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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싱 랠리'…'차이나 파워' 귀환에 비철금속·곡물값 들썩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중국의 제조업이 기지개를 켜면서 일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잇따라 들썩이고 있다. 셔터스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중국의 제조업이 기지개를 켜면서 일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잇따라 들썩이고 있다. 셔터스톡

국제 원자재 시장의 ‘큰 손’인 중국이 돌아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딛고 제조업 중심의 내수가 기지개를 켜면서다. '차이나 파워'에 곡물과 비철금속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은 이미 들썩이는 모양새다. 여기에 미국발(發)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원자재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많아지면서 향후 가격 상승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최근 국제원자재가격의 상승 배경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이런 예상이 담겼다.

中 제조업 회복세 따라 원자재도 ‘들썩’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회복세를 보이면서 비철금속(철을 제외한 공업용 금속)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로이터=연합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회복세를 보이면서 비철금속(철을 제외한 공업용 금속)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로이터=연합

원자재 가격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과 4월 대거 폭락했다. 국제원자재가격지수인 S&P GSCI 지수는 지난해 1월 17일 326.91에서 석 달 뒤인 4월 22일 그 해의 최저점인 228.35까지 절반가량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의 모습을 보이며 원자재 가격도 제 궤도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붕괴했던 원자재 수급 체계도 살아났다. 중국의 비철금속 수요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비철금속의 전 세계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3.2%(2019년 기준)에 달한다.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궤도를 탔다.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붕괴됐던 원자재 수급 체계도 살아났다. 그러자 중국의 영향력이 큰 비철금속의 수요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궤도를 탔다.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붕괴됐던 원자재 수급 체계도 살아났다. 그러자 중국의 영향력이 큰 비철금속의 수요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실제로 구리·알루미늄·니켈·아연 등의 국제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거나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구리의 t당 가격(런던금속거래소 현물 기준)은 올해 1월 중순 톤당 8000달러 내외다.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다른 비철금속의 t당 거래량도 니켈(1만7000달러), 알루미늄(2000달러)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높아졌다.

비철금속·곡물 수요 '차이나 파워' 입증

제조업의 영향을 받는 금속 원자재 이외에 중국의 ‘큰 손’이 작용하는 곳은 식품 원자재인 곡물이다. 한국은행

제조업의 영향을 받는 금속 원자재 이외에 중국의 ‘큰 손’이 작용하는 곳은 식품 원자재인 곡물이다. 한국은행

곡물 시장도 '차이나 파워'에 탄력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대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락한 곡물 가격은 대두를 중심으로 지난해 8월 이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 t당 312달러에 거래된 대두 값은 올해 초 t당 500달러 내외까지 뛰었다.

미국·남미 등 곡물 수출국의 기상이변으로 작황이 불확실해진 가운데, 중국 내 수요 급증이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홍수로 인한 작황 부진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줄어들었던 돼지사육두수가 늘어나며 사료용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또 지난해 초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합의를 이행하면서 미국 곡물의 대(對)중국 수출량도 많이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영향력이 큰 비철금속과 곡물을 중심으로 (원자재의) 가격이 빠르게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전 세계 곡물 수요의 24.1% 정도를 차지한다.

넘치는 유동성에 '에브리싱 랠리'…“상승세 지속 전망”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로금리와 미국 내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유지되면서 달러화를 제외한 부동산·광물·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FT)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지속될 전망이다.신화=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로금리와 미국 내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유지되면서 달러화를 제외한 부동산·광물·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FT)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지속될 전망이다.신화=연합뉴스

중국의 가세가 부채질하고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의 기본 동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이다. 각국 정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돈을 쏟아부은 탓에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흘러가며 원자재와 부동산·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FT)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물고,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는 것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가격의 지수와 미국 달러화지수의 상관관계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뚜렷한 경향성을 나타내지 않았으나,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 초 이후 반대의 움직임이 강해졌다.

한국은행은 “원자재 가격은 국제 경기 회복과 위험자산 선호 지속 등의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상승세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시장별로 나타나는 개별요인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각 원자재의) 상승 움직임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의 감산 기조와 미국의 원유생산 감소에 세계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회복 영향으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비철금속과 곡물의 경우 가파른 상승세는 다소 진정될 전망이다. 금값은 상승과 하락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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