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손바닥 장력으로…뉴턴 운동법칙 적용한 댄스 기술

중앙일보

입력 2021.01.15 07:0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46)

댄스는 남성이 여성을 ‘리드(Lead)’한다. 그래서 남성이 여성보다 댄스 배우는 데 몇 배 어렵다. 남성이 다음 피겨를 어떤 피겨를 구사하려는지 여성이 어떻게 알까? 대부분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루틴을 같이 배운 경우다. 루틴 순서를 서로 잘 알고 있으므로 그대로 추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미묘한 리드의 맛과 여성으로서는 리드를 따라가는 ‘팔로우(Follow)’의 맛이 없다. 춤 잘 추는 여성은 남자 파트너가 다음에 어떤 피겨를 구사할까가 대단히 흥미롭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음 동작을 미리 알지 못하고 남자의 리드에 맞춰 능숙하게 추게 되면 춤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 된다.

댄스스포츠의 루틴은 대개 자주 쓰는 피겨로 연결된다. 자이브처럼 자유로운 춤은 어떤 피겨를 구사하든 비교적 자유로운 춤이다. 그러나 다른 종목들은 대부분 자주 쓰는 피겨가 있다. 그 피겨 다음에 연결하면 좋은 피겨가 또 정해져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왈츠에서 ‘내추럴 턴(Natural Turn)’123스텝을 했으면 남자는 왼발 뒤로 나갈 차례이므로 그에 맞는 동작이 몇 가지 정해져 있다. 내추럴 턴 123456 스텝까지 다 했다면 남자 오른발이 앞으로 나갈 차례이므로 역시 다음 피겨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식이다.

라틴 댄스에서 다음 피겨로 연결하는 기술도 역시 어떤 피겨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피겨 몇 가지 중에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면 남자의 손동작으로 같이 홀드한 여성은 눈치채고 그 피겨를 구사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룸바에서 ‘팬(Fan)’ 피겨 다음에 여성이 남성 쪽으로 오면서 남자가 잡은 왼손을 오른쪽으로 비틀어 주면 여성은 ‘하키 스틱(Hockey Stick)’ 피겨를 하면 되고, 왼손을 바로 세워주면 ‘알레마나(Alemana)’ 동작으로 가면 되는 방식이다. 베이직 스텝(Basic Step) 123456 스텝 다음에 남자가 왼손을 밑에서 앞으로 밀어주면 ‘뉴욕(New York)’을 하자는 신호가 되는 것이다.

이 정도까지는 초급 수준이면 미리 짠 대로, 중급 수준이면 감으로 리드를 알아채고 팔로우가 자연스럽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부드러운 텐션이 좋다. 어린 강아지나 작은 새를 감싸고 있는 듯한 텐션도 텐션이다. [사진 pixabay]

일반적으로는 부드러운 텐션이 좋다. 어린 강아지나 작은 새를 감싸고 있는 듯한 텐션도 텐션이다. [사진 pixabay]

다음 수준은 ‘텐션(Tension)’이다. ‘장력(張力)’을 말한다. 남녀가 서로 마주 보면서 양손을 맞댄다. 그리고 서로 체중을 앞으로 쏠리게 하면 손바닥끼리 마주치면서 힘이 팽팽하게 만나는 지점이 있다. 그 장력을 유지하며 춤을 추는 것이 텐션이다. ‘뉴턴의 운동 법칙’을 구성하는 제1 법칙 ‘관성의 법칙’, 제2 법칙 ‘가속도의 법칙’, 제3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 가운데 제3 법칙을 말한다. 한쪽의 어떤 힘이 작용할 때 반대쪽에서도 그만한 힘이 작용한다는 이론이다.

물론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도 춤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사람의 몸도 물리적으로 물체이기 때문에 움직이게 되면 관성을 제어하거나 가속도를 활용해 리드의 타이밍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속도의 법칙은 휠체어 탄 사람을 정지된 상태에서 밀기는 어렵지만, 이미 움직이고 있다면 그 방향으로 갈 때 조금만 더 밀어줘도 적은 힘으로 가속할 수 있다. 가만히 있는 여성을 움직이게 하려면 어렵지만, 여성의 스텝이 체중을 내려놓는 순간 타이밍에 맞춰 리드를 하면 여성이 쉽게 팔로우한다. 관성의 법칙은 우리 몸이 전진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발은 멈춰도 관성으로 상체는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 이때 상체를 반대쪽으로 기울여 관성을 줄여주는데, ‘스웨이(Sway)’라고 한다. 스키에서 회전할 때 몸을 반대쪽으로 기울이는 동작과 비슷하다.

