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아무리 선한 정책이라도 굳이 지금?

중앙선데이

입력 2021.01.0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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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호 31면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백신 개발과 접종으로 한숨 돌리나 싶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특히 세계 전역에서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주요국이 다시 봉쇄령을 내리거나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겨울철인 데다, 전파력이 더욱 강력한 영국·남아공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 탓이 크다. 그나마 하루 1000명대던 국내 확진자 수는 특별 방역대책 등으로 다소 줄고 있다. 다만 거리두기 피로감이 크고,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도 나와 우려가 여전하다.

상황 맞지 않아도 ‘마이웨이’ 고수
중대재해법 등 갈등·혼란 부추겨

핵산(DNA·RNA 등의 유전물질)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막으로 이뤄진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쯤 되는 미생물이다.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어 무생물에 가깝다. 동식물이나 미생물의 살아 있는 세포에서 기생하면 달라진다. 복제를 통해 끊임없이 변신한다. 특히 인간과 동물을 넘나드는 이종 간 전염 과정에서 변이를 거쳐 강력한 신종 바이러스로 변하기도 한다. 생존력을 높이는 교활하고 교묘한 능력이다. 한편으로는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맞춰 재빠르게 대응하는 면모가 눈길을 끈다.

이와 달리 정부 정책이나 입법은 시의적절하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취지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되나 결과적으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헛다리만 짚은 24번의 부동산 대책,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법정최고금리 인하 결정,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통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뜩이나 경기가 나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데 국정과제 달성에 매몰돼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이들 정책이나 법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형편이 여의치 않은 소상공인 등은 비용 부담에 오히려 직원을 줄이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최저임금 대상 계층의 고용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작 필요한 공급 대책은 뒷전이고 강남을 타깃으로 부자 때려잡기에 열중하는 사이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다급해진 무주택자의 ‘패닉바잉’까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만 전국 집값이 연간 8.35% 올랐다.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임대차 2법 후폭풍으로 전세시장도 벌집 쑤셔놓은 모양이 됐다. 전세 매물은 줄고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경제를 떠받치는 기업은 연일 옥죄고 있다. 경제단체의 호소와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다. 공정경제 3법에 이어 중대재해방지법 처리 과정에서 똑같은 장면이 되풀이됐다. 기업을 응원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사기를 꺾고 있다.

그나마 증시에서는 나름 적절하게 대응했고, 결과도 좋은 사례가 있다. 코스피 3000시대의 주역인 ‘동학개미’의 요구에 떠밀린 측면이 있지만 공매도 금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요건 유지 등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게 증시 과열과 이에 따른 후폭풍을 부를 악수가 될지 증시가 한 단계 뛰어오를 지렛대가 될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모습이다.

바람직하고 선한 정책이나 법이라도 꼭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특히 당장의 상황에 맞지 않거나 접근법이 어긋나면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커진다. 오래, 제대로 준비해서, 적절한 때 내놓아야 선무당이 사람 잡는 행태에서 탈피할 수 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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