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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서복(徐福)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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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올 상반기 화제작 영화 ‘서복’은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을 둘러싼 모험극이다. 진시황(秦始皇)으로부터 불로초를 구해오라는 명을 받고 떠난 서복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서복은 점복, 풍수, 의술에 능한 방사(方士)였다. 서불(徐巿)이라고도 한다. 역사에선 기원전 210년쯤 그가 어린 남녀 3000명을 데리고 불로초를 찾아 동쪽으로 떠났다고만 전한다.

한반도 남부와 일본 해안 지역에는 서복 관련 전설이 전해진다. 그중 하나가 제주도다. 불로초를 찾아다니던 서복은 서귀포에 들렀다가 정방폭포를 보고 감탄해 암벽에 ‘서불과지(徐巿過之·서불이 다녀갔다)’란 한자를 새겨놓고 떠났다고 한다. ‘서귀포’라는 명칭도 ‘서불이 서쪽으로 돌아간 항구(西歸浦)’라는 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정방폭포 옆에는 2003년 서복전시관이 세워졌다.

서불과지

서불과지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서복이 일행과 함께 ‘평평한 들판과 넓은 못’이 있는 곳에 다다르자 왕이 되어 돌아오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대만, 제주도, 일본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는데 일부 중국인은 아메리카 대륙이라고도 주장한다. 17세기 조선 문인 박인로는 가사 ‘선상탄(船上歎)’에서 ‘임진왜란은 서불을 동쪽으로 떠나보내 왜국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진시황의 탓”이라고 원망하기도 했다. 서복과 불로초 관련 전설은 이후에도 여러 문학과 영화 등에 등장하며 생명력을 이어갔다. 비록 진시황은 그토록 원하던 불로초를 구하진 못했으나,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영감’을 인류에 남긴 셈이 됐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