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와 영화 찍으러 한국 온 프랑스 감독 "봉준호 천재, 송강호 욕심나"

중앙일보

입력 2021.01.14 10:58

업데이트 2021.01.14 12:47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랑스 영화 '#아이엠히어'를 세계 최초로 상영한 주연 배우 배두나와 프랑스 감독 에릭 라티고.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랑스 영화 '#아이엠히어'를 세계 최초로 상영한 주연 배우 배두나와 프랑스 감독 에릭 라티고.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사적인 걸 과장해서 보여주죠. 영화 속 스테판이 ‘나는 여기 있다(I am here‧아이엠히어)’고 해시태그(#)를 다는 순간 사실 그는 거기 있지 않아요. ‘나는 여기 있다’의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되는 영화예요.”
영화 ‘#아이엠히어’에서 SNS 친구 수를 만나러 무작정 서울에 온 프랑스 셰프 스테판의 여정을 그린 프랑스 감독 에릭 라티고(57) 말이다.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영화를 공개한 자리에서다. 1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14일 개봉 프랑스 영화 '#아이엠히어'
프랑스 스타 알랭 샤바, 배두나와 호흡
에릭 라티고 감독 "한국 방역 훌륭…
풍성한 문화예술 꽃피는 나라죠"

프랑스 스타 알랭 샤바, 배두나 만나러 서울행

한국에선 음악영화 ‘미라클 벨리에’, 서스펜스물 ‘빅픽쳐’로 알려진 그다. 프랑스 국민배우 알랭 샤바(‘디디에’ ‘타인의 취향’)와 로맨틱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에 이어 다시 뭉쳐 전체 분량의 70%를 한국에서 찍었다. 그 상대배역을 배두나가 맡았다. 눈치도, 대책도 없는 스테판은 연락이 끊긴 수를 해시태그하며 애타게 찾아 헤맨다. 촬영은 2018년 가을과 이듬해 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벚꽃 만발한 여의도와 종로타워‧광장시장‧청계천 등 서울 곳곳을 담았다. 그에게 한국에서 촬영한 이유를 묻자 “풍부한 문화‧예술이 꽃피고 있는 나라여서”라고 답했다.

프랑스 배우 알랭 샤바가 배두나와 호흡 맞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이엠히어'. 전체 분량의 70%를 한국에서 촬영했다. 주인공 스테판이 열흘 이상 머무는 인천공항 장면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감독과 작가가 실제 공항에서 일주일 가량 머물기도 했다. [사진 NEW]

프랑스 배우 알랭 샤바가 배두나와 호흡 맞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이엠히어'. 전체 분량의 70%를 한국에서 촬영했다. 주인공 스테판이 열흘 이상 머무는 인천공항 장면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감독과 작가가 실제 공항에서 일주일 가량 머물기도 했다. [사진 NEW]

배두나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친구인 니콜라스 제스키에르(패션 디자이너) 덕에 10년 전 소개받았다. 저는 항상 배두나의 신선함, 신비로운 외모, 다양한 얼굴을 좋아했다. 배두나가 공간에 스며들 때의 모습이 너무 좋다. 품위가 있다. 코미디‧작가주의 영화‧액션‧드라마 모든 것을 소화해내는 정말 보기 드문 배우다.”
마치 관광영화처럼 인천공항부터 한국의 구석구석을 담았다.  

“새로운 도시에 가면 다양한 음식‧장소를 접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않나. 서울은 다양한 문화, 시대의 변화가 다 한 공간에 모여있다. 이미지적으로 옛것과 현대적인 것을 같이 보여주면서 스테판과 수의 상반된 캐릭터도 묘사할 수 있었다.”

'#아이엠히어'에서 무작정 한국에 온 스테판(알랭 샤바, 왼쪽부터)은 SNS 친구 수(배두나)를 어렵게 찾아낸다. 서울의 좁은 골목 풍경도 담겼다.[사진 NEW]

'#아이엠히어'에서 무작정 한국에 온 스테판(알랭 샤바, 왼쪽부터)은 SNS 친구 수(배두나)를 어렵게 찾아낸다. 서울의 좁은 골목 풍경도 담겼다.[사진 NEW]

스테판은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한다고 한다.

“유럽사람이 약간 서로 ‘터치’하는 데 익숙하다면 한국 사람은 그런 것에 닫혀있는 것 같다. 한국을 알기 전에 두나씨를 만나면서 한국 사람은 개방적이고 되게 다양한 것을 궁금해하고 잘 흡수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한국에 왔을 땐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잘 몰랐던 한국 사람들의 면모에 자극도 받았다.”

