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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시대의 뷰티시장은 달랐다…키워드로 뜬 ‘EYE’와 ‘I’

중앙일보

입력

불황에는 립스틱이 뜬다는 것도 옛말이다. 코로나 19로 유례 없는 불황을 맞이했던 지난해 화장품 업계의 새로운 스타는 아이 섀도였다. 늘 마스크를 쓰고, 그렇지 않을 때면 집에 머물렀던 지난 1년간 나타난 변화다.

색조보다 기초, 제약사 화장품 선방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면서 메이크업은 연해지고 피부는 한층 예민해졌다. 늘 쓰고 다니는 마스크로 예민해진 피부를 다독이기 위한 기초 화장품이 주목받은 한 해였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화장품 시장을 강타한 화두는 ‘진정 케어’다. 마스크 착용 일상화로 피부 트러블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판테놀·티트리·시카·어성초 등 피부 진정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 매출이 2020년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마스크 등 외부 환경에 자극받은 피부를 위한 '진정 케어'가 주목받았다. 사진 올리브영

마스크 등 외부 환경에 자극받은 피부를 위한 '진정 케어'가 주목받았다. 사진 올리브영

덕분에 주로 피부과나 약국에서 판매하는 ‘더모 코스메틱(피부 의학 화장품)’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확실한 처방을 주는 화장품이라는 인식에 민감한 피부 관리에 좋다는 생각이 더해져서다. 특히 동국제약·대웅제약 등 비교적 초기에 진입한 제약사 화장품이 선방했다. 화장품 제조사 한국콜마 관계자는 “코로나 19 기간에도 국내 기초 화장품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으며,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같은 브랜드는 오히려 판매가 더 잘됐다”고 했다. CJ올리브영 역시 2020 결산 보고서에서 “민감한 피부 관리의 원조 격인 더모 코스메틱의 경우 최근 한국 브랜드를 중심으로 ‘K-더마’ 열풍이 불고 있다”고 발표했다.

피부 본연의 건강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피부과 화장품으로 불리는 더모 코스메틱이 선방했다. 사진 동국제약 인스타그램

피부 본연의 건강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피부과 화장품으로 불리는 더모 코스메틱이 선방했다. 사진 동국제약 인스타그램

글로벌 뷰티 컨설팅 기업인 뷰티스트림즈의 진정임 한국 대표는 “코로나19로 면역 케어, 건강이 화두가 되면서 본질적으로 건강한 피부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고, 화장품에 기대하는 요구 역시 더 단순하고 정직해졌다”며 “치료와 처방 개념이 들어간 더모 코스메틱 시장이 커진 이유”라고 분석했다.

립스틱 대신 아이 섀도, ‘줌’ 시대에도 눈 화장은 한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서 립스틱 등 메이크업 제품의 인기는 하락했다. 뷰티스트림즈는 지난해 10월 발간한 ‘오픈스트림 글로벌 인더스트리 써밋’ 보고서에서 “색조 화장품은 이번 코로나 19 위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카테고리”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사용 등으로 화장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색조 화장품의 사용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했다. 패션 전문매체 비즈니스오브패션(이하 BoF)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컴퍼니가 공동 발간한 글로벌 패션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2020년 상반기 뷰티 산업 매출은 10~30% 정도 감소했고, 이 중 많은 부분이 색조 화장품에 해당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NPD그룹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세계 색조 화장품 매출이 연평균 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색조 화장품 매출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아이 메이크업 제품은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 언스플래쉬

색조 화장품 매출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아이 메이크업 제품은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 언스플래쉬

다만 색조 화장품 중 상대적으로 선방한 품목도 있다. NPD 그룹은 2019년에 비해 2020년 2분기 미국에서 고급 아이 메이크업 제품이 6% 성장했다고 밝혔다. BoF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난해 6월 열린 쇼핑 페스티벌 기간 중 인기 메이크업 카테고리가 입술에서 눈으로 이동했으며, 아이 메이크업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159% 성장했다.

