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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빈익빈 부익부 심화…세계 각국 "부유세 도입하자"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면서 각국에서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가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K자형 회복’세를 보이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하면서다. 여기에 경제활동 위축으로 각 정부의 세수마저 부족해지면서 고소득층을 정조준하는 증세 논의가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유세’ 도입 방아쇠 당긴 남미

아르헨티나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경제 불안에 항의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경제 불안에 항의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부유세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남미에 위치한 나라들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상원은 지난해 12월 보유 자산 2억 페소(한화 약 26억원) 이상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일회성 부유세를 걷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이 통과됨에 따라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이들은 전 재산의 1~3%가량 되는 세금을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이 중 해외 보유 자산에는 추가로 50% 이상의 세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면서 고소득층이 해외로 자산을 빼돌리는 현상이 계속된 탓이다.

볼리비아와 페루 등에서도 부유세 도입 논의가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볼리비아는 지난해 11월 진보당인 사회주의 운동(MAS)의 루이스 아르세 후보가 대통령으로 압도적 득표로 당선되면서 부유세 도입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고소득층 대상 부유세 도입이었다.

선진국도 부유세 논의 잇따라 현실화

프랑스는 2013년 진보당인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이 부유세를 도입했으나 2년만에 폐지됐었다. 사진=BBC 캡쳐

프랑스는 2013년 진보당인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이 부유세를 도입했으나 2년만에 폐지됐었다. 사진=BBC 캡쳐

선진국도 부유세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하지만, 민주당이 집권한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주(州)의회에서는 고소득층 대상 부유세 도입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부유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과거 부유세를 도입한 뒤 폐지한 전례가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부유세 관련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프랑스는 2013년 진보당인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이 부유세를 도입했으나 2년만에 폐지했다. 독일은 1997년 부유세 폐지 후 2019년 진보당인 사회민주당이 부유세 부활을 외쳤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집권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무산됐다.

블룸버그는 “진보 진영은 “기술의 발전으로 금융 투명성과 자본 접근성이 향상됐고, 수가 적은 초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등 부유세 관리가 과거보다 더 쉬워진 만큼 과거의 결함을 수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K자 성장’과 세수 부족에 또다시 수면 위로

코로나19 대응에 투입된 영국 소방관들.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에 투입된 영국 소방관들. 연합뉴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부유세 도입 논의가 고개를 드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세계 경제의 ‘K자형 회복’ 때문이다. K자형 회복은 부문·계층별로 회복 속도가 양극화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심화하는 빈부격차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부유세라는 것이다.

각국 정부의 곳간이 비어가는 것도 부유세를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며 각국 정부의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저소득층 지원 등 각종 정책을 위해 씀씀이마저 커지며 돈 줄을 찾아나서야 할 형편이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 차례 봉쇄조치를 펼친 영국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재정적자에 직면했다. 일부 전문가는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일회성 세금을 부과해 약 2600억 파운드(385조7100억원)의 세수 확보를 제안했다. 자산 50만 파운드(7억4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이들에게 5년간 재산의 1%를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앤디 서머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부유층 대상 조세제도 개혁과 관련한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이제는 부유세 도입 논의를 심각한 의제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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