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육 먹어보고 싶다" 그 엽기 외교관, 결국 징계 안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교부 전경. 뉴스1

외교부 전경. 뉴스1

외교부가 공관 직원들에게 “인육(人肉) 고기를 먹어보려 한다” 등 엽기적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주시애틀총영사관 A부영사를 ‘증거가 없다’며 징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6일 A부영사의 발언에 대해 문제 삼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물품 단가 조작과 이중 장부 작성 등 A부영사에 대해 제기된 다른 의혹은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이 의원실은 외교부 관계자의 제보 등을 통해 A부영사가 지난 2019년 주시애틀 총영사관으로 부임한 뒤 공관 소속 행정직원들에 대한 욕설과 폭언, 비정상적인 발언 등을 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A부영사가 ‘인간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등의 비상식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으며 ‘에이 XX새끼야’,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등의 발언을 이어왔다고 제보했다. 행정직원에 대한 불쾌한 신체접촉이 수차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라는 말을 했다고 제보자들은 전했다.

이 의원실은 외교부가 A부영사에게 장관 명의 경고 조치를 하고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제보자 및 제3자 등에 대한 문답만 진행하고 대질 심문 등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인육 발언 등은 객관적인 물증이 없고 혐의 사실을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징계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외교부의 판단에 이 의원실은 “관련 발언에 대한 재조사가 심도있게 이루어졌는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인육 발언을 차치하더라도 다른 막말만으로 충분히 징계 조치가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공관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재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보자는 이 의원실에 “징계 없이 사건을 덮고 가려는 모양새였으며, 외교부의 자체 감사는 부실했고 축소 및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 국감 당시 외교부 성비위 사건 등 기강해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장관의 리더십 부족과 외교관들의 천박한 선민의식을 지적한 바 있다”며 “이에 강 장관은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교부가 안이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