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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달려드는 줄"...한밤 지하주차장 달리는 이들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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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운동족(族)'. 인스타그램 캡처

'지하주차장 운동족(族)'. 인스타그램 캡처

“진짜 좀비가 달려오는 줄 알았다니까요.”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신모(48)씨는 최근 이른 새벽에 출근길에 매우 놀랐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지하주차장에 빠르게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이 휙휙 지나갔기 때문이다. 신씨는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동네 아주머니들이더라”라며 웃었다.

‘주차장 운동족(族)’이 출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실내 체육 시설이 문을 닫은 데다 북극발 한파까지 전국을 덮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들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운동장 삼아 달리고 걷는다. 그들만의 '언더 월드'가 탄생한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지하주차장에서 빠르게 걷기 운동하는 분이 있더라"라는 류의 글이 늘고 있다. "날씨는 춥고 운동할 곳은 없으니 그런가 보다"라고 공감하는 내용이다. "제 친구도 지하주차장에서 달리기한다" "아빠 마라톤 동호회 회원분도 그러신다" "저희 동네에도 있다" 등의 목격담도 댓글로 이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지하주차장 운동족의 게시물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인적이 드물고, 차량 통행이 적은 야간 시간대에 주차장에서 운동한다는 내용이다. 한 네티즌은 "둘째 아들이랑 살 빼려고 밤 12시 넘어서 잠 안 자고 주차장 3바퀴 달렸다"며 "관리사무소에서 CCTV 지켜보면 마스크 쓰고 빙글빙글 미쳤나 할 듯"이라고 적었다.

이 밖에도 "갈 데가 없으니 지하주차장에서라도 운동" "밤 12시 넘은 시간, 밖에 못 나가니 요즘 지하주차장에서 파워워킹 하는 중" "야밤에 지하주차장에서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딸"이라는 게시물도 있다.

지하주차장 운동족이 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차량 매연 탓에 공기가 탁해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 운동족의 게시물엔 "주차장 환풍구와 가까운 저층의 경우 문을 열어두면 며칠 뒤 바닥에 까만 분진이 쌓이는 걸 볼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댓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운동 시 심호흡을 하게 되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하주차장에서 마스크까지 끼고 있다 보면 심폐 기능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숙면을 통해 신체가 항산화 작용을 하니 늦은 시간엔 운동보단 잠을 자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계단 오르기. 중앙포토

계단 오르기. 중앙포토

건물 비상구도 헬스장을 대신하는 공간 중 하나다. 직장인 장모(33)씨는 "코로나19로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서 산스장(산+헬스장)·공스장(공원+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비상구 계단 오르기로 대체했다"며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계단 오르기가 유산소 운동인 동시에 근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만 무리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양서연 이대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계단 오르기 강도는 약간 숨이 찰 정도까지가 적당하다"며 "계단을 내려가는 동작은 운동 효과가 거의 없고 관절에도 부담을 줘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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