한국식 '눈치', 영혼이 다니는 종묘 길 흥미로워

그가 영감 받은 것 중엔 한국식 ‘눈치’도 있다. 그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작가가 문화 차이에 관한 소재로 찾아냈다”면서 “프랑스인들은 직설적이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서로 교류하며 배워나가는 게 재밌다”고 했다. 스테판이 ‘종묘’에 간 장면에선 왕들의 혼이 다니는 길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종묘에 갔을 때 영혼들의 길이 있어서 사람은 밟지 않고 비워둬야 한다는 것에 감동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아이엠히어'에서 수수께기의 한국 여성 수를 연기한 배두나. 2년 전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첫 공개하며 그는 "미국‧일본 작품도 했지만, 한국 배경의 외국 작품 안에 있으면 확실히 떨린다"고 털어놨다. [사진 NEW]

'#아이엠히어'에서 수수께기의 한국 여성 수를 연기한 배두나. 2년 전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첫 공개하며 그는 "미국‧일본 작품도 했지만, 한국 배경의 외국 작품 안에 있으면 확실히 떨린다"고 털어놨다. [사진 NEW]

부산영화제 상영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배두나는 “알랭 샤바라는 최고의 배우와 호흡을 잠시나마 맞췄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면서 “‘킹덤’ 시즌2 찍던 중에 (이 영화를 위해) 매일밤 프랑스어 대사 코치와 스카이프로 발음 연습하느라 힘들었지만 좋은 기회에 불어도 배웠다”고 돌이켰다.

'살인의 추억' 봉준호는 천재…송강호도 욕심나

라티고 감독은 캐스팅 욕심나는 한국 배우로 송강호를 꼽았다. “2004년 프랑스 코냑영화제에서 ‘살인의 추억’을 본 이후 한국영화에 푹 빠졌다. 송강호도 너무 좋아한다”면서다.

“‘살인의 추억’ 보면서 감독이 누굴까, 진짜 궁금했어요. 형사들의 수사가 미궁에 빠지는 부분들은 어떻게 저런 식으로 표현했을까. 천재다. 그러면서 봤죠. 어려운 부분을 쉽고 단순하게 설명해 큰 충격을 받았어요.”

영화 '#아이엠히어' 촬영 현장에서 프랑스인 감독 에릭 라티고가 주연 배우 알랭 샤바와 함께한 모습이다. 한국 개봉명은 극 중 주인공 스테판이 SNS에 '나 여기 있다'고 표시하는 해시태그를 영어로 번역한 것으로, 프랑스어 원제는 '#jesuisla'다. [사진 NEW]

영화 '#아이엠히어' 촬영 현장에서 프랑스인 감독 에릭 라티고가 주연 배우 알랭 샤바와 함께한 모습이다. 한국 개봉명은 극 중 주인공 스테판이 SNS에 '나 여기 있다'고 표시하는 해시태그를 영어로 번역한 것으로, 프랑스어 원제는 '#jesuisla'다. [사진 NEW]

그는 2019년 봉준호 감독과 리옹에서 열린 뤼미에르영화제에서 조우한 경험도 들려줬다. “무대에 오르기 전 10초 정도 마주했죠. 그의 작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했고 봉준호 감독도 ‘고맙다’고 다정하게 답해주더군요. ‘쿨한’ 만남이었어요.” 그는 “박찬욱 감독과도 프랑스에서 몇 번 저녁을 먹었다”면서 “박찬욱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좋다. 아주 독특하다”고 말했다.

K방역 잘해…한국서 추억 쌓은 영화 잘 전해지길  

한국에서 찍은 지 2년 만에 코로나19 속에 개봉하게 된 터다. 근황을 묻자 “지금 코로나 때문에 프랑스 상황은 아주 복잡하다”면서 “코미디가 따로 없다. 프랑스는 현재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더 이상 예산도 없다. 정말 실망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국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부터 방역을 아주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잖아요. 나라마다 저마다의 가치와 종교, 사회, 그리고 정부에 따라 저마다의 방침이 있어요. 한국인들은 우리(프랑스)와 달라서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요. 나는 이 멋진 (영화) 촬영을 위해 한국에 갔었고 수많은 추억을 만들었죠. 여러분(한국 관객)에게도 이 영화가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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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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