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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가 쟁쟁한 박사 다 제쳤다···‘공학의 전당’ 입성 택진이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리니지2M 1주년 기념 광고에 출연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유튜브 캡처]

리니지2M 1주년 기념 광고에 출연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유튜브 캡처]

요즘 공학계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은근히 화제다. 야구단을 운영하고 ‘리니지’ 광고모델로 출연하면서 ‘택진이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가 올초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정돼서다.

17일 공학한림원에 따르면 김 대표를 포함해 문수복 KAIST 교수, 김동환 고려대 교수, 황성우 삼성SDS 사장 등 50명이 정회원으로 새로 선정됐다.

공학한림원이 연 1회 선발하는 정회원은 공학계에서 ‘명예의 전당’으로 불린다. 유명 대학 교수와 연구원, 심지어 대학 총장도 정회원 선발에서 미끄러진다. 정원을 300명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석사학위 소지자인 김택진 대표가 올해 공학한림원 정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을 다녔으나 중퇴했다.

공학한림원 정회원의 모든 것 

한림원은 일반회원 중에서 정회원을 선발한다. 정회원이 되려면 일반회원 자격부터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회원은 기존 정회원 중 한 명이 추천하는 방식이다. 공학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한 대한민국 국적자면 자격이 있다. 한림원 측은 “자격요건을 단순화한 대신 주관적인 심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일반회원 후보자는 ▶전기전자정보공학 ▶기계공학 ▶건설환경공학 ▶화학생명공학 ▶재료자원공학 ▶기술경영정책 등 6개 분과위원회 중 한 곳에서 심사한다. 하지만 일반회원도 정원이 400명(현재 347명)이라 문턱 넘기가 쉽지 않다. 올해 업적평가서를 제출한 공학자 241명 중 30명만 일반회원 자격을 얻었다.

서울 역삼동 한국공학한림원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공학한림원 정회원들. 김상선 기자

서울 역삼동 한국공학한림원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공학한림원 정회원들. 김상선 기자

쟁쟁한 박사들 제치고 ‘명예의 전당’ 입성 

일반회원이 되면 이듬해부터 정회원 승격 자격을 얻는다. 심사는 1·2차로 나뉜다.

1차 심사 때 후보자는 자신의 성과와 수상내역 등을 기록한 4쪽 분량의 업적자료를 제출한다. 분량을 초과하면 재작성해야 한다. 그러면 6개 분과별로 각 9인의 심사위원이 서류를 평가한다. 이때 심사위원은 모든 후보자에게 순위를 매긴다. 후보자가 30명이라면 각 1점부터 30점까지 배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는 1차 심사 경쟁률이 약 3대 1이었다.

여기서 통과하면 한림원 회원위원회(30명)가 평가하는 2차 심사가 기다린다.

먼저 1차 심사에 참여한 각 분과 위원장들이 정회원 후보자의 업적을 프레젠테이션한다. 그다음 회원위원회 위원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한다. 후보자별로 20명 이상 찬성해야 정회원이 된다. 한림원에 따르면 올해는 1차 통과자 중 30%가량만 심사를 통과했다. 이후 이사회와 서면 결의 등 형식적 절차를 거치면 정회원 선발이 끝난다.

정회원이 됐다고 특별한 혜택이 있는 건 아니다. 한림원 측은 “자신이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았다는 명예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며 “해외 학회 등에 참석해 공학한림원 정회원 명함을 보여주면 인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입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문수복 KAIST 교수,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사진 한국공학한림원]

올해 신입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문수복 KAIST 교수,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사진 한국공학한림원]

“7시간 릴레이 토론 거쳐 엄격히 심사”

김 대표는 이렇게 ‘좁은 문’을 뚫고 공학한림원 정회원이 됐다. 그는 1967년생으로 ‘불과’ 54세다. 선발 자격이 까다롭고 활동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회원의 평균 연령은 만 61.7세다. 일반회원도 평균 58.6세다. 올 1월 기준으로 정회원 중 김연배 서울대 교수,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대표, 이재원 슈프리마 이사회 의장이 1968년생으로 가장 젊다. 모두 박사학위자다.

지난해 10월 24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창단 10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4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창단 10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학한림원 정회원은 만 65세 이후 자동으로 원로회원 심사 대상이 된다. 1월 기준으로 원로회원은 522명이다.

한림원 관계자는 “사실 50대 초중반의 기업인이 정회원으로 선발되는 건 드문 사례”라며 “위원들의 7시간 릴레이 토론을 거쳐 엄격하게 심사한 결과 김택진 대표가 공학 분야의 공적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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