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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 출금' 직접 나선 윤석열…'재배당' 묘수 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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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임현동 기자

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임현동 기자

대검찰청이 1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 및 은폐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수원지검 형사 3부(부장검사 이정섭)로 전격 재배당했다. 또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은 이 사건 수사지휘에서 배제하고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이 지휘하도록 맡겼다. 이 대검 형사부장은 2019년 3월 23일 불법 출금 당시 장관 정책보좌관으로서 사후 대응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한 달 뭉갠 안양지청→수원지검으로 수사팀 교체 #2019년 장관 보좌관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지휘배제

이번 조치는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이 법무부 윗선으로 확산하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8일 사건을 배당받은 안양지청은 수사 뭉개기 비판까지 받자 야당이 요구한 특임검사 대신 장관 승인 절차 없이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재배당’이라는 묘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바뀐 수사팀장…"2019년 김학의, 2020년 조국 기소한 검사"  

대검은 이날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의 김 전 차관 출국정보 무단 조회 및 당시 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의 출금 서류 조작 관련 고발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 3부(부장 김제성)에서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로 재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정섭 부장검사가 여환섭 광주지검장이 2019년 단장을 맡아 진행했던 김학의 수사단에서 김 전 차관을 수사했고 공판까지 맡았던 게 이유”라며 “더군다나 김 전 차관 사건의 본류를 수사했던 검사가 불법 출금 논란까지 맡는 것이기 때문에 더 공정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수사팀을 교체한 게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특임검사 카드보다 더욱 ‘묘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임검사 임명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뇌물수수 혐의와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김상선 기자

뇌물수수 혐의와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김상선 기자

새롭게 주임 부장을 맡게 된 이 부장검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재직 당시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뇌물수수 의혹을 재수사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기소된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도 수사했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 조 전 장관과 백원우·박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재판에서 “수사팀 구성원은 그대로인데 김학의 수사를 할 때 박수를 치던 분들이 이번 수사를 할 때는 비난을 했다”며 김 전 차관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아(彼我)는 정치와 전쟁에서는 생길 수 있지만, 형사의 영역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수사의 피아는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려는 ‘피’와 밝히려는 ‘아’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안양지청서 한 달 묵힌 김학의 사건

윤석열 총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로 재배당을 하면서도 대검 지휘라인을 이종근 형사부장이 아닌 특수 사건을 전담하는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이 맡도록 했다.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원 안)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항공기 탑승 직전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출국을 제지당했다. 공항에 5시간가량 대기하던 김 전 차관이 23일 새벽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JTBC 캡처]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원 안)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항공기 탑승 직전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출국을 제지당했다. 공항에 5시간가량 대기하던 김 전 차관이 23일 새벽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JTBC 캡처]

이 부장은 박상기 장관 정책보좌관이던 2019년 3월 23일 오전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직후 법무부 출입국본부 사무실에 내려와 대응책을 지시한 정황이 공개됐다. 출입국심사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엔 “그 정책보좌관 계속 와서 얘기하는데(중략) 엄청 지시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 전 차관 사건은 배당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수사에 진척을 내지 못하면서 각종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초 공익신고자가 야당을 통해 넘긴 각종 증빙 자료를 넘겨받고서도 신고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탓이다.

이에 안양지청 지휘라인이 모두 김 전 차관 출금 과정의 ‘가짜 사건 번호’ 은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이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근무연(緣)이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근수 안양지청장은 함께 중앙지검 2차장, 박진원 차장검사도 짧게나마 중앙지검 부장검사로 일했기 때문이다. 안양지청 측은 “다른 배경이나 뭉개기 의혹은 일절 없다”고 일축했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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