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하루 20시간 잠 자고 물도 안 먹는 코알라의 생존법

중앙일보

입력 2021.01.13 13:00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26)

호주에는 다른 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특이한 동물이 많다. 복부에 새끼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유대류 동물도 거의 모두 호주에 분포한다. 그중에서 코알라는 독특한 외모와 행동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캥거루와 함께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코알라(Koala, Phascolarctos cinereus)는 분류학적으로 유대목 코알라과에 속하는 단일종이다. 자연 서식지는 호주 동부의 3개 주인 퀸즈랜드·뉴사우스웨일스·빅토리아에 한하며 서식지에 따라 3개 아종으로 나누기도 한다. 체구에 비해 큰 머리, 꼬리 없이 옹골차게 보이는 체구, 털로 덮인 동그란 귀, 스푼 모양의 큰 코를 가진 외형은 그 자체가 귀여운 인형 같다.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잠자는 모습까지도 사람들의 눈을 붙잡는다. 체중은 4~15kg, 몸길이가 60~85cm이며 모색은 은회색부터 짙은 갈색까지 다양하다. 수컷이 암컷보다 50%는 더 크다. 북부의 퀸즈랜드 지역 개체는 체구가 가장 작고 모색이 엷다. 남부의 빅토리아 지역 개체는 퀸즈랜드 것보다 2배 정도 크고 모색은 짙다.

코알라는 독특한 외모와 행동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캥거루와 함께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사진 pixabay]

코알라는 독특한 외모와 행동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캥거루와 함께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사진 pixabay]

코알라는 나무 위에서 홀로 지내며 주로 야간에 활동한다. 주식은 유칼립투스 잎으로 700여종의 유칼립투스 중에서 비교적 단백질 함량이 많고 섬유질이 적은 30종 정도를 선호한다. 하루에 0.5~1㎏ 정도의 나뭇잎을 4~6차례 나누어 먹는다. 흔히 유칼립투스 잎에는 마취제 성분이 있어 코알라가 잠을 많이 잔다고도 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영양소가 적은 유칼립투스 잎을 먹기 때문에 다른 동물같이 활동하기에는 에너지원이 너무 부족하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하루에 20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하기에 낮에는 물론 밤에도 거의 잠에 취해 있어야 한다. 유칼립투스 잎에는 수분이 많이 있어 별도로 물은 거의 먹지 않는다. ‘코알라’란 명칭도 원주민 말로 ‘물을 안 먹는다’라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신체구조에도 특이한 부분이 많다. 발가락은 5개로 나뭇가지를 잡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앞발의 1, 2번 발가락은 사람의 엄지와 같이 나머지 발가락과 대칭으로 위치한다. 발가락 끝에는 꼬챙이 같은 예리한 발톱이 있다. 뒷발은 1번 발가락만 대칭으로 되어있으며 2, 3번 발가락은 붙어있다. 1번 발가락에는 발톱이 없으나 두툼한 형태로 버티는 힘이 강하다. 상반신에 비해 길고 강한 앞발과 허벅지 근육, 예리한 발톱은 나무를 쉽게 오르게 하고 잠을 잘 때도 떨어질 위험이 없다. 척추 끝 엉덩이 부근에는 연골 패드가 있어 나뭇가지에 편안한 상태로 오래 앉을 수 있다.

뇌의 크기는 포유류 중에서 체중에 비해 가장 작다. 무게는 평균 19g 정도로 표면은 매끄러워 원시적인 동물의 전형을 보인다. 뇌는 두개강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뇌척수액으로 채워진다. 많은 뇌척수액은 동물이 나무에서 떨어질 때 뇌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뇌가 작은 것은 유칼립투스 잎의 불충분한 영양소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라 할 수 있다. 후각은 보통의 정도이고 청각이 발달하였으며 시력은 작은 눈과 더불어 매우 떨어진다.

맹장은 포유류 중에서 가장 길고 커 직경이 10㎝에 길이가 2m에 이른다. 음식물이 소화관에 100~200시간 정체하고 맹장에서 발효소화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필요에너지의 10%를 더 얻는다. 먹이에서 얻는 영양소가 적기 때문에 대사 비율은 다른 포유류의 50% 정도로 낮아 에너지를 보상한다. 유칼립투스 잎에 존재하는 독은 효소를 만들어 소화하는데 간에서 해독한다. 맹장에서는 굳은 대변을 내보내 수분을 저장하는 역할도 한다.

새끼 코알라는 6~7개월에는 주머니에서 나와 어미의 등에 매달려 이동하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탐색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사진 pixabay]

새끼 코알라는 6~7개월에는 주머니에서 나와 어미의 등에 매달려 이동하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탐색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사진 pixabay]

임신 기간은 33~35일이고 10월~5월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 태어난 새끼의 몸무게는 0.5g으로 다른 유대류 동물과 같이 미숙 상태다. 타고난 방향감각을 가지고 앞다리로 기어올라 어미의 하복부에 위치한 새끼주머니에 들어가 두 개의 젖꼭지 중 하나를 선택해 젖을 먹는다. 생후 13주에 눈을 뜨고 털이 나기 시작한다. 26주에는 어미와 같은 털을 가지게 되고 주머니에서 머리를 내민다. 6~7개월에는 주머니에서 나와 어미의 등에 매달려 이동하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탐색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12개월이면 체중이 2.5㎏이 되고 젖을 완전히 뗀다. 이후 어미가 다시 임신하면 새끼를 내쫓듯 떠나 보낸다. 암컷은 3살, 수컷은 4살 때 번식에 참여할 수 있다. 수명은 13~18년이다.

코알라는 20세기 초까지는 두껍고 부드러운 모피를 얻을 목적으로 대량 포획되었다. 근래에는 농지 활용 목적의 개발과 도시화, 벌목 산불 등으로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코알라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마리당 100그루의 유칼립투스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암컷에 불임의 원인이 되는 클라미디아(Chlamydia) 감염증의 확산도 위험요소다. 자동차에 의한 로드킬과 개의 공격으로 연간 4000마리가 죽는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CO₂증가는 유칼립투스 잎의 영양소 감소로 이어져 생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재 코알라의 개체 수는 8만여 마리로 추산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코알라 보전에 관한 노력은 호주는 물론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동물원에서는 코알라를 보호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몇몇 동물원도 보유하고 있으나 한국의 동물원에서는 볼 수가 없다. 코알라를 원하는 국가는 마리당 100그루 이상의 유칼립투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호주 당국의 수출허가조건에 포함된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코알라의 먹이가 되는 유칼립투스가 자라지 않는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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