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나오는 순간 '저승사자' 만났다, 블랙아이스의 비밀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1.15 05:00

강원도 평창군의 속사터널을 빠져나가면서 도로 온도를 측정하는 모습. 왕준열PD

강원도 평창군의 속사터널을 빠져나가면서 도로 온도를 측정하는 모습. 왕준열PD

11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IC 인근 도로. 눈·비가 많이 내리고 터널과 교각이 많은 복잡한 도로 지형 탓에 이른바 ‘블랙 아이스’로 불리는 도로 살얼음 사고가 잦은 곳 중 하나다. 블랙 아이스는 강수 및 습기가 도로의 틈 사이로 스며들어 낮은 기온에서 얼어붙는 현상을 말한다.

이날도 관측 차량이 도로를 순찰하면서 온도와 습도 등을 체크하고 있었다. 강릉국토관리사무소의 손원필 주무관은 “노면의 온도가 하강하게 되면 도로가 결빙되기 쉽기 때문에 밤부터 새벽까지 취약시간대에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며 “습도 역시 체크해서 60% 이상 올라가면 살얼음에 대비한다”고 설명했다.

터널 진입시 도로 온도의 변화. 왕준열PD

터널 진입시 도로 온도의 변화. 왕준열PD

손 주무관과 함께 관측 차량을 타고 도로의 온도와 습도 등을 측정했다. 속사터널 진입 직전에 영하 9.1도였던 노면 온도는 터널에 들어가자 조금씩 상승하더니 영상 1도까지 올랐다.

터널 진출시 도로 온도의 변화. 왕준열PD

터널 진출시 도로 온도의 변화. 왕준열PD

터널을 통과해 출구로 빠져나가자 노면 온도는 순식간에 영하 9.2도까지 떨어졌다. 터널 안과 밖의 도로 온도차가 10도까지 벌어졌다.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부 팀장은 “터널은 주로 산악 지역에 위치해 고도가 높고 그늘진 구간이 많은데 도로 운전자가 터널 밖의 노면 상태를 모르고 같은 속도로 운전하다 보면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계곡이 통과하는 교량도 지표면으로부터 공급되는 열이 없다 보니까 도로 결빙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한파 풀릴 때 더 위험…1도 이하서 결빙 나타나”

2019년 12월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 고속도로 영천방향에서 20여 대의 차가 연쇄 추돌했다. 사고는 새벽에 내린 비로 노면에 '블랙 아이스'가 생겨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12월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 고속도로 영천방향에서 20여 대의 차가 연쇄 추돌했다. 사고는 새벽에 내린 비로 노면에 '블랙 아이스'가 생겨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시스

겨울철에 주로 나타나는 블랙 아이스는 운전자의 생명을 직접 위협해 '도로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블랙 아이스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데다가 차의 회전을 예측하기 힘들어 연쇄 추돌 가능성이 크다. 블랙 아이스 사고로 해마다 199명이 사망하고,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1.6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한파 이후 추위가 풀렸을 때 쌓였던 눈이 슬러시 형태로 변하면서 도로 살얼음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이 녹아 도로 위로 흘러내린 물기가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 시간에 얼어붙으면서 블랙 아이스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기상과학원의 실험 결과, 기온이 1도에서 영하로 떨어질 때 도로 살얼음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기온도 영하면 속도 낮추고, 타이어 마모 점검”

블랙 아이스. 중앙포토

블랙 아이스. 중앙포토

기후 변화도 블랙 아이스 사고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겨울철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어는 비’(freezing rain)의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는 비’는 대기 온도는 영상이지만 도로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곳에서 내린 비가 곧바로 도로에 얼어붙는 걸 말한다. 해가 들지 않는 다리의 연결부나 터널 입출구, 굽은 도로(커브 구간) 등 그늘진 곳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평소보다 천천히 운전하는 게 사고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된다.

김 팀장은 “차량의 외기온도를 수시로 체크하고 영하로 떨어지면 차량의 속도를 낮추고 운행하는 게 좋다”며 “타이어가 마모되면 제동 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타이어 상태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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