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강수의 시선

‘민정수석 신현수’ 관찰 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2021.01.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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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강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뇌리에 좋은 인상으로 깊이 각인된 검사는 두 명이라고 합니다. 현직은 ‘항명’ 검사 윤석열, 전직은 대선 캠프 멤버인 신현수입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윤석열을 중용했습니다. 검찰 개혁은 법학자 출신 조국 민정수석에게 맡깁니다. 법무부 장관, 민정수석에 동시 거론됐던 신현수는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살짝 비켜 놓습니다. “검찰 출신은 검찰 개혁 제대로 못한다”는 견제 논리가 통한 겁니다. 조국은 검찰 개혁에 진력했지만 민정수석 본래 역할은 등한시했습니다. 막강한 권한을 쓸 줄 몰랐고 쓸 시간도 없었던 겁니다. 특별감찰반원의 내부 폭로로 권부의 중앙에 일찌감치 큰 구멍이 납니다. “대통령의 힘은 민정수석실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밖에 나가 싸우느라 안방까지 내준 격입니다. 조국의 뒤를 이은 감사원 출신 김조원·김종호 역시 자리만 지키다 ‘추·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내려갔습니다.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직언하는 법률가”
윤석열 총장과는 ‘케미’ 잘 맞아

돌고 돌아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 신현수 민정수석 카드’를 뽑았습니다. 적임자인지 톺아봤습니다. 약력은 이렇습니다. ‘58년 개띠, 서울 출생, 여의도고·서울 법대 졸업, 1984년 사법시험 26회 합격.’

제가 그를 처음 본 건 1995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마약 담당 검사였을 때입니다. 조폭·마약 검사 몇이 외부 영어 강사를 초빙해 회화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이듬해 미국 마약청(DEA)에 6개월 연수를 가고 몇해 뒤 UN대표부 법무협력관으로 파견근무한 것을 알고 미리 계획이 다 있었구나, 생각했습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검 중앙수사부의 연구관이던 1997년 한보 비리 사건 2차 수사팀(심재륜 드림팀)에 합류,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구속에 힘을 보탭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이 돼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을 보좌합니다. 청와대 파견 근무 후 “선후배 검사들에게 누가 되기 싫다”며 친정인 검찰에 돌아가지 않고 사표를 냈습니다. 극히 드문 케이스였습니다.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는 문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왔습니다.

그를 다시 본 건 2018년 초였습니다. 국정원 기조실장이던 그는 “국정원 국내 파트의 동향 파악이나 대관업무는 사정비서관 때부터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피력합니다. 슬픈 가족사의 일단도 그때 들었습니다. “딸 둘을 뒀는데 하나는 미국 살고 하나는 천국에 삽니다. 둘째 딸이 먼저 갔어요. 쉬 이즈 인 헤븐(she is in heaven)”. 건장한 남성이 무심히 털어놓은 단장애사(斷腸哀史). 그 말에 마음이 쿡 찔렸습니다. 그가 부르던 에릭 클랩튼의 ‘티어스 인 헤븐(Tears in Heaven)’이 사무치게 애절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고위 공직에 이름이 오르내릴 때마다 가족이 힘들어한 이유도 어설피 공감이 갔습니다.

검찰 출신 인사들에게 탐문했더니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친합니다. 과거 윤석열 총장에게 총선 출마 제의를 했었고 최근 다시 미국으로 간다는 그분입니다. 윤 총장과의 관계는 어떨까요. “현수는 서울 법대 78학번 과대표를 했고 석열이는 79학번이다. 나이는 현수가 두살 많고 사시는 7기수 앞선다. 서로 친하다. 대립적 관계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다. 기본적으로 (추·윤 갈등 국면에서) 현수가 ‘석열이가 잘못하고 있다’고 비난 안 했다. 거꾸로(※추 장관 비판)였지.”(법대 동문)

한 전직 검찰총장이 신박하게 정리해줍니다. “둘이 심정적으로 굉장히 ‘케미’가 통한다. 기본 바탕이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다고,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다고 한다. 내편네편보다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하다.”

신 수석을 조국 같은 ‘강남좌파’라고 볼 수 있나.
“무의미한 구분이다. 진보와 보수 상관없이 할 말 하고 할 일 한다. 배려심과 연민의 정이 많은 법률가다.”

신 수석은 이 정부의 ‘순장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인사·감찰권 전횡으로 사분오열된 검찰 조직을 추슬러야 할 책임이 막중합니다. 1월 검찰 정기인사는 시험대입니다. 편중·편향·편가르기 인사부터 바로잡길 기대합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고위 공직자 비리 사정·예방 등 민정수석실 기능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추 장관의 폭주를 막지 못한 건 무기력했던 민정의 탓도 큽니다. 신 수석이 언젠가 했던 말을 반추해봅니다. “국민들은 검사들이 매일 접대받는다고 여길지 모르나 저는 열잔 중에 아홉잔은 세 빠지게 일하다가 마시는 겁니다. 산다는 게 혼자 가면 도저히 잘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 지켜보면서 같이 가자는 말씀, 어렵지만 드립니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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