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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21 경제 大예측 | 주택시장 안정화될까?

중앙일보

입력

공급 급감, 돈줄 차단 규제 강화가 시장 불안 키워… 탈출구 못 찾으면 매수세 폭주 지속

서울 도심에 밀집한 아파트단지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도심에 밀집한 아파트단지 전경 / 사진:연합뉴스

2020년 말 주택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감이 팽배하다. 정부는 지금껏 규제 강화 위주에서 3기 신도시 사전청약과 빌라·호텔·상가 등을 리모델링한 임대주택 공급 방안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2021년 전망은 집값 상승세로 모아지고 있다.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공급과 매물의 부족이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리고 전셋값 인상이 매매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물꼬 막힌 악순환에 전세난 아우성 커져

다주택자 압박으로 매도 늘면 집값 상승 둔화 전망

집값 안정을 예상하는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수십여 차례 발표한 각종 규제가 3년 넘게 쌓이면서 지금은 옴짝달싹 못하게 주택시장을 겹겹이 에워싼 상황이다. 이 규제들이 2021년 탈출구를 찾지 못한 집값의 발목을 붙잡기 시작할 거라는 시각이다. 최근 단시간에 급등한 집값에 상당한 거품이 껴있다고 보는 점도 한 이유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021년에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일 거라고 내다봤다. 건산연은 한국감정원 주택종합매매가격지수와 국토교통부 자료를 토대로 수도권 주택가격이 전년 대비 2020년 5.5%에서 2021년 -0.7%로, 지방 주택가격은 2020년 3.0%에서 2021년 -0.3%로 각각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약해지면서 주택시장이 약보합세로 접어들 거라고 분석한다. 대출자금 차단, 징벌적 세금 등 규제 부담을 털어내려는 매물들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집값 하락을 예측하는 이유다.

건산연은 2021년부터 다소 늘어나게 될 주택 인허가·분양 물량도 주택 수요를 달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측한다. 집값 급등과 전·월세 물건 급감으로 수요가 임차시장에서 분양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어 분양 승인이 늘어날 거라는 판단이다. 집값 하락론의 배경엔 정부 정략도 깔려있다. 문 정부는 주택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거주 공간이며, 주택정책은 경기 조절 수단이 아니라 주거 안전장치라는 주택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1년이 추수시기인데다 정권 기한이 1년여 남아 규제 고삐를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라는 규제 카드를 꺼낸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모든 부동산의 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을 향후 5~15년 안에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전략이다. 공시가 상승은 부동산 가격에 변동이 없어도 각종 세금 증액으로 직결된다. 증세를 통해 예산을 늘리고, 규제 효력이 차기 정권에서도 계속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그럼에도 시장 분위기는 집값 상승론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0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30을 나타냈다. 이는 2013년 1월부터 집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초과 수치가 많을수록 1년 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입주 물량 부족해지자 전셋값 상승 불안감 커져

정부가 규제 강화 일변도에서 2020년 하반기부터 공급 물꼬를 트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일부 수정한 점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아파트 입주 물량의 부족이다. 부동산 정보조사 업체인 부동산114가 집계한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021년에 약 26만5700 가구, 2022년에 약 24만5500가구로 이는 2018년(45만9700여 가구)과 2019년(41만1500여 가구) 비하면 절반 규모다.

입주 물량이 줄면 전·월세 가격이 불안해지고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이런 불안 요인은 KB부동산의 전세수급지수에서도 나타났다. 전세수급지수는 1~200 사이 수치로 표시하는데 100을 초과할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100 이하일수록 수요 부족을 각각 나타낸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2020년 1~5월에 150~160대에서, 6~7월에 170선으로 상승했으며, 10월에 191.8, 11월 192.3을 기록했다. 이는 KB부동산이 2000년부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전셋값변동률도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주택 전셋값 변동률은 1월 0.28%, 5월 0.09%로 하락세였으나 6월부터 0.26%로 반등하더니 8월 0.44%, 9월 0.53%, 11월 0.66%까지 치솟았다. 전세난 아우성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전세 거둬들이자 임대료·집값 인상 폭 커져

그 주범으로 주택시장은 주택임대차 3법을 지목한다. 이 법은 2020년 8월 1일부터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제(전세계약 2+2년)와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상승률 5% 내 제한), 2021년 6월 1일 시행하는 전월세신고제(임대차 계약 신고)를 의미한다. 세입자를 보호하려고 만든 법인데 전셋값 인상과 전세 감소를 부추겨 세입자를 괴롭히고 있다.

2021년 주택시장 전망에 대해 집값 하락을 전망한 건산연도 전셋값에 대해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전셋값 상승폭이 2020년 4.4%에서 2021년 5%로 커질 것이라는 예견이다. 주택임대차 3법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세 품귀 현상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은 2019년 8월에 -0.77%로 하락했으나 2020년 8월에 10.25% 급등했다. 2020년 8월은 주택임대차 3법이 시행되던 때다. 즉,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전·월세 인상을 초래하자 매수세가 커졌고 집값이 들썩이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정부가 주택 소유자의 거취를 좁힌 점도 전세 물량 감소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면 집주인이 투기규제 지역에서 양도세 혜택을 받으려 하거나,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권을 취득하려 하거나, 고가 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누리려 할 경우, 정부가 지정한 실거주 기간과 실입주 기한을 의무적으로 채워야 한다. 이는 집주인이 물건을 내놓지 못하고 틀어쥐게 만들었다.

정부가 주택등록임대사업의 공공성을 높인다며 단기 임대(4년)와 장기 일반매입임대(8년)를 폐지한 점도, 대출 차단과 과세 증액도 월세 전환과 임대료 인상을 부추겨 주택시장을 전세 매물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로 바꿔버렸다. 이밖에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린 인구 증가도 주택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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