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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미안해 챌린지 속…"정인이 법엔 정인이가 없다"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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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최근 너도나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공식 페이스북,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뉴시스, 페이스북

정치인들이 최근 너도나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공식 페이스북,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뉴시스, 페이스북

정인이 사건이 최근 여의도의 화두였다. 지난해 10월 학대로 숨진 것으로 조사된 26개월 정인 양 사건에 공분이 확산하자 정치인들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했다. 여야 의원들은 너도나도 ‘정인아 미안해’ 팻말을 든 사진을 SNS에 올렸다. 공식 석상에서 정인이를 애도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정인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소중한 아이가 학대당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티 없이 맑고 환했던 정인이. 그 온몸이 검붉게 멍들어갈 때, 우리 어른들은 멀리 있었습니다.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회적 이슈가 된 챌린지에 정치권이 동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초는 2014년 8월 ‘아이스버킷 챌린지’다. 루게릭병 환우를 돕기 위해 해외에서 시작된 이 챌린지는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을 올린 후 다음 타자를 지목해 이어가는 형태다. 이 챌린지에는 나경원·김무성·원유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세월호 참사 4개월 후)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후속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후에는 ‘목구멍 챌린지’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 사이에 퍼지기도 했다. 이제 야당이 된 한국당 의원들은 당시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했던 발언에 대한 항의 표시로 냉면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렸다. “냉면 목구멍에 잘 넘어갑니다.”(이언주 전 한국당 의원) “300만 굶겨 죽인 사람이 남의 목구멍 타령할 때가 아닙니다.”(전희경 전 한국당 의원)

2019년 ‘No 재팬’붐이 일었던 시기에 민주당은 ‘일본 경제침략 대책 챌린지’를 벌였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2018년 10월)에 반발해 반도체 부품 등에 대해 수출규제를 하자 “제2의 독립운동, 국민과 함께 이겨내겠다”는 메시지를 담아 챌린지가 전개됐다. 김종민·박광온 의원 등 여당 의원 상당수가 챌린지에 참여했다.

이후에도 ‘KBS 수신료 거부 챌린지’ ‘천안함 챌린지’ 등을 다양한 챌린지가 이어졌다. 하지만 ‘000 챌린지’는 모두 SNS상에서만 잠시 회자되고 이내 사라졌다. 관심 끌기 이벤트나 정쟁 소재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도 일회성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제대로 된 입법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터졌던 지난해 이미 국회에는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에서는 심도 있는 법안심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법사위 회의시간에는 추미애 장관 자녀 군대 의혹사건 공수처 출범에 관한 논쟁으로 채워졌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관철을 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안 보이는 것 같다. 국민의 여론에 따라서 영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냉면을 먹는 영상과 사진을 올리며 냉면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 페이스북, 유튜브 캡처

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냉면을 먹는 영상과 사진을 올리며 냉면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 페이스북, 유튜브 캡처

국회는 지난 8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일명 정인이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본회의 통과를 위해 법사위에서는 3시간 만에 벼락치기 심사를 끝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나 수사에 착수할 의무를 부과했다. 또한 아동학대범죄 조사를 위한 경찰이나 공무원의 권한이 강화됐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내용은 모두 빠졌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근본적 해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이슈에만 휩쓸려 ‘네이밍법’ 처리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질타하며 정인이법에는 정인이가 없다고 하는 전문가들 질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주 내 아동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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