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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눈뜨고 내준 우리 하늘길...38년만에 관제권 되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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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관제탑 옆으로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 [중앙일보]

인천공항 관제탑 옆으로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 [중앙일보]

 우리 하늘임에도 그동안 일본이 행사해 왔던 관제권을 38년 만에 되찾아 오게 됐다. 우리 비행정보구역(FIR) 내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개국의 관제권이 뒤섞이는 탓에 항공기 충돌 같은 사고 위험이 크다는 국내외의 지적에 따라서다. 또 중국 상하이와 인천 사이에 관제직통선도 처음 개설된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중국·일본의 항공당국, 그리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카라 항공회랑(Corridor) 안전협력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카라 항공회랑은 1983년 제주 남단 공해 상에 설치된 중국 상하이와 일본 사이 직항 항로 중 일부로 총 길이는 515㎞다. 이 중 257㎞가 우리 FIR에 포함되지만, 관제권은 중국과 일본이 나눠 갖고 있다.

 83년 내준 아카라 회랑 관제권 회수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장은 "항공회랑 개설 당시 우리나라와 중국이 미수교 상태로 양국 간 통신 자체가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한 ICAO의 중재로 항공회랑 전체의 관제권을 중국과 일본이 나눠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중국이 한국과의 통신선 연결을 거부했다는 얘기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에 합의된 안전협력 방안은 2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우선 1단계로 3월 25일부터 우리 FIR 내에서 일본이 행사하던 관제권을 회수해 우리측 관제기관이 맡게 된다. 또 아카라 항공회랑 가운데 한·일 연결구간에는 정규 복선 항공로를 설치해 양방향으로 나눠 비행토록 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재는 하나의 항공회랑에 양방향 항공편이 모두 몰리는 탓에 상당히 복잡하고 사고 위험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83년에 항공회랑을 설정할 당시 교통량은 하루 평균 10대에 불과했으나 현재(2019년 기준)는 평균 580대가 다니고 있다.

 두 차례 충돌 위험 등 우려 계속돼   

 특히 이번에 회수 대상인 일본의 관제권역은 동남아를 연결하는 항공기가 지나는 남북항공로와 아카라 항공회랑이 교차하는 지점이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곳이다. 교차 지점 부근 교통량은 하루 평균 880여대에 달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30일 중국 길상항공과 동방항공 간에 공중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회피기동이 발생했으며, 2018년 7월에는 미국 페덱스 항공기가 무단으로 고도를 상승해 우리 저비용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급히 방향을 바꾼 사건이 있었다.

  아카라 회랑에서 발생한 충돌위험을 단독 보도한 기사. [중앙일보]

아카라 회랑에서 발생한 충돌위험을 단독 보도한 기사. [중앙일보]

 회피기동 사건 당시 길상항공은 인천 종합교통관제소(ACC), 동방항공은 일본 후쿠오카 ACC가 담당했다. 또 페덱스 항공기 상황 때는 후쿠오카 ACC가, 우리 항공기는 인천 ACC가 각각 관제를 맡았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세계 최대의 민간항공 협력단체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 왔다.

 중국 상하이와 관제 직통선도 개설  

 중국 상하이 ACC와 인천 ACC 간 직통선도 설치된다. 그동안은 상하이 측과 관제직통선이 없어 비상상황 때도 일본 관제소를 거쳐서 관련 사항을 확인해만 했다. 그만큼 상황 파악이 늦어져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현재 우리와 중국 사이에는 인천~대련 ACC 사이 직통선 만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카라 항공회랑은 중국 상하이 등을 오가는 우리 비행기도 많이 이용하는 곳인데 그동안 중국 상하이와 우리 관제소 간 직통선도 없었다는 건 그만큼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카라 회랑의 문제점을 최초로 보도한 2018년 3월 23일자 기사. [중앙일보]

아카라 회랑의 문제점을 최초로 보도한 2018년 3월 23일자 기사. [중앙일보]

 2단계 방안은 잠정적으로 6월 17일부터 시행된다. 아카라 항공회랑 중 우리 FIR에 속하는 전 구간에 새로운 복선 항공로가 열린다. 복선 항로로 교통량을 분산해 위험 요소를 줄이고, 비상수단이었던 항공회랑 대신 정규 항로로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2019년 초부터 한·중·일과 ICAO가 워킹그룹을 구성해 2년여간 항공회랑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라며 "수십년간 비정상적으로 다니던 것을 개선해 정상적인 항공관제 서비스를 받으며 비행할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아카라 회랑 위험 최초 지적   

 최연철 한서대 교수는 "이번 방안은 늦긴 했어도 적절한 대책"이라며 "한·중·일 교차지점의 안전을 도모하는 효과가 있고, 항로도 일종의 재산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이를 선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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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본지는 지난 2018년 3월 23일 『이어도 상공 우리 하늘인데 중국에 통행료 내고 다녔다』는 제목의 단독기사를 보도하며 아카라 항공회랑의 납득하기 어려운 관제권 행사와 이로 인한 안전 문제를 국내 언론 가운데 최초로 제기했다.

 또 지난해 8월 13일에는 『日 관제권 가진 韓 하늘길, 항공기 ‘30초 거리’ 충돌할 뻔』이라는 제목의 단독기사를 통해 아카라 항공회랑 내 뒤섞인 관제권으로 인해 두 차례나 항공기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전하며 정부 당국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용어사전FIR(비행정보구역)

 flight information region. 비행 중에 있는 항공기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항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항공기 사고가 발생할 때에는 수색 및 구조업무를 책임지고 제공할 목적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분할 설정한 공역. 점차 해당 국가의 영공 개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은 아니지만 자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영공 외곽의 일정 지역 상공에 설정하는 자의적 공간인 방공식별구역(KADIZ)과는 다르다.

용어사전항공회랑(Corridor)

 정규 항로 설정이 곤란한 특수한 여건에서 특정고도로만 비행이 가능하게 만든 구역. 흔히 '코리도'라고 부른다.

용어사전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국제민간항공의 평화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1947년 4월에 발족된 국제연합(UN) 전문기구. 비행의 안전 확보, 항공로나 공항 및 항공시설 발달의 촉진, 부당경쟁에 의한 경제적 손실의 방지 등 세계 항공업계의 정책과 질서를 총괄하는 기구다.

용어사전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1945년에 항공운송 발전과 문제 연구, 국제항공 운송업자들의 협력을 위해 출범한 민간기구로 ‘항공업계의 UN’으로 불린다. 국제항공운임 결정과 항공기 양식통일 등의 활동을 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130여 개국 280개 가량의 항공사가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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