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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속 영하 7도는 영하 40도“ 올 겨울 한랭질환자 30% 급증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최강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건강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저체온증 등으로 병원을 찾은 한랭질환자가 1년 전보다 30%가량 늘었다.

북극발 최강 추위가 절정에 달한 8일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 인근 강물이 얼어있다. 연합뉴스

북극발 최강 추위가 절정에 달한 8일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 인근 강물이 얼어있다. 연합뉴스

9일 질병관리청의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 전국 503곳의 응급실에 한랭질환으로 신고된 환자는 모두 190명이다. 전년 동기(149명)보다 30%가량 많다. 이례적인 최강 한파의 영향이 크다. 7일 하루에만 저체온증 7명, 동상 5명, 기타 3명 등 15명이 신고됐다. 이번 주(3~7일)에만 46명 나와 올겨울 누적 환자 수의 24%가량 집중됐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 사망도 4명

유효순 질병청 미래질병대비과장은 “한랭질환자 발생은 기온과 상관성이 크다”며 “전년 동기간보다 이번에 기온이 더 낮았고 이에 따라 한랭질환자가 더 많이 신고됐다”고 말했다. 북극발 한파는 8일 절정을 이뤘지만 당분간 강추위가 더 이어지는 만큼 한동안 환자가 더 나올 수 있다.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실제 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한랭질환에 걸려 53명이 사망했다.

한랭질환자 80%는 저체온증 

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 원인이 돼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건 저체온증이다. 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 나온 190명의 환자 가운데 10명 중 8명(77.3%)은 저체온증이었다. 이어 동상(27명), 동창(4명) 등이다. 저체온증은 몸이 정상체온(36.5도)을 유지하지 못하고 35도 아래로 떨어져 발생한다.

질병청은 “초기에는 온몸, 특히 팔·다리의 심한 떨림이 발생하고, 체온이 더 떨어지면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말이 어눌해진다”며 “증상이 지속하면 점점 의식이 흐려져 결국 의식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체온이 28도 정도까지 내려가면 심장에 무리를 줘 사망할 수도 있다.

한파경보가 발효된 충남 서산 지곡면 중왕리 인근 서산 가로림만 바닷물이 얼어 있다. 뉴스1

한파경보가 발효된 충남 서산 지곡면 중왕리 인근 서산 가로림만 바닷물이 얼어 있다. 뉴스1

의심환자가 생기면 따뜻한 곳으로 옮겨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담요나 침낭 등으로 체온을 높여줘야 한다. 담요를 덮는 것만으로도 시간당 0.5~2도가량 체온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통상 손, 발 등 말단 부위에 핫팩을 데거나 그 부위를 주무르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차가운 혈액이 심장 쪽으로 갑자기 흘러 들어가 자칫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겨드랑이나 배 등 몸 중심부에 핫팩이나 더운 물통을 올려놓는 것이 방법이다.

산행 중 동상, 녹이지 말고 병원 가야 

한랭질환 종류. 자료 질병관리청 제공

한랭질환 종류. 자료 질병관리청 제공

동상도 한랭질환에 속한다. 낮은 기온에 몸이 노출됐을 때 코, 귀, 뺨, 턱, 손가락, 발가락 등 신체 부위가 얼어 조직이 손상되는 걸 말한다.

정재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꼭 온도만이 주요 원인은 아니다”라며 “영상 기온에서도 동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속 30m의 바람이 있는 영하 7도 환경이 바람 없는 영하 40도보다 더 심한 동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초기에는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 저림이 있다가 증상이 악화하면 감각이 없어지고 물집이나 부종이 생긴다. 질병청은 “최악의 경우 손상된 부위를 절단해야 할 수 있어 즉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단 동상이 발생하면 해당 부위를 빨리 따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재윤 교수는 “신체 조직을 데우는 방법은 혈관을 통해 신체 내부에서 열을 전달하는 방식과 외부에서 직접 가온하는 방식이 있다”며 “외부 가온 방법은 40~42도의 적절한 온도 물에 동상 부위를 담그는 것이다. 너무 뜨거운 물에 담그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겨울 산행 중인 등산객. 중앙포토

겨울 산행 중인 등산객. 중앙포토

동상 부위를 마사지하면 손상될 수 있고 램프나 라디에이터 열을 사용해 부위를 녹이는 것은 화상 위험이 있어 모두 피해야 한다.

산행 중 발생한 동상처럼 대피까지 오래 걸리게 되면 일시적으로 따뜻하게 녹여도 다시 얼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녹였다 얼렸다를 반복하면 통증도 심하고 조직이 더욱 손상되기 때문에 동상 입은 상태대로 병원에 가는 것이 낫다. 동상으로 발생한 물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동상에 걸린 사람은 대개 탈수가 심해 따뜻한 차나 우유를 충분히 마셔 수분과 영양 공급을 충분히 해 주는 게 좋다.

가장 쉬운 예방법은 몸을 따뜻하게 보온하는 것이다. 귀마개, 장갑, 털신 등으로 동상이 걸리기 쉬운 부위를 보호한다. 땀이 젖어 축축한 양말과 장갑, 내의는 즉시 마른 것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이밖에 조직이 얼지 않는 영상 추위에 노출돼 발생하는 혈관 손상으로 염증이 나타나는 동창과 10도 이하 냉수에 손·발이 오래 노출돼 발생하는 피부 짓무름 등 침수병 등도 한랭질환에 속한다.

“내복만 입어도 2.4도 보온효과”

한랭질환에 고령자와 어린이가 특히 취약하다. 올겨울 한랭질환자 190명 가운데 절반(46.3%) 정도인 88명은 65세 이상 고령자다. 질병청은 “노인은 추울 때 혈관을 수축해 열 손실을 감소시키는 등의 보상반응이 일반 성인보다 낮아 한랭질환에 취약하고 소아는 피하 지방이 적어 체온 유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도 위험군이다. 한파가 오면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이 갑작스럽게 발생하거나 악화할 수 있다.

질병청은 “외출 시 보온을 위해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게 좋다”며 “내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2.4도의 보온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머리와 목은 심장에서 가장 가깝게 큰 혈관이 지나 보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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