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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지하수가 삼중수소에 오염?…"외부유출 증거 없어"

중앙일보

입력

월성 원전 3호기 내부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나와 외부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월성원전. 연합뉴스

월성 원전 3호기 내부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나와 외부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월성원전. 연합뉴스

월성 원자력발전에서 기준치를 훌쩍 넘은 방사성 물질이 나와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환경단체와 일부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가세하면서 월성원전 폐쇄 불가피론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한수원과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풀려진 주장”이라고 맞선다. 누구 쪽의 말이 맞는지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①기준치 이상 방사성 물질 배출?

논란을 촉발한 것은 지난해 4월 월성 원전 3호기 건물 맨홀에서 발견된 고인 물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당시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 현황 및 조치 계획’을 살펴보면 월성 3호기 터빈 건물의 하부 지하수 배수로(터빈갤러리) 맨홀 안에 고여 있는 물에서 L당 71만3000Bq(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배출 기준치인 4만Bq/L보다 17.8배 높은 수치다.

삼중수소는 중수로형 원전을 가동하면 나오는 폐기물 일종으로 과다 피폭 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어 배출량을 엄격히 관리한다. 일부 환경단체는 이 고인 물을 바탕으로 삼중수소 외부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배출구가 아닌 곳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나온 만큼 지하수 등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 삼중수소가 외부로 나갔다는 증거는 현재까진 없다. 월성 3호기 지하수 배수로에는 저수조 역할을 하는 총 7개 맨홀이 있다. 갈수기에는 보통 이곳에 물이 고여 있다가 지하수가 불어나면 배수로를 통해서 외부로 나간다. 기준치 이상 삼중수소가 나온 곳은 아직 외부로 방류하기 전 2번 맨홀에 고여 있던 물이다.

원흥대 월성원전 본부장은 “실제 외부로 배출한 것과 발전소 관리구역 내 구조물에 고여 있는 물은 다른 개념이다. 이번에 고농도 삼중수소가 나온 고인 물은 당연히 수거해 액체폐기물 저장소에서 처리해 내보낸다”고 설명했다. 배출구를 통해 나가는 지하수도 매월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데, 아직 기준치 이상 삼중수소가 나온 적이 없다고 한수원은 밝혔다.

②원전 노후설비 때문에 방사능 유출됐다?

기준치 이상의 삼중수소는 노후한 월성 원전 설비에서 배출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실제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시설 노후화에 따른 월성원전 폐쇄가 불가피했음이 다시 확인됐다”며 “일부에서는 그런 불량원전 가동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쟁이었다”며 노후 설비로 인한 유출 가능성을 기정사실화 했다.

하지만 설비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왔을 가능성은 현재까진 희박하다. 만약 배관 균열로 방사성 물질이 샜다면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코발트 같은 다른 물질도 함께 검출돼야 한다. 한수원 측은 “지하수 유출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만든 27개 관정(우물)이나 배수로 맨홀에서도 삼중수소 외 다른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고 검출된 삼중수소도 기준치 이하다”라고 밝혔다.

입자가 작은 삼중수소가 설비 외벽에 스며들어 배출됐을 가능성도 나온다. 하지만 한수원은 원전 내부 공기 중에 있는 삼중수소가 고인 물에 흡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구체적인 원인 조사는 외부기관에 의뢰하기로 했다.

③원전 주변 주민·지하수 오염됐나?

실제 삼중수소가 유출됐다면 지하수 농도와 인근 주민의 피폭량을 확인해 보면 된다. 하지만 한수원 조사에 따르면 삼중수소 지하수 오염과 인근 주민 피폭량은 극히 미미했다.

한수원은 외부유출을 감시하기 위해서 원전 외부 4곳(봉길·나산·울산·경주)에 관정이라고 불리는 우물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지하수를 분기마다 검사해 방사성 물질 유출을 확인한다. 지난해 10월 한수원 조사결과 4곳 관정 중 삼중수소가 나온 곳은 월성 원전 인근 봉길 지역뿐이다. 국제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 삼중수소 허용치는 1만Bq/L이다. 봉길 지역에서 나온 삼중수소도 4.08Bq/L로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인근 주민의 피폭량도 문제 될 만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한수원이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인근 주민 피폭량을 조사한 결과 체내 삼중수소 최대 농도는 16.3Bq/L로 바나나 3.4개를 먹은 양과 비슷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월성 원전 내부에서 발견된 고농도 삼중수소가 모두 외부로 유출됐다고 해도 전체 양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안 될 수준”이라며 “지하수와 주민 체내 피폭량 조사에서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유출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원 본부장도 “지금 나오는 삼중수소 의혹은 다소 부풀려진 점이 있다. 감성이 아니라 실제 얼마나 배출됐고 그것이 기준량을 초과할 정도로 위험한 것인지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과학에 기반해서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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