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북 정책 첫 세팅이 중요…관계 조기에 악화하면 회복 어렵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1.16 00:31

업데이트 2021.03.0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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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호 08면

막 오르는 바이든 시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취임한다. 이와 함께 지난 4년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도 국제 무대에서 사라지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선 직후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했다. 트럼프와 차별화된 외교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식 천명한 셈이다.

북·미 관계
2~3월 예정 한·미 연합훈련이 고비
“초반 위기 넘기면 북핵 협상 기대”

한·미 관계
미,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별러
동맹 내세워 중국 봉쇄 동참 요구

미·중 관계
압박 통한 힘의 우위 확인에 방점
무역적자 해소 위해 고관세 유지

핵심은 동맹주의와 다자주의다. 기존 동맹국들을 최대한 중시하면서 외교적 현안을 풀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국제 정치 측면에서 바이든 당선인 앞에는 미·중 관계, 북핵 협상, 이란 핵 문제, 기후 변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변수는 고령(79세)으로 인해 4년 단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임기 초반부터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도 바이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1 북·미 관계

바이든 취임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첫 반응은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핵심은 기선 제압을 위한 압박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7일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새로운 조·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 개발에 매진하겠다며 핵잠수함 개발 계획도 공개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 정권 교체기에 압박을 통한 긴장 고조와 몸값 높이기 전략을 구사해 왔다. 트럼프 집권 초기인 2017년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엔 광명성 2호를 쏘고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에선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정책이 나왔고 트럼프 정부도 초기 1년간 북한과 심각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도 북한의 선제 압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4년 북·미 관계가 초기 세팅의 결과에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때처럼 톱다운 방식이 아닌 바텀업 방식으로 대북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깜짝쇼가 일어나기도 쉽지 않다. 관계가 조기에 악화될 경우 극적으로 호전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아직까지 북한의 도발 수위는 높지 않다. ‘일단 지켜보기(wait and see)’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강경 노선으로 방향을 정할 경우 고강도 도발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걸림돌이 만만찮다. 스스로 실패를 자인한 경제 재건에 힘을 쏟아야 할 처지라는 점에서다. 이를 위해선 대북 제재 해제·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는 북·미 협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걸 김 위원장도 잘 알고 있다. 그가 이전처럼 섣불리 도발에 나설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2~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고비다. 훈련 규모와 내용에 따라 북한의 응수는 달라질 것이다. 김 위원장에겐 바이든 당선인과 외교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도 부담이다. 블링컨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은)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미 협상은 적어도 오는 5월까진 제 궤도에 오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이 기존의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고 새 전략을 수립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외교 전문가인 바이든이 집권 초 북한 문제를 가급적 우선순위에 두고 처리하는 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미 모두 신중한 접근으로 초반 위기를 넘길 경우 이후 진행될 북핵 협상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 한·미 관계

바이든 시대를 맞아 한·미 관계의 변수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대북 접근 방식에서의 이견이고, 둘째는 바이든이 강조하는 동맹주의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대북 접근 방식의 차이에 따른 물밑 갈등이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가 한·미 관계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도 이달 중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관련해 의회 청문회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기존의 한·미 갈등에 또 다른 요소가 추가되는 셈이다.

바이든의 동맹주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국 입장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는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그만큼의 대가도 치러야 할 수 있다. 중국 봉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라는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악화된 한·일 관계도 문재인 정부에겐 부담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삼각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의 전통적 가치에 근거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보조를 맞춰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미·중 사이에서 유지해온 신중한 행보도 동맹 간 협력에 보다 적극 나서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3 미·중 관계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 정책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가 중국과의 관계다. 외교가에서는 양국 관계 개선보다는 압박을 통한 힘의 우위를 확인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란 견해가 강하다. 트럼프 집권 시절 미·중 양국은 ‘신냉전’이라고 불릴 만큼 각축을 벌였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정책도 이와 유사할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의 패권 확장 억제’라는 목표는 트럼프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를 위해 경제적 측면에선 무역적자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무기로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적으로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강화를 통해 중국의 대양 진출을 막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동·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거듭 천명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향후 국제 정세의 큰 흐름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자존심을 건 파워 게임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 내부 문제로 대중 압박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 정책연구소장은 “바이든 정부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내부 갈등 문제를 어떻게, 얼마나 빨리 매듭짓느냐에 따라 미·중 관계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대선 기여 세력들 사이 ‘지분 경쟁’…첫 조각 키워드는 ‘안배’
백악관 공보팀 간부 전원 여성

흑인·성소수자 등 ‘무지개 내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조각은 ‘무지개 내각’으로 불린다. 여성·흑인·이민자 등이 백악관과 행정부에 골고루 등용됐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국민 통합을 내세운 ‘통합 내각’으로 비칠 수 있지만 실은 민주당 내부의 정치적 역학 구도를 반영한 고심의 산물이란 평가다.

4년 전 광적인 지지층을 무기 삼아 당선된 뒤 강력한 인사권을 행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변변한 자기 세력 없이 ‘반트럼프 연합군’의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 그런 만큼 이들의 지분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선 승리에 기여한 여러 세력이 그들의 몫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며 ‘지분 경쟁’을 벌인 결과물이 바이든 당선인의 첫 인선인 셈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지 세력 지분 안배에 주력하면서 ‘최초’라는 타이틀도 속속 등장했다. 로이드 오스틴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국방장관에 지명됐다. 이와 관련, 민주당 서열 3위이자 흑인 실세 의원인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 원내총무는 인선 초기 흑인 기용이 지지부진하자 “지금까지 지명된 흑인은 한 명뿐”이라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인디언 원주민 출신인 뎁 할랜드 내무장관 지명자도 화제의 주인공이다. 인준이 확정될 경우 1776년 미국 독립 후 245년 만에 첫 원주민 출신 내각 각료가 된다. 또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피트 부티지지는 교통부 장관에 지명돼 미국 역사상 첫 성소수자 장관 취임을 눈앞에 두게 됐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는 쿠바 이민자 출신으로, 이민 1세대가 이민과 국경 통제를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풍당당’ 기조도 두드러졌다. 백악관 공보팀은 주요 보직 7명이 전원 여성으로 채워졌다. 초대 백악관 대변인에 임명된 젠 사키 인수위 선임고문은 ‘바이든의 입’으로 불리며 대선 내내 바이든 공보팀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바이든 대선 캠프 부본부장을 지낸 케이트 베딩필드도 백악관 공보국장에 발탁됐다. 더욱이 7명 중 6명은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이었다.

그뿐 아니다. 유엔 주재 대사를 지낸 수전 라이스는 국내 정책 결정을 총괄 조정하는 자리로 위상이 한층 강화된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 국장으로 컴백했다. 에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도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DNI의 첫 여성 국장이 된다. DNI 국장은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등 16개 정보기관을 통솔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정보기관장’으로 통한다. 경제 분야에서도 여풍이 거셌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재무장관에 지명되면서 역대 재무장관 77명 모두 백인 남성이었던 전례를 깼다.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최일선에서 떠맡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캐서린 타이가 맡았다.

‘오바마 사단’의 귀환도 눈에 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케리 기후특사가 대표적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로 불리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도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다. 이와 관련,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오바마 사단이 뒤늦게 나타나 선거 승리를 위해 헌신한 기존 참모들을 제치고 요직을 꿰찼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대변하는 미국다운 행정부를 만들겠다는 원칙에 따라 최적의 인사를 발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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