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는 필수" 강남 고교생 절반만 진학…인서울大 1/3은 재수생

중앙일보

입력 2021.01.14 13:31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지난해 서울 강남 지역 고교 졸업생 중 절반 정도만 대학에 간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강남 지역 학생들이 상위 대학 진학을 위해 재수를 선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재 대학의 재수생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14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교육통계서비스에 공시된 대학 입학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고교 대학 진학률은 72.5%로 전년(70.4%) 대비 2.1%p 높아졌다. 2008년 83.8%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꾸준히 감소해 60%대까지 떨어졌던 대학 진학률은 재작년부터 다시 70%를 상회하고 있다.

진학률 상승 배경에는 급감한 고교 졸업자 수가 있다. 2020년 고교 졸업자는 50만373명으로 한 해 만에 6만8363명 줄었다. 졸업자 수는 1년 새 약 12% 감소했지만 대학 진학자 수는 9.3% 감소하는 데 그쳤다. 대학에 가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도 전체 학생 수 감소 추세가 더 가팔랐기 때문에 진학률이 상승한 것이다.

인서울 대학 신입생 3명 1명은 재수…학생 감소·재수 증가 탓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한 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한 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은 상승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대입을 2번 이상 치른 학생)은 34%를 차지했다. 신입생 3명 중 1명은 재수생인 셈이다. 이는 최근 10년새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4년제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도 24.5%로 10년새 최고였지만 특시 서울 소재 대학의 재수생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 추이 [표 종로학원하늘교육]

최근 10년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 추이 [표 종로학원하늘교육]

자료를 분석한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재수가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상위권 학교가 몰려 있는 서울권 대학의 재수생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년 줄고 있는 고교생 졸업자도 재수생 비율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재수생 수가 늘지 않더라도 고3 학생 수가 줄면 재수생 비율은 증가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생이 약 10% 감소한 올해도 재수생 비율 증가가 예상된다.

강남권 대학 진학률 50% 그쳐…필수가 된 '고교 4학년'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에서 2021학년도 대입전략 설명회가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에서 2021학년도 대입전략 설명회가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진학률은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경상남도와 세종·울산·광주시는 80% 이상의 대학 진학률을 보였지만, 경기도와 인천시는 각각 70.5%, 70.8%에 그쳤다. 서울은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58.7%로, 전국 평균보다 13.8%p 낮다.

학교 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도 이른바 '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초·강남구의 2020년 대학 진학률은 각각 49.7%, 50.6%로 유독 낮다. 고교 졸업자 가운데 대학에 가는 학생이 절반밖에 안 되는 것이다. 대표적 입시 명문고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휘문고의 대학 진학률은 39.7%에 불과하다.

2020년 시도별 고등학교 대학진학률 [표 종로학원하늘교육]

2020년 시도별 고등학교 대학진학률 [표 종로학원하늘교육]

물론 해외 유학이나 취업을 한 학생도 있을 수 있어 대학 진학률 만으로 재수생 비율을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입시 업계에서는 교육열과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 특성상, 상당수 학생이 재수를 위해 진학을 미루는 것으로 추정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2000년대 들어 수시 비율이 높아지면서 내신에서 불리한 강남권 학생의 재수 선택은 꾸준히 늘어왔다"며 "최근 생긴 재수생 비율 증가는 정시의 문이 좁아지면서 생긴 일종의 병목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정시 확대…재수 비율 줄까

다만 대입에서 정시 비중이 늘면서 재수 증가 추세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앞서 2019년 교육부는 서울 주요 대학에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여달라 주문했다. 수능 성적이 앞서는 '교육 특구' 고교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오종운 이사는 "정부가 강남 학생을 위해서 정시를 늘린 건 아니겠지만, 숨통을 터준 건 맞다"면서 "학생 수도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재수생 비율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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