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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란·금사과·금삼겹…코로나 집밥이 밥상물가 흔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가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가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계란 한판(30개 특란)이 4000원대였는데 닷새 만에 5980원이 됐다." 

서울 이마트 자양점 계란코너에서 지난 주말에 만난 박선미(41ㆍ자양동)씨. 박씨는 잠시 망설이다 계란 한 판을 집으며 “남편도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고 초등학생 자녀까지 세 식구가 요즘 세 끼를 집에서 먹는데 안 살 수도 없다”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마트에 오는데 채소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날 자양점에서는 제주 양배추를 포기당 1980원에 특가 판매하자 순식간에 주부들이 몰리기도 했다. 요즘 양배추 가격은 4000원대로 양배추나 시금치는 최근 한파로 냉해 피해가 커 출하량이 주는 바람에 가격이 30~40% 올랐다.

연초부터 들썩이는 밥상 물가 

박씨는 “여름엔 장마·태풍으로 가을까지 채소 가격이 올랐다. 이제 좀 내려가겠다 싶었는데 한파 탓인지 또 오르고 있다”며 “물가가 떨어질 틈이 없이 계속 오른다”고 푸념했다. 주부 이모(62ㆍ구의동)씨도 “보통 일주일치 장을 보면 대략 10만~15만원 들었는데 한 달전부턴 18만원 정도 계산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초부터 밥상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12월 전체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보다 0.5% 상승했다고 했다. 하지만 식생활과 밀접한 농축수산물은 9.7%나 뛰었다. 특히 밥상에 오르는 대부분 식료품 가격이 올랐다. 주식인 쌀값(20㎏)도 1년 전 이맘 때에 비해 11.5%, 돼지고기(100g) 16.1%, 국산 쇠고기(100g)가 10.7% 등 상승했다.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도 10.0% 인상됐다.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판매대에서 한 주부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판매대에서 한 주부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양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40대 주부 황모씨는 “요즘 가격이 내려가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며 “농산물은 물론이고, 라면·과자류도 가격이 조금씩 올랐다”고 말했다. 주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을 더 자주 보면서 식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황씨는 “동네가게랑 대형마트에서 가격을 비교하면서 찬 거리를 사고 있다”며 “채소랑 공산품은 대형마트가 좀 싸고 고기류는 동네가 낫다”고 설명했다.

밥상 물가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밥상 물가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金)계란, 금사과, 금삼겹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밥상 물가가 오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농수산물과 과일은 작년 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작황이 부진했다. 특히 사과, 양파는 8일 기준 소매가격이 1년 전 동기에 비해 각각 50%, 60%대까지 급등했다. 작년 한 대형마트에서 1만2000원 하던 사과(부사 10개입)가 지금은 2만7000원대다. 농수산유통공사에 따르면 주요 식재료 중 작년 동기 대비 가격이 떨어진 건 배추와 무가 유일하다.

돼지고기, 쇠고기 등 고기류와 계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늘며 가격이 오른 측면이 크다. 노승민 이마트 돈육 바이어는 “돼지고기는 집밥 소비가 늘면서 작년 재고가 상당히 많았는데 모두 소진됐다”며 “쇠고기도 구매량이 늘어 전년 대비 10% 높게 가격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닭고기, 오리고기, 계란은 지난 11월 발생한 조류독감(AI)이 겹치면서 최근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 일부 마트에선 8일 계란 한판이 7000원대를 돌파했다.

장보기가 겁날 법도 하지만 주말 대형마트는 사람들로 붐볐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여전히 집에서 음식 소비가 많아서다. 지난 9일 오후 5~6시 이마트 자양점은 계산대마다 대기 줄이 50m가량 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쌀, 기름값, 전월세 등 핵심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0.5% 올랐으나 국민 식생활에 필수적인 농·축·수산물은 9.7%나 껑충 뛰었다. 특히 쌀값이 11.5% 나 뛰었다.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쌀, 기름값, 전월세 등 핵심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0.5% 올랐으나 국민 식생활에 필수적인 농·축·수산물은 9.7%나 껑충 뛰었다. 특히 쌀값이 11.5% 나 뛰었다.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연합뉴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나" 

기본 식재료뿐 아니라 식품 및 음료업계도 연초 가격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작년 장마, 태풍으로 원재료값 상승을 인상의 이유로 든다. 국내 두부 시장 1위 업체인 풀무원은 이달 두부 제품 가격을 10% 안팎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찬 통조림시장 1위인 샘표식품은 18일부터 꽁치와 고등어 통조림 제품 4종을 평균 42% 인상한다.

선두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리면 보통 경쟁사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가세한다. 코카콜라는 1일부터 500mL 제품 가격을 100원, 1.5L제품의 가격을 200원 인상했고,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와 오로나민C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 명품업계도 새해 들어 핸드백 가격을 4~10%씩 슬그머니 올렸다.

은행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이모(여)씨는 “부동산 가격은 넘사벽(넘어설 수 없는 벽)이고, 먹고 입는 생필품도 매년 오르는 것 같다”며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나 싶기도 하다”고 씁쓸해했다.

백민정ㆍ이병준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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