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저금리일수록 연금이 일시금보다 인기인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1.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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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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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朝三暮四)는 어리석은 사람을 빗댈 때 쓰는 말이지만 경제학에서는 현재가치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한다. 원숭이가 먹이를 저녁 4개·아침 3개보다는 아침 4개·저녁 3개 먹는 것을 선호했는데, 이는 매우 지혜로운 선택이라는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미래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성향도 금리 변동에 따라 바뀌게 된다. 만약 고금리 상황이라면 원숭이는 아침 3개 먹는 것을 미루고 저녁 4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일시금과 연금의 관계로 풀어보면 왜 저금리 기조에선 연금이 더 인기인지 의문이 풀린다.

사실 연금 자체는 그렇게 썩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받을 돈을 찔끔찔끔 받는 것보다는 나중에야 어찌 되든 일시금을 한 번에 챙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연금은 대표적인 미래자산이다. 따라서 연금의 현재가치는 할인율이 얼마냐에 따라 결정된다. 할인율은 이자율·물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자가 비싸지고 물가가 올라가면 할인율도 올라간다. 연금 가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거꾸로 할인율이 낮아졌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2000년대 들어 공무원의 연금 선택 비율이 높아진 것은 금리와 물가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그 이전에는 연금보다 일시금을 수령하는 공무원이 훨씬 많았다. 저금리·저물가 기조가 정착되면서 할인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연금의 현재 가치가 크게 상승해 연금 선호 현상이 고착화한 것이다.

앞으로 연금은 갈수록 귀하신 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초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고, 저성장으로 고용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또 평균 수명 연장으로 장수 시대가 열림에 따라 연금처럼 평생 돈의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는 자산이 중요시되고 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은 연금 재원을 가급적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한다. 자신의 자산 가운데 어느 정도를 연금화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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