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들 기내 난동…화난 기장 급기야 "던져버린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11 05:00

업데이트 2021.01.11 06:45

“캔자스 한복판에 버려버리겠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에서 흘러나온 기장의 안내 방송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에서 기장은 여객기 운항 중 승객들에게 “내리라”고 말한다. 승객 입장에서 불쾌할 법한 상황인데, 항공사는 “적절한 대응을 했다”면서 기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애리조나주로 향하는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에서 빨간모자를 쓴 트럼프 지지자들이 ″USA″ 구호를 외치고 있다. [@iheartmindy 트위터 캡처]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애리조나주로 향하는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에서 빨간모자를 쓴 트럼프 지지자들이 ″USA″ 구호를 외치고 있다. [@iheartmindy 트위터 캡처]

사연은 이랬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DC에서 애리조나주로 향하는 여객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단체로 탑승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쓰인 빨간 모자를 쓰고 “미국(USA)”, “트럼프를 위한 싸움” 등을 반복해서 외쳤다. 난동은 여객기가 이륙한 뒤에도 계속됐다. 승무원들이 안전을 위해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기내가 계속 소란스럽자 기장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기장은 “이 여객기는 애리조나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까지 4시간 30분 동안 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비행기를 당장 캔자스 한복판에 착륙시키고 사람들을 버려두고 갈 것이다. 나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캔자스는 해당 여객기 경로의 중간 지점으로 당시 인근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기장은 “필요하다면 정말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니) 예의 있게 행동 달라”고 당부했다.

기장의 경고성 안내 방송이 나온 뒤 소란이 잦아들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여객기는 예상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메리칸 항공 측은 성명을 통해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내에서 승무원의 지시를 따르고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는 정책을 어겼다”면서 “기장의 안내 방송은 문제 될 것 없다”면서 기장을 두둔했다.

지난 6일 워싱턴행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 천장에 쏘아진 '트럼프2020' 선거 문구. 승객들이 항의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마찰이 빚었다. [트위터 @MaranieRae 캡처]

지난 6일 워싱턴행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 천장에 쏘아진 '트럼프2020' 선거 문구. 승객들이 항의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마찰이 빚었다. [트위터 @MaranieRae 캡처]

트럼프 지지자들의 기내 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일에는 공화당 밋 롬니 상원의원이 워싱턴으로 향하는 여객기에서 봉변을 당했다. 같은 공화당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 앙숙'인 롬니는 지난해 2월 미국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찬성표를 던진 여당 상원의원으로 기록된 바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내에서 롬니를 향해 “배신자”, “물러나라”고 소리쳤고,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전날에는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에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일반 승객 간에 고성이 오갔다. 누군가 천장에 '트럼프 2020'이라고 적힌 선거용 문구를 빔프로젝터로 쏘면서다. 일부 승객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기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연방의회 난입 사태를 전후로 트럼프 지지자의 기내 난동이 연이어 터지자 미 항공사들은 즉각 대처에 나섰다. 미 항공 승무원노조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다른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탑승을 금지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기내에서 술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또 워싱턴 DC 공항에 근무하는 직원도 늘릴 예정이다.

줄리 헨드릭 프로승무원연합(APFA) 위원장은 “의사당 난입사태가 벌어졌던 날,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승객들에게 분노를 표출한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면서 “워싱턴DC 발 여객기 승무원들은 당분간 바싹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도 경찰 및 교통안전청(TSA)과 접촉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고 CNN은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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