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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위스키 1병 배달에 통닭 10마리 주문해야 한다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02) 

‘위스키 한 병을 마시려고 치킨 10마리를 시켰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위스키를 음식점에서 배달시켜 마시려면 치킨 10마리가 필요하다. 통신판매가 허용되는 음식점의 주류 배달 허용 기준은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로, 1회 총 주문 받은 금액 중 주류 판매금액이 50% 이하인 주류’다. 따라서 15만 원짜리 위스키 1병을 주문하려면, 총 주문 금액이 3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1만5000원짜리 치킨을 10마리 주문해야 하는 이유다.

치킨과 위스키. [사진 김대영]

치킨과 위스키. [사진 김대영]

국내 연간 택배 물량 약 30억 건 시대에 위스키 한 병을 집으로 배달시키려면 이렇게 큰돈이 필요하다. 현재 전통주를 제외하곤 택배를 이용해 주류를 배달시킬 수 없다. 허울 좋은 ‘전통주 살리기’가 이유인데, 소비자의 편익 측면에서 다른 주류의 택배 불허는 너무나 불공평하다. 주류 택배 거래가 전면 허용되면 미성년자 주류 구입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성년자는 전통주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해석인지 궁금하다.

물론, 편의점 등으로 배달하는 방법은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원하는 주류를 선택해 가까운 편의점으로 배달시키는 ‘주류예약구매’를 통해서다. 주변에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도 이 서비스를 이용해 편의점에서 위스키를 픽업하곤 한다. 반드시 주류샵에 가서 구입 해야 했던 위스키가 집 앞 편의점까지 온 건 환영할 일이지만, 집에서 편하게 받아보는 것만 못한 건 사실이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주류예약구매를 할 수 있다. [사진 마트 어플리케이션 캡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주류예약구매를 할 수 있다. [사진 마트 어플리케이션 캡처]

가까운 일본은 모든 주류 배송에 제한이 없다. 주류도 다른 물건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편하게 받을 수 있다. 특히 벤치마킹할만한 주류 배송 방식은 ‘대금인환(代金引換)’. 술을 주문하면 택배기사가 집에 방문하고, 그 택배기사에게 술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일본의 모든 배송 형태의 약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택배기사가 술을 받는 사람의 신분증 등을 체크해 미성년자의 술 구매를 막을 수도 있다.

일본의 ‘대금인환’. “상품이 도착하면 택배기사에게 물건 값을 지불해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사진 일본 온라인 주류샵 캡처]

일본의 ‘대금인환’. “상품이 도착하면 택배기사에게 물건 값을 지불해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사진 일본 온라인 주류샵 캡처]

한 병의 위스키를 위한 닭 10마리의 희생을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텐가. 한 번에 모든 제도가 바뀔 수 없다면,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한다. 음식점 주류 배달 허용이 그 첫발이었다면, 2021년에는 두 번째 걸음이 필요하다. 위스키, 좀 편하게 마시고 싶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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