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올림픽 개최가) 어렵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하지 못한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조직위 신년 강연에서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도쿄를 비롯한 일본 수도권에 긴급사태가 선언된 상황에서 개회까지 200일도 채 남지 않은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복잡한 심경을 이렇게 드러냈다.
日 모리 위원장, 복잡한 심경 드러내 #"긴급사태 3월까지 가면 어려워"지적도 #IOC 파운드 위원 "진행 장담 어렵다 "
모리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내가 여기서 주춤하거나 망설이거나 하면 모든 것에 영향을 주게 된다. 끝까지 담담하게 예정대로 추진해 나간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연일 악화해 수도권에만 내려졌던 긴급사태 선언이 14일부터 전국 11개 지자체로 확대된다.
긴급사태 발령은 일단 2월 7일까지로 예정됐으나, 그 사이 코로나 확산세가 어느 정도나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대회조직위 안에서도 "만약 긴급사태가 3월까지 이어지면 올림픽 개최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국민 80%, "올림픽, 연기나 취소해야"
여론은 이미 돌아서고 있다. 10일 교도통신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5%는 "(올림픽을) 중지해야 한다", 45%는 "재연기해야 한다"고 답해, 응답자의 80%가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13일 NHK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6%만이 올림픽을 예정대로 열어야 한다고 답했다. 38%의 응답자는 '중단해야 한다'고 했고, 39%는 '더 연기해야 한다'고 답해, 부정적인 여론이 77%에 달했다.
올림픽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NHK 보도에 따르면 개최국인 일본도 대표 선수를 아직 20% 정도밖에 선발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코로나 상황으로 연습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외에 각국 대표단과의 협의, 성화 릴레이, 선수단 입국, 개회식 준비, 의료진 확보 등 준비해야 할 것은 많지만, 앞으로의 감염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몰라 결정에 애를 먹고 있다.
"차라리 2024년으로 연기" 주장도
지난해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개최 1년 연기를 발표한 건 3월 24일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 결정에 앞서 현역 IOC 위원 중 최장기간 재직한 딕 파운드(79·캐나다) 위원이 "올림픽 연기"를 앞서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그런 파운드 위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7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에 대해 "(열린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인터뷰에서 현재 도쿄올림픽 문제가 "방 안의 코끼리"라고 했다. 모든 사람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도쿄올림픽을 아예 2024년으로 연기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조정부문 4연속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영국의 매슈 핀선트(50) 선수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도쿄에는 2024년까지 연기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고, 파리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는 2032년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12일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안전한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예정대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