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쳤다고?"…'나홀로 집에' 꼬마 향한 쓸데없는 걱정

중앙일보

입력 2021.01.16 05:00

업데이트 2021.01.16 06:09

맥컬리컬킨이 2015년 출연한 웹 드라마 'RYVRS'의 한 장면. '나홀로 집에' 케빈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 "망할 크리스마스에 8살짜리 꼬마가 집에서 두명의 도둑과 싸워야 하면 기분이 얼마나 X같겠냐"고 일갈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잭 디셀 유튜브]

맥컬리컬킨이 2015년 출연한 웹 드라마 'RYVRS'의 한 장면. '나홀로 집에' 케빈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 "망할 크리스마스에 8살짜리 꼬마가 집에서 두명의 도둑과 싸워야 하면 기분이 얼마나 X같겠냐"고 일갈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잭 디셀 유튜브]

"망할 크리스마스에 8살짜리 꼬마가 집에서 혼자 도둑 두명과 싸우고 있으면 기분이 얼마나 X같겠냐"


1990년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 케빈. 그 귀엽던 꼬마가 이런 말을 했다면 믿어지시나요? 사실 이 대사는 케빈 역의 배우 맥컬리 컬킨이 몇 년 전, 한 웹드라마에서 한 대사입니다.

[후후월드]

한때는 '사망설'까지 돌 정도로 은둔 생활을 했던 그는 요즘 세상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느껴보라"며 "저 이제 마흔 살 됐다"고 알려 화제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미 하원에서 두 번째로 탄핵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트윗으로 화제가 됐죠. 한 팬이 "나 홀로 집에 2에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 출연 장면을 삭제하고 마흔살 컬킨으로 대체하도록 청원하자"고 아이디어를 내자 컬킨도 "낙찰(Sold)"이라고 화답했습니다.

너무 이른 성공의 댓가였을까요. 방황을 거듭하던 그가 불혹의 나이를 지나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팬들과 만나고 있는 겁니다.

그의 성공과 방황, 그 행로를 따라가보면 모든 것의 출발점은 영화 속 꼬마 '케빈'이었습니다. 이제서야 케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는 컬킨,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부모의 재산 다툼, 이어진 학대 논란

1990년 개봉 영화 '나홀로 집에1'의 한 장면.

1990년 개봉 영화 '나홀로 집에1'의 한 장면.

30년 전 컬킨이 거둔 성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1980년 뉴욕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8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컬킨은 '나 홀로 집에 1'으로 대박을 터뜨린 뒤 편당 800만 달러를 버는 톱스타가 되었습니다.

'나 홀로 집에' 시리즈 이후에도 '리치리치', '마이걸'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어린 시절에 번 돈으로 지금까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열다섯살의 컬킨. 그때 그는 이미 15편의 영화를 연속으로 찍었고 마치 40대에 조기 은퇴하는 직장인처럼 '번아웃'된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부모까지 컬킨이 번 재산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더니 결국 갈라섰습니다. 컬킨은 15살 때 은퇴를 선언하고 아버지와 연을 끊었습니다. 자신에게 살인적인 스케줄을 강요하고, 학대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루 60개비, 강박적 흡연

2012년 '충격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퍼진 맥컬리 컬킨의 모습. [사진=더선]

2012년 '충격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퍼진 맥컬리 컬킨의 모습. [사진=더선]

은퇴 후 컬킨의 소원은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재산과 유명세는 그런 삶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1998년 그의 어머니가 살던 뉴욕의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4명이 숨지고 22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재 당시 컬킨은 건물 근처에도 없었지만 유명세 탓에 각종 소송에 휩싸여야 했습니다.

가족의 애정을 갈구했기 때문일까요. 이른 나이에 결혼했지만 그 역시 끝이 좋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이자 배우 레이첼 마이너와 18살에 결혼식을 올렸다가 미디어의 지나친 관심 속에 2년 만에 파경을 맞았습니다.

