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 1시간이라도 당겨라" 대형마트 피말리는 배송전쟁

중앙일보

입력 2021.01.15 09:00

업데이트 2021.01.15 09:38

롯데마트 광교점 내부 모습.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 광교점 내부 모습. 사진 롯데마트

서울 중계동에 사는 직장맘 김지은(41)씨는 광화문 직장에서 퇴근 1시간 전쯤 롯데마트 모바일 앱에서 온라인 장을 보고, 퇴근 후 문 앞에 도착한 식재료로 저녁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 롯데마트에서 주문 후 2시간 이내 배송하는 ‘바로 배송’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김씨는 “대형마트에서 당일 배송이 된 적은 거의 없었는데, 빨리 배달되는 서비스가 나와 이용하고 있다”며 “퇴근길에 저녁 찬거리를 사러 수퍼마켓 들르는 시간이 줄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특히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에 비해 배달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대형마트가 당일 배송은 물론 1시간이라도 더 빨리 배달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고객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형마트 3사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롯데마트는 ‘바로 배송’ 서비스를 지난해 4월 처음 시작한 후 지난달까지 서비스 제공 점포를 수도권 15곳으로 늘렸다. 서울은 중계·청량리·강변· 잠실점에서 가능하다. 바로 배송 서비스 이후 지난해 5~12월 15곳 점포의 온라인 주문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2~3배씩 늘었다. 롯데마트는 최근 지방 점포 중 처음으로 광주광역시 수완점에서 바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로 배송은 온라인 주문 후 2시간 이내 배송해주는데, 이는 이마트(SSG닷컴)의 최단 배송 시간(주문 후 3시간 이후부터 배송)보다 1시간 빠르다. 롯데의 통합온라인몰 ‘롯데온(ON)’은 지난해 12월엔 부산 전 지역을 대상으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신선식품 등을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이른 오전까지 배달한다.

홈플러스는 올해 온라인 배송에 사활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온라인 배송 건수를 기존 3만3000건에서 12만건으로 대폭 늘린다. 이를 위해 현재 1400명인 피커(pickerㆍ장보기 전문사원)를 4000명으로 늘리고, 배송 차량도 1000여 대에서 3000여 대로 증편한다. 이 모든 건 오후 2시 30분까지 주문하면 그 날 안에 배송하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기존에도 당일 배송률이 80%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이를 더 높일 계획”이라며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배송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도 점포 내에 물류 공간을 확보하며 온라인 배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SSG닷컴을 통해 주문하면 3시간 이후부터 고객이 정한 시간대에 맞춰 상품을 배송한다. SSG닷컴은 지난해 초 5만건 처리하던 온라인 주문 물량을 올해 6만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서울·경기 일부 새벽 배송과 주간 배송 물량까지 합하면 하루 14만 건의 온라인 주문량을 소화하고 있다.

주요 커머스 앱 사용자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요 커머스 앱 사용자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실 대형마트는 코로나19로 집밥 문화가 자리 잡으며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5조를 돌파했다.
그런데도 대형마트가 온라인 배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오프라인만큼 온라인 소비 규모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온라인 배송 매출이 2019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홈플러스도 당일 배송을 확대한 점포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100% 이상 신장했다.

대형마트의 강점이었던 신선식품 시장에 신흥 라이벌이 나타난 것도 한 요인이다. ‘새벽 배송’을 앞세운 쿠팡(로켓프레시), 마켓컬리 등이 대형마트의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영업을 하지 않을 땐 온라인 배송을 하지 않는다. 마켓컬리는 이 시간대를 공략하며 급성장했고, 최근엔 쿠팡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김건식 롯데마트 물류팀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어 준비 중이었지만 코로나가 5년 걸릴 소비 패턴을 1년으로 단축시켰다”며 “이제 온라인 배달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됐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백화점, 슈퍼마켓 등도 앞다퉈 배송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식품 온라인몰 ‘투홈’을 열었고, 인근 지역에 1시간 내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엔 한우, 반찬, 과일 등 고급 식재료를 정기배달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GS프레시몰은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 ‘주문 뒤 최대 3시간 내 배송’ 서비스 이용자가 늘자 배송 차량을 늘리고 있다. 헬스앤뷰티 전문매장인 CJ올리브영도 지난해 ‘오늘드림’(주문 3시간 내 배송)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13배 늘자 온라인몰에서 경품 행사를 진행하며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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