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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으면 노예된다" 음모론···350명 죽음의 숨바꼭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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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설교하고 있는 인터콥 A 대표. [유튜브 캡쳐]

지난해 7월 설교하고 있는 인터콥 A 대표. [유튜브 캡쳐]

기독교 선교단체인 전문인국제선교단(인터콥·InterCP)의 종교시설인 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 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 11월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 지난 9일까지 경기도 등 전국 9개 시·도에서 50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열방센터를 방문한 이들이 지자체의 진단검사 행정명령까지 어기면서 방역작업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참가 인원 중 70%가량이 현재까지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참가 명단 제출도 겨우 이뤄졌다. 상주시는 센터 입구에 붙인 집합금지 안내문이 훼손되자 인터콥 대표를 세 차례 고발하기도 했다.

 방역당국 등은 이들이 코로나19 검사를 피하는 이유를 인터콥이 주창하는 ‘음모론’의 영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터콥 대표 A씨가 연설을 통해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는 등의 내용을 주장을 하고 있어서다.

 앞서 A씨는 지난해 7월 경기도 광명의 한 교회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빌 게이츠가 2015년 국제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비해야 한다며 백신 개발을 주장했다”며 “빌 게이츠는 한국 대학 연구소에도 자기가 펀드를 주고 백신을 개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로,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 개발을 후원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 전경. [사진 열방센터 홈페이지]

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 전경. [사진 열방센터 홈페이지]

 A씨는 “그런데 개발한 백신이 다른 백신들과는 다르다. 그 백신은 사람의 DNA 구조를 바꾼다”며 “이 백신은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실험했던 것이다. 군인들에게 약물을 밥에다 살짝살짝 했더니 공포심이 없어졌다. 휘파람 불면서 전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신을 맞으면) 절대복종만 한다. DNA를 바꿔서 절대복종하고 공포 없고 두려움도 없다”며 “이 백신을 맞으면 세계가 뭐가 돼? 그들의 노예가 됩니다”라고 했다.

 인터콥 대표의 이런 주장은 그를 따르는 신도들이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꺼리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의종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영남상담소장은 “인터콥 대표의 주장은 성경과는 관련성을 찾아볼 수 없는 주장”이라며 “한 개인이나 단체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터콥이 근간으로 삼는 종교 이념은 ‘백 투 예루살렘(Back To Jerusalem)’이라는 종말론적 복음주의다. 인터콥이 수련회관 또는 기도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BTJ열방센터의 ‘BTJ’도 Back To Jerusalem의 앞글자를 딴 단어다. 열방(列邦)은 세상 나라들과 모든 민족을 가리키는 성경 용어다. 이를 합치면 전 세계인을 세계의 근원인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선교 시설이라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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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신학대 이진구 교수가 쓴 ‘한국 개신교 해외선교에 나타난 종교적 군사주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백 투 예루살렘 운동은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시작해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예루살렘으로 회귀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복음의 중심축이 시대에 따라 이동하는데 예루살렘→유럽→북미→동아시아→예루살렘으로 서진(西進)한다는 이론이다. 복음의 서진에 따른 회귀 운동이 끝났을 때 그리스도의 재림과 우주의 종말이 실현된다고 본다. 인터콥은 지금 시대를 마지막 시대로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북 상주시 화서면 BTJ 열방센터 앞에 붙여진 집합금지 안내문. [사진 상주시]

경북 상주시 화서면 BTJ 열방센터 앞에 붙여진 집합금지 안내문. [사진 상주시]

 한편 열방센터가 위치한 상주시는 지난 7일 열방센터를 폐쇄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지만 여전히 종교시설 관련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0시 기준 경북 지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4명 중 3명이 상주에서 나왔다. 상주비전교회 관련 2명, 상주서문교회 관련 1명이다. 나머지는 구미 샘솟는교회 1명이다. 대구에서는 이날 11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 인터콥 측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호소문을 통해 “인터콥은 지난해 11~12월 열방센터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도록 촉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왔다. 자체적으로 보건소와 선별진료소 안내 서비스팀을 운영해 진단검사를 안내해 왔으며 홈페이지에도 정부의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 대책에 협조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권면하는 안내문도 지속적으로 게시해 오고 있다”고 했다.

 인터콥 측은 또 “부디 열방센터 모임 참가자와 방문자들 중 현재까지 진단검사를 받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 즉시 가까운 보건소, 선별진료소, 임시선별검사소 등에 방문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알렸다.

상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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