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부양의무제 전면 폐지…‘방배동 모자 비극’ 재발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14 18:15

서울시가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이 파악되면 공적 지원 제도에서 배제하는 ‘부양의무제’를 전면 폐지한다. 지난해 세상에 알려진 ‘방배동 모자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TV 등 전자기기 플러그에 ‘스마트 플러그’를 설치, 일정 기간 전력 사용량이 변하지 않으면 생활지원사가 현장을 확인하는 등 보완대책도 마련했다.

30년 전 이혼한 남편, 딸 소득 때문에…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12월 3일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여성 김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김씨 시신은 상당히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김씨의 아들 최모(36) 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5월 사망했고, 최씨는 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동작구 이수역 근처에서 노숙을 했다. 김씨 모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지만, 가스요금만 수개월이 밀리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김씨 모자의 사정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부양의무제 폐지 요구가 빗발쳤다. 부양의무자가 가진 소득·재산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서 국가로부터 제대로 기초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었던 탓이다. 이들의 부양의무자는 30여년 전 이혼한 전 남편과 연락이 두절된 김 씨의 딸이었지만 김씨는 이들에게 연락하기를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모자는 월 28만원 수준의 주거비를 제외하고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도 받지 못했다.

“방배동 비극, 다신 없어야”…보장 가구 소득·재산만 본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초구 수급자 (방배동 모자) 사망사건 관련 서울시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개선대책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초구 수급자 (방배동 모자) 사망사건 관련 서울시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개선대책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는 14일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기존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시스템을 재검토했다”며 “전국 최초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가 대상이다. 폐지 시기는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위원회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이뤄진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수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대상자를 위한 제도다. 기존 수급 대상자가 되기 위해선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45% 이하여야 하고, 재산은 1억3500만원 이하가 돼야 했다. 여기에 부양 의무자가 일정 기준의 소득(월 491만5910원ㆍ1인 기준)과 재산(6억원)을 갖고 있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보장 가구의 소득·재산만으로 수급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경우 총 수급자는 4168가구다. 부양의무제가 폐지되면 약 2300가구가 새로 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전망했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보장가구 소득평가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보장가구 소득평가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초생활보장제도도 완화…“어르신 집, 스마트 기기로 관리”

보건복지부 역시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급여의 부양 의무자 기준을 완화했다. 1월부터 신청자 가구 중 노인·한 부모가 포함된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식이다. 오는 2022년부터는 전면 폐지한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각 자치구가 보건복지부의 단전·단수·공과금 연체 등 정보를 받아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 가구를 제외한 ‘신규 대상자’만 포함돼 있어 사각지대가 있었다. 서울시는 “기존 수급자나 차상위 가구를 포함하도록 복지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 가구 중 노인ㆍ한부모가 포함될 경우 부양의무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2022년부터는 폐지된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 가구 중 노인ㆍ한부모가 포함될 경우 부양의무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2022년부터는 폐지된다. [보건복지부]

또 IT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고립도가 높은 어르신 가구 등을 관리하기로 했다. 65세 이상 독거 어르신 등 가정에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설치해 일정 시간 동안 움직임이 없거나 온도·습도·조도 등에 이상이 있을 경우 생활지원사가 전화하거나 현장을 방문하는 식이다. 중장년 1인 가구에는 TV 등 전자기기에 ‘스마트 플러그’를 부착해 전력 사용량도 감지하기로 했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방배동 모자 가구의 비극은 코로나19 상황이 변명이 될 수 없는, 안타까운 복지 사각지대의 그늘”이라며 “서울시는 보다 촘촘한 공공의 복지망을 가동해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을 발굴해 위기에 놓인 시민을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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