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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진욱, 盧탄핵 기각 비판했다..."이러면 파면 불가능"

중앙일보

입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가 과거 논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 결정에 대해 “탄핵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봤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가 헌법재판연구관이던 2017년 8월 학술지인 저스티스에 실은 논문을 입수해 전체 내용을 11일 공개했다. 『탄핵요건으로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의 중대성』이란 제목으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비교·분석하며 학술적 시각을 개진한 글이다.

김 후보자는 도입부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헌재는 세 가지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을 인정하고서도 법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는 이유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 위반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탄핵했다”고 썼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에 지명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뉴스1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에 지명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뉴스1

이어 탄핵 소추 요건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헌법 제65조 1항)를 언급하면서 “헌재가 노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법·법률 위반을 뭉뚱그려서 ‘법 위반’이라고 통칭하고 중대성 판단을 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헌재가 헌법의 문언에 충실하게 ‘헌법이나 법률 위배’를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적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2004년 탄핵 기각 결정 이유였던 “의회제나 선거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등을 거론하면서 “이는 탄핵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본 것으로 사실상 파면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해석”이라고 했다. “현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헌법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외부에 피력하는 지도자는 있을 수 없다”는 게 김 후보자가 든 이유였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2월 회견에서 했던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달라”등의 발언 때문에 중립의무 위반 등으로 탄핵 소추됐지만, 헌재는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했다”면서도 능동성·계획성 등을 따져볼 때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며 기각했다.

반면 2017년 3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탄핵 심판대에 선 박 전 대통령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했다”며 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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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는 법 위반의 중대성 기준에 대해선 “행위자의 동기나 목적이 나쁠수록(예컨대 반대세력 탄압 등), 그리고 과실보단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일수록, 헌법질서의 무시로부터 헌법질서에 대한 적대적인 의사나 태도로 나감에 따라 법 위반의 중대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김 후보자가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을 대통령 탄핵의 요건으로 인식하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를 야당 인사 탄압용으로 쓴다면 이는 거꾸로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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