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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집은 나의 피난처요 보금자리…코로나 끝난다고 집꾸미기 사라질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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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공동창업자 김동영 콘텐트 리드(오른쪽)와 황다검 콘텐트팀 매니저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공동창업자 김동영 콘텐트 리드(오른쪽)와 황다검 콘텐트팀 매니저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홈 루덴스(Home Ludens)’는 코로나가 낳은 새로운 인간 학명이다. 웬만한 건 집에서 하는 게 속편한 시대가 되면서 집에서 유희(Ludens)를 하며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 최대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의 인기는 홈 루덴스의 부상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2014년 여름, 20대 청년 세 명이 버킷플레이스란 회사를 창업하며 만들었는데 17일 현재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횟수가 1500만번, 회원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20대 이상 국민수가 4304만명이니 얼추 성인 4명 중 1명이 회원인 셈이다. 한 달 거래액은 1000억원 수준으로 누적 거래액이 1조원에 이른다.

집꾸미기 열풍은 코로나가 낳은 일시적 현상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지난 13일 공동창업자이자 오늘의집 콘텐트 전반을 총괄하는 김동영 리드와 황다검 콘텐트 매니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테리어는 이사할 때 큰 맘 먹고 벌이는 작업(?) 아닌가.  
김동영(김)=“과거엔 인테리어하면 대대적으로 집을 뜯어 고치는 리모델링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케아를 통해 다양한 가구와 소품을 접하고, 온라인 쇼핑으로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쉽게 살 수 있게 되면서 아, 꼭 비싸게 시공을 하지 않아도 집을 꾸밀 수 있구나, 이런 인식이 커졌다.”
인테리어·리모델링·홈스타일링, 용어가 헷깔린다.
황다검(황)=“통상 리모델링은 주방이나 욕실의 타일이나 기기를 바꾸는 ‘시공’을 뜻한다. 반면 홈스타일링은 가구나 소품 등으로 비교적 쉽게 집안을 꾸미고 분위기를 바꾸는 의미로 쓰인다. 홈스타일링에 쓰이는 가구나 소품들을 홈퍼니싱이라고 하는데, 인테리어는 리모델링과 홈스타일링을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 인기있는 건 뭔가.
김=“아무래도 집꾸미기, 즉 홈스타일링이다. 색상은 흰색이나 아이보리 등 내추럴한 색을 좋아하고 가구 형태로 보면 모듈가구가 인기다. 모듈가구는 레고블록처럼 필요에 따라 여러 개를 쌓거나 붙일 수 있는 ‘유연한 가구’다. 원룸 등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황=“종류로 치면 식탁에 대한 관심이 크다. 코로나 확산으로 식탁에서 밥도 먹지만,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다. 좁은 집에 맞는 접이식 좌식 식탁이나 모서리 면적을 줄인 원형 식탁도 인기다.”

오늘의집은 플랫폼의 중심을 ‘쇼핑몰’이 아니라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에 두면서 성공을 거뒀다. 앱이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오늘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사진·집들이·노하우 등의 카테고리가 주를 이룬다. 현재 사진 수는 약 800만개, 리뷰 수는 700만개에 달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것들이다.

‘오늘의집’ 콘텐트팀은 앱에서 가장 인기있는 카테고리로 ‘온라인 집들이’ 를 꼽았다. 우상조 기자

‘오늘의집’ 콘텐트팀은 앱에서 가장 인기있는 카테고리로 ‘온라인 집들이’ 를 꼽았다. 우상조 기자

자기 집을 왜 보여주려는 걸까.    
김=“패션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하지 않나. 개인의 취향이 뚜렷해지고 다양해지면서 집이라는 공간도 그렇게 됐다. 실제 SNS에선 아예 ‘#○○의 집’으로 계정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집 꾸미기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체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브랜딩이 된 거다.”  
황=“중·고등학생 등 Z세대 사이에서 인기어가 ‘데스크테리어(deskterior)’다. 책상과 인테리어를 합친 말인데 집에서 수업듣고 공부하는 시간이 늘면서 책상을 자기 스타일대로 꾸미고 사진을 공유하는 거다.”
집꾸미기 인기가 집값 상승과 관계가 있을까.
황=“2030세대에게 자산으로서의 집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집을 구매하는) 먼 미래만 기다리기 보다는 현재, 즉 오늘을 살아가는 집을 가꾸고 그 즐거움을 누리려는 것 같다. 집이 갖는 근원적인 가치, 의미가 커졌다고 본다.”
2014년 3명으로 시작한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는 현재 직원 수가 200명까지 늘었다. 넓은 공간을 찾아 이사한 서울 서초동 사무실 입구 모습. 우상조 기자

2014년 3명으로 시작한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는 현재 직원 수가 200명까지 늘었다. 넓은 공간을 찾아 이사한 서울 서초동 사무실 입구 모습. 우상조 기자

집의 근원적인 의미가 뭔가.
황=“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보금자리다. 현대인들이 왜 불안할까. 집에서 안정감을 못 찾기 때문에 자꾸 여행을 가고 다른 곳에서 기쁨을 찾는 거다.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 속에 있다가 돌아갈 수 있는 장소가 집이다.”  
김=“집이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말했는데, 집을 통해 내 정체성을 찾을 수도 있다.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면서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나는 집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떻게 쉴 때 만족하는 사람인지를 찾아가는 거다.”
코로나가 종식된 후에도 집꾸미기 열풍이 계속될까.
김=“코로나가 끝나도 재택근무 등 과거엔 으레 밖에서 하던 활동들을 집에서 하는 트렌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제2의 코로나가 등장할 수도 있다. 결국 단순히 예쁘게 꾸민다가 아니라 돌아와야 할 나의 위안처라는 의미로 집에 대한 관심은 유행이 아닌 디폴트(고정값)가 될 거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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