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10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통합 전당대회를 열어 새 둥지를 트는 방식으로 중도 통합론을 완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당 지지자의 공감대속에 통합 정당을 꾸린 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참여하는 경선을 치르자는 주장이다. ‘중도 통합 둥지론’으로 불리는 이 구상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와 중도 외연 확장 효과를 동시에 누리겠다는 의도라고 정 위원장 측은 설명했다.
안 측 “최선인지 모르겠다” 관망세
정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안 대표의 입당 결심만 남았다. 이는 통합·합당에 대한 결심이기도 하다”며 “새 둥지를 틀어야 새롭게 정치를 하려는 이들에게까지 거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안 대표가 입당할까.
- “똘똘 뭉쳐 승리하라는 국민 명령을 위해 각자 소아(小我)는 버려야 한다.”
- 포용 방식이 문제인데.
- “통합·합당을 전제하지 않고 입당할 수 있나. 새로운 둥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
- 새로운 둥지란.
-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통합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둥지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중도 통합론의 완성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통합만 되면 내가 물러날 수도 있다. 안 대표가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이 못마땅하다(중립적이지 못하다)'고 하면 사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선두인 윤석열 검찰총장도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내년 3월 대선까지 볼 때 중도 통합의 둥지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느냐. 윤 총장도 자리에서 내려온 후 광야를 떠돌 필요 없이 이 둥지를 선택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중도 통합 둥지론'이 서울시장 선거 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 겨냥한 포석이라는 뜻이다.
반면, 안 대표는 야권 단일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다. 안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진용도 안 갖춘 상태에서 무슨 당에 들어오라 하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 그게 최선의 방법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단 국민의힘 밖에 머무르면서 연대를 통한 단일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 위원장이 제안한 ‘선(先)통합 후(後)단일화’ 모델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만 홀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건 말이 안 되고 만일 결합하게 되면 양당 간 합당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시간상으로 볼 때 1월 내 합당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또 이 같은 결합이 ‘중도표’를 갉아먹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과거 자신의 2012년 대선 후보 자진 사퇴를 비난했던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 만난 것을 공개하며 “썩은 나무를 벨 시간이 다가왔다”고 완주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단일화 논의는 경선 스케줄과도 맞물리는데, 국민의힘은 당 밖 주자들에게 예비경선을 면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8일 경선 후보 등록 전에 안 대표 등이 합류하는 게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당 경선 일정은 서류접수(18~21일)와 심사(22~27일)를 거쳐 28일 1차 예비 경선 진출자 4명을 발표하는 스케줄이다. 본경선(100% 여론조사)은 2월에 실시한다.
안 대표는 12일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도 만날 예정이다.오 전 시장은 지난 17일 "안 대표가 입당하면 자신은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