이 내면의 괴물의 성격에 영향을 줘서 ‘괴물화’에 면역을 갖게 된 거죠.”(김) 이 구상을 버린 건 일본 작가 이토 준지의 만화에 이미 유사한 설정이 있었고, 몸 안의 내장이 몸 밖으로 뒤집혀 나온 모습이 끔찍할 듯해서다. 대중성과 심의를 고려해 결국 다양한 괴물로 스케일을 키우고 지금대로 완성했다.

괴물 그리며 꼴뚜기 상상…기괴함에 신경썼죠 

“맨 처음 나오는 괴물은 너무 이질적이지 않게 일부러 양복을 입히고 거인 느낌으로 그려달라 요구했고, 점점 흉악하고 비현실적인 괴물이 등장하게 되죠. 독자들이 조금씩 괴물의 모습을 적응하도록 했어요.” 김 작가의 말에 황 작가는 “각 인간의 욕망을 괴물 디자인에 투영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서 “꼴뚜기 같은 것을 상상하면서 기괴하고 이상한 ‘느낌’에 신경 쓰며 그렸다”고 부연했다.

'스위트홈' 드라마에서 배우 송강이 연기한 주인공 차현수. 그 자신도 내면에 생겨난 괴물과 싸우며, 완전히 괴물이 돼버린 존재들에 맞서 사람들을 구해낸다. [사진 넷플릭스]

'스위트홈' 드라마에서 배우 송강이 연기한 주인공 차현수. 그 자신도 내면에 생겨난 괴물과 싸우며, 완전히 괴물이 돼버린 존재들에 맞서 사람들을 구해낸다.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인간 캐릭터는.  

황: “차현수. 몇 년간 그려온 주인공을 배우(송강)가 멋진 비주얼로 연기하는 것을 보니 만족감이 컸다. 라면박스 같은 자잘한 소품도 원작을 배려해서 만든 게 보이더라.”
김: “김남희 배우가 연기한 정재헌(진검을 무기로 괴물과 싸우는 국어교사). 원작을 상회하는 임팩트를 가진 캐릭터였다. (경비괴물과 싸우는) 엘리베이터 장면도 좋지만, 편상욱(이진욱)이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셔터문 밖으로 나갈 때 정재헌이 막는 장면은 원작에 없던 두 사람의 관계가 새롭게 시작된 순간이라 신선했다.”

해외 비평 사이트에선 웹툰 팬들이 드라마 속 현수 비중이 줄어든 것을 아쉬워하는 반응도 많더라.  

김: “저도 팬들 반응을 직접 찾아보기도 하고 SNS 메시지로도 접했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듯이 현수의 비중은 줄었지만 여러 캐릭터들의 다양한 관계성 덕에 독특한 느낌의 감성 괴수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김칸비 작가가 '스위트홈' 드라마에서 가장 돋보인 캐릭터로 꼽은 정재헌. 신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국어 교사인 그는 검도를 배운 덕에 진검으로 괴물과 맞선다. 배우 김남희가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김칸비 작가가 '스위트홈' 드라마에서 가장 돋보인 캐릭터로 꼽은 정재헌. 신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국어 교사인 그는 검도를 배운 덕에 진검으로 괴물과 맞선다. 배우 김남희가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이 세계에 들어간다면 어떤 괴물이 될 것 같나.  

김: “집돌이 괴물. 방에서 안 나올 것 같다.”
황: “형은 막 찌르고 다니는 괴물이 될 것 같은데. 예전에 김칸비 작가가 제 머리를 찌르는 악마인 양 캐리커처로 그린 적 있다.”(웃음)
김: “제가 글 원고를 (일방적으로) 넘겨주는 데 대한 피해의식이 있나 보다. 황 작가는 꽃향기를 맡고 다니는 괴물이 될 것 같다. 마음이 좀 여린 괴물이 눈물 흘리는.”(웃음)
황: “전 건강해 보이는 근육괴물이 될 것 같다. 근육질이 부럽다.”

황영찬 작가가 그린 김칸비 작가(왼쪽)와 황 작가 자신. 실제 얼굴 대신 캐리커처를 공개해달라고 청해왔다. [사진 황영찬]

황영찬 작가가 그린 김칸비 작가(왼쪽)와 황 작가 자신. 실제 얼굴 대신 캐리커처를 공개해달라고 청해왔다. [사진 황영찬]

둘은 청강문화산업대학 선후배 사이다. 한 살 위인 김 작가는 2006년 웹툰 『교수인형』으로 데뷔해 웹툰 창작집단 ‘팀겟네임’ 소속 작가로도 활동해왔다. 황 작가는 2009년 웹툰 『비흔』으로 데뷔했다. 처음 함께한 『후레자식』 때부터 대부분 메신저를 통해 ‘랜선 협업’을 해왔다. 황 작가는 “칸비 형은 흥미 있는 이야기를 짜온다. 저는 좀 단순한데, 서로 맞물려가면서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김 작가는 “황 작가는 매사에 성실하고. 개성 있는 그림체이면서도 대중적이고 호감을 주게 그린다. 그의 통속적인 취향이 저의 마이너함과 섞여 중간점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듯하다”며 신뢰를 표했다.

최근 ‘스위트홈’ 외에도 ‘여신강림’ ‘경이로운 소문’ 등 웹툰 원작이 주목받는 데 대해 김 작가는 “검증된 시나리오와 잘 구축된 고정팬층”을 요인으로 꼽았다. 스릴러를 주로 써온 그는 SF‧스포츠 등 여러 장르를 합쳐 독특한 스릴러를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평소 관심 많은 게임 시나리오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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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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