눈 화장을 위한 제품이 특히 주목받은 이유로 업계에선 화상 회의 플랫폼을 꼽는다. 집에 고립되어 있더라도, ‘줌’ 등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만남이 이어지면서 화면상에서보다 또렷한 인상을 만들기 위한 메이크업이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유튜브에선 ‘온라인 수업 메이크업’ ‘화상 면접 대비 메이크업’ ‘화상회의 화면발 메이크업’ 등의 메이크업 콘텐트가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

비대면 미팅이 늘어나면서 화상 미팅을 대비한 메이크업 노하우가 인기를 끌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비대면 미팅이 늘어나면서 화상 미팅을 대비한 메이크업 노하우가 인기를 끌었다. 사진 유튜브 캡처

CJ올리브영 역시 2020 결산 보고서에서 “마스크를 쓰면 노출되는 눈을 위한 강렬한 메이크업 제품이 주목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마스카라·아이라이너 부문 히트 상품으로 예년과 달리 강한 발색과 지속력을 내세운 마스카라가 선정된 이유다. 국내 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올해 메이크업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이 아이 섀도 팔레트”라며 “화려한 색보다는 갈색·베이지 등 눈가 피부에 음영을 주는 기본색으로 구성된 실용적 제품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고 귀띔했다.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 늘 선두를 달렸던 립스틱 대신 아이 섀도 팔레트가 주목받은 한 해였다. 사진 언스플래쉬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 늘 선두를 달렸던 립스틱 대신 아이 섀도 팔레트가 주목받은 한 해였다. 사진 언스플래쉬

피부 화장용으로는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제품이 인기였다. 마스크에도 무너지지 않는 메이크업이라는 의미로 ‘마스크프루프(mask-proof) 메이크업’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피부 윤기나 촉촉함을 강조하던 이전과 달리, 피부에 밀착돼 묻어나지 않음을 강조하는 쿠션 팩트나 파운데이션, 가벼운 메이크업 베이스 제품이 주목받았다.

결국 ‘나’ 돌봐야, 건기식·셀프케어 뜬다

코로나 19로 뷰티 산업 전반이 침체한 한 해였지만, 반대로 기회도 있었다. 화장품은 고립된 상황에서 사람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목적이 아닌 기분 전환이나 자신을 응원하기 위한 마음으로 붉은색 립스틱을 꺼내 들 수도 있단 얘기다. 이는 불황기에 비교적 저가의 사치품을 소비함으로써 심리적 만족감을 높이고 싶어 하는 ‘립스틱 효과’와 일맥상통한다.

코로나 19라는 강력한 외부적 스트레스 요인에 대항하여 집에서 뷰티 케어를 통해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얻으려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헤어와 바디 케어에 관심을 갖고 관련 제품을 소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BoF와 맥킨지&컴퍼니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의 셀프 케어 카테고리에서 네일 케어와 염색약 부문이 2019년에 비해 각각 300%, 200% 성장했다.

아마존의 셀프케어 카테고리에서 네일 케어와 염색약 부문이 2019년에 비해 2020년 각각 300%, 200% 성장했다. 사진 언스플래쉬

아마존의 셀프케어 카테고리에서 네일 케어와 염색약 부문이 2019년에 비해 2020년 각각 300%, 200% 성장했다. 사진 언스플래쉬

자신을 돌보려는 트렌드를 타고 확대되어온 건강식품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성장세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지면서 CJ올리브영에서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건강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그간 홍삼·비타민·유산균이 주류를 이뤘던 건강식품 시장은 이제 콜라겐·히알루론산 등 먹는 화장품과 눈·간 건강 등 국소 부위 집중 관리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내 중견 화장품 업체 클리오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도전한다고 발표 했다. 업계에 따르면 클리오는 건기식 사업부를 별도로 마련, 오는 2월 이삼십대 여성들을 위한 먹는 콜라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 자신을 돌보며 본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사진 언스플래쉬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 자신을 돌보며 본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사진 언스플래쉬

진정임 뷰티스트림즈 한국 대표는 “코로나 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며 본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의식이 강해졌다”며 “뷰티 케어를 통해 휴식과 스트레스 완화, 진정한 웰빙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은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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