텐션은 남녀가 춤을 출 때 아주 중요하다. 남녀 커플이 아니고 여여 커플일 때 절실하게 차이점이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이 텐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여성이 춤을 추는 데 남자의 체중과 완력이 신뢰감을 주게 된다. 반대로 텐션이 없다면 외견상으로만 붙잡고 있는 것이지 둘의 힘이 하나처럼 전달된 것은 아니다. 텐션이 없이 느슨하게 잡고만 있다면 상대방의 존재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텐션은 강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여성이 몸을 순간적으로 한 바퀴 회전하는 스핀 동작이나 날카롭게 각도를 꺾는 동작을 구사하기 위해 남성의 강한 반발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부드러운 텐션이 좋다. 어린 강아지나 작은 새를 감싸고 있는 듯한 텐션도 텐션이다. 새를 손으로 너무 세게 쥐면 죽고 말 것이다. 치약을 짜듯이 부드럽게 힘이 전달되면 좋다는 사람도 있다.

내가 치과에서 충치를 치료할 때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간호사가 움직이지 말라며 지그시 가슴을 눌러 줄 때 참으로 적당한 힘의 세기라고 느낀 적이 있다. 아프게 내 몸을 눌렀다면 오히려 나도 눌린 쪽의 고통까지 괴로웠을 것이다. 텐션은 일부러 힘으로 미는 것이 아니라 체중이 앞으로 자연스럽게 쏠리게 한 상태에서 부드럽게 맞닿는 기분이어야 한다.

남성도 텐션이 너무 강하면 좋을 리 없다. 남성의 팔 동작에서는 그리 힘을 준 동작이 아닌데도 연약한 여성으로서는 불편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남성도 텐션이 너무 강하면 좋을 리 없다. 남성의 팔 동작에서는 그리 힘을 준 동작이 아닌데도 연약한 여성으로서는 불편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여성이 지나치게 힘을 주는 경우도 많다. 텐션을 잘못 배운 것이다. 텐션이 너무 강하면 무겁다고 느껴진다. 무거운 여성을 좋아할 남성은 없다. 힘을 주면 같이 힘을 주게 되어 춤이 힘들고 경직되어 보인다.

남성도 텐션이 너무 강하면 좋을 리 없다. 남성의 팔 동작에서는 그리 힘을 준 동작이 아닌데도 연약한 여성으로서는 불편할 수 있다. 탱고처럼 밀착 강도가 높은 상태에서 스타카토까지 구사하는데 빠른 템포의 음악에 취하다 보면, 연약한 체구의 여성으로서는 받아내기 힘든 경우가 종종 생긴다. 여성이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룸바, 차차차 같은 라틴 댄스에서의 텐션은 필요할 때만 주는 텐션이다. 강약도 있다.  춤을 잘 추는 여성은 남성의 텐션을 십분 활용한다. 반면 왈츠 같은 스탠더드 댄스의 텐션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동호인들이 처음 스탠더드 댄스를 배울 때 스텝에 급급하다 보니 양팔이 늘어져서 텐션을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의 양팔은 수평으로 유지해야 한다. 거기서 서로 텐션을 유지해야 한다. 텐션이 무너지면 남성과 여성의 상체가 부어 버리거나 자세가 무너진다. 남성과 여성이 어느 정도 떨어져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텐션으로 하는 것이다. 스탠더드 댄스에서는 남녀의 갈비뼈 하단이 거의 붙는 듯한 동작으로 리드를 하고 리드를 받아내고 하지만, 텐션이 없으면 리드와 팔로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자이브처럼 피겨가 다양하고 많은 종목의 춤을 출 때는 남성이 양손을 이용해서 그때그때 타이밍에 맞춰 텐션으로 리드한다. 그래도 급하면 파트너만 알아들을 정도로 말로 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한쪽이 피겨를 제대로 못 외운 경우, 리드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에 유용한 방법이다. 남성이 팔을 들거나 해서 다음 피겨의 암시를 주는 방식도 리드의 방식이다. 텐션으로 리드하는 것을 ‘피지컬 리드(Phisical Leads)’라고 하고, 남자의 팔 동작, 손의 홀드, 바디 포지션 등으로 리드를 하는 방식을 ‘셰이핑 리드(Shaping Leads)’라고 한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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