컬킨은 10대 시절부터 어마어마한 애연가였습니다. 하루에 60개비를 피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강박적'으로 담배를 피워대 스스로 통제가 안 될 정도였다는 게 현지 매체의 설명입니다. 공황장애도 앓았다고 합니다. 그는 나중에 "나는 10대 때 모든 것을 경험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대에는 밀라 쿠니스와 8년간 연애 후 이별을 통보받고 은둔 생활에 들어갔습니다. 1년 6개월가량 집에서 칩거했는데 이 시기에 마약 투약 의혹에 휩싸였고 사망설까지 돌았습니다. 이 시기 이복 누이와 여동생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며 컬킨의 방황을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케빈'과의 힘겨운 싸움 

2014년 자신의 사망설이 돌자, 맥컬리 컬킨이 "지금 록밴드 순회 공연 중"이라고 알리며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익살스러운 사진. [맥컬리 컬킨 트위터]

2014년 자신의 사망설이 돌자, 맥컬리 컬킨이 "지금 록밴드 순회 공연 중"이라고 알리며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익살스러운 사진. [맥컬리 컬킨 트위터]

수많은 불행 속에서도 컬킨을 가장 힘들게 했던 건 극중 꼬마 '케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전세계인이 케빈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탓에 청소년 컬킨, 성인 컬킨이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가 연례적으로 전파를 타는 크리스마스 즈음엔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초췌한 몰골'은 30대 컬킨이 대중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었습니다. 파파라치에 시달리던 헐리웃 스타들 가운데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수척한 몰골이 포착될 때마다 "케빈의 충격 근황"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전세계에 뿌려지곤 했습니다.

역설적으로 컬킨은 그렇게 케빈을 극복하기 시작했습니다. '피자 언더그라운드'라는 이름의 록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연극 공연에도 열정을 쏟았습니다. 34살이었던 2014년 한 번 더 사망설이 퍼졌는데 당시 컬킨은 "우리는 순회공연 중이다, 멍청한 사람들아"라는 트윗과 함께 익살스러운 사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35살이 된 2015년에는 잠시 출연한 드라마에서 새로운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습니다. 웹드라마 'DRYVRS'에 출연해 "망할 크리스마스에 8살짜리 꼬마가 가족들은 휴가 가고 일주일 동안 집에 버려진 채 두 명의 도둑과 싸워야 한다면 기분이 얼마나 X같겠냐"는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입니다.

이 장면을 본 네티즌들은 "대체 왜 그를 조커 역으로 캐스팅하지 않았나", "커트 코베인을 연기했으면 좋겠다", "미친 마약상 연기를 해달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제서야 어린 시절만 못한 '역변의 상징'이 아닌 30대 남성 배우 컬킨이 된 것입니다.

"나는 내가 좋다, 아무것도 안 바꿔"

2018년 지미 팰런쇼에 출연한 맥컬리 컬킨. [지미팰런쇼 유튜브]

2018년 지미 팰런쇼에 출연한 맥컬리 컬킨. [지미팰런쇼 유튜브]

그로부터 1년 뒤 컬킨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10년 만의 인터뷰였다고 합니다.

지저분한 옷에 긴 머리를 묶고 인터뷰장에 나타난 컬킨은 "요즘 아주 평화롭다. 사람들과 토론도 할 수 있고, 심장 박동수도 변하지 않는다"고 근황을 전했습니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나는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고요.

지난해에는 20년 만에 잡지 화보 촬영을 하면서 "사람들은 내가 미쳤거나, 상처 받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2년 전만 해도 나는 나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았기에 그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나의 모습에 그만 충격 받으라. 나는 보시다시피 어디 비할 데 없는 사람"이라고도 말했죠.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그는 "아주 훌륭한 영화가 있다. 아주 훌륭한…"이라는 트윗을 남기며 '나홀로 집에'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케빈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케빈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도 배우게 된 것 같네요.

맥컬리 컬킨이 지난해 말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하고 마스크 잘 쓰자"고 독려하며 올린 사진. 영화 '나홀로 집에' 속 케빈이 소리를 지르는 유명한 장면을 프린트해 만든 마스크다. [맥컬리 컬킨 트위터]

맥컬리 컬킨이 지난해 말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하고 마스크 잘 쓰자"고 독려하며 올린 사진. 영화 '나홀로 집에' 속 케빈이 소리를 지르는 유명한 장면을 프린트해 만든 마스크다. [맥컬리 컬킨 트위터]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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