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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너무 높아" 新채권왕 경고 …美국채 금리 오르고, 금값도 들썩

중앙일보

입력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주식시장 밸류에이션(가치평가)가 극단적으로 높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창업자의 말이다. 그는 11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현재 기록적인 주가 행진은 연방준비제도(Fed)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7일 다우지수(3만1041.13) 등 뉴욕 3대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Fed의 제로금리 덕분이라는 얘기다. 고평가된 주식 시장이 급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이러한 경고와 스멀거리는 불안함의 밑바탕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의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시장이 조금씩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6일 1%대를 회복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1일 1.15%까지 올라섰다. 일반적으로 장기 국채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의 낙관적 신호로 해석된다. 곧 출범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돼 있다.

문제는 속도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블룸버그에 “(최근의 국채금리 급등 인상은) 경제 성장 덕분이 아니라 물가 상승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로금리로 시중에 돈이 많은데 대규모 부양책으로 돈이 더 넘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

그리고 높은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을 부르는 주문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며 빚 부담이 커진다. 초저금리에 취해 있던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우려로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올라…불안한 시장 움직임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시장의 불안감도 감지된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군드라흐는 “인플레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오는 5~6월 미국의 경우 3%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것이 증시를 뒤집을 ‘게임체인저’라고 봤다. 미국 증권사 BTIG의 줄리안 엠마누엘 주식 및 파생상품 전략헤드도 “국채수익률이 1%를 넘으며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은 투기 단계”라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지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안전자산인 금값은 온스당 1850.8 달러로 0.8% 상승했다. 뉴욕증시에서도 다우존스(-0.29%)와 S&P500(-0.66%), 나스닥 (1.25%) 지수 모두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급등세를 이어갔던 비트코인 가격도 3만2576 달러로 전날보다 12% 급락했다.

머스크 한마디에 이틀 만에 주가 5600% 급등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과열된 시장에 대한 경고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뜨거워진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이른바 '시그널' 소동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 트위터에 남긴 “시그널을 사용해라(Use Signal)”는 메시지가 나온 직후 헬스케어 기술업체인 시그널 어드밴스의 주식은 7일 주당 60센트에서 11일 38.7달러로 거래일 이틀 만에 5600% 급등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언급한 ‘시그널’은 이 회사가 아니었다. 왓츠앱의 경쟁사인 메시지 앱 회사 시그널이었다. 엉뚱한 주식이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급등한 셈이다.

반면 트위터(-6.4%), 페이스북(-4%) 등 SNS 관련 주가는 이날 급락했다. 바이든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짐 레이드 도이체방크 시장전략가는 “머스크의 트윗 사건은 현재 투자자들의 눈먼 주가 매수 열풍을 나타낸다”며 “현재 시장에 얼마나 거품이 끼어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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