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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AI '이루다' 개발사, 연인간 성적대화 돌려봤다" 폭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대 여대생을 페르소나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페이스북 캡쳐]

20대 여대생을 페르소나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페이스북 캡쳐]

성희롱과 혐오 발언,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물의를 빚은 뒤 서비스를 중단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개발사 측이 챗봇 개발을 위해 카카오톡 대화를 수집하는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뉴스1은 ‘이루다’ 개발사인 스캐터랩에서 근무했다는 전(前) 직원을 인터뷰했다. 그는 “스캐터랩에서 수집된 연인들의 카톡 대화를 돌려봤다”고 폭로했다.

뉴스1에 따르면 이 직원은 스캐터랩이 운영하는 ‘연애의 과학’ 서비스팀에서 근무한 A씨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루다 개발팀에서 수집된 사용자의 특정 대화 내용 중 연인 간의 성적인 대화와 농담을 캡처해 사내 메신저 단체방에 공유하는 일도 있었다”며 “내부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웃어넘겼다”고 증언했다.

‘연애의과학’은 이루다를 개발할 때 이용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활용됐다. 연인 또는 호감 가는 사람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집어넣고 2500~5000원을 결제하면 ▶답장시간 ▶사용단어 ▶이모티콘 사용 등 패턴을 분석해 애정도를 측정해주는 앱이다. 스캐터랩 측은 이를 통해 100억 건에 달하는 대화를 수집했다고 밝힌 바 있다.

A씨는 연인간의 대화 내용을 표로 정리했고, 개발자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부분을 캡처해 60명 정도 되는 스캐터랩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단체 메신저방에 올리는 방식으로 공유했다고 전했다. 단 그는 이름 등 기본 정보는 가려진 상태에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스캐터랩 로고. 중앙포토

스캐터랩 로고. 중앙포토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전 직원도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연인들 사이에 성관계 관련 대화를 나눈 데이터(대화 로그)가 있었는데, 한 개발자가 회사 전체 대화방에 ‘ㅋㅋ’ 하면서 캡처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등 관리자급 직원들은 부적절한 공유에 호응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제재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웃긴 인터넷 글을 보는 정도의 분위기였고, 다른 성희롱이나 조롱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스캐터랩에 권위적이거나 성차별적 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적절한 공유에) 여직원도 ‘ㅋㅋ’ 하기도 했고, 남녀가 같이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는 문화이기도 했다”라며 “스캐터랩이 논란의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한 미래를 열길 바라는 마음에 제보한다”고 덧붙였다.

A씨 주장에 관해 스캐터랩 측은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11일 스캐터랩은 보도자료를 내고 "부족한 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 기간을 거쳐 다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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