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급등은 고장난 자본주의 시스템이 초래”

중앙선데이

입력 2021.01.09 00:25

업데이트 2021.01.09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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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호 11면

비트코인 광풍 - 블록체인 전문가 진단

“고장난 자본주의 시스템을 겨냥한 혁명이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유력 인사로 꼽히는 김서준(38) 해시드 대표가 제시한 비트코인 급등 배경이다. “양적완화, 양극화 심화 등 자본주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며 발생한 일종의 혁명이며, 비트코인은 혁명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소득 분배 악화와 디지털 경제 확대가 맞물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디지털 화폐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
양적완화로 중앙은행 신뢰 무너져
양극화 등 자본주의 문제 폭발

미, 디지털 위안화 확장에 맞불
코로나19 끝나도 가상자산 필요

김 대표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끝나더라도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며, 혹여 가격 거품이 꺼지더라도 가상세계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생태계는 날로 커질 것으로 봤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인플레이션 헷징 수요가 비트코인으로 계속 유입될 것”이라며 “올해도 거래소의 암호화폐 보유량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세계 최대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 등이 비트코인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하며 거래소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2020년 들어 감소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 비트코인 물량이 감소하며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김 대표 옆의 상단 그래프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비트코인 보유량, 하단은 비트코인 시세를 나타낸다. [사진 해시드]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인플레이션 헷징 수요가 비트코인으로 계속 유입될 것”이라며 “올해도 거래소의 암호화폐 보유량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세계 최대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 등이 비트코인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하며 거래소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2020년 들어 감소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 비트코인 물량이 감소하며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김 대표 옆의 상단 그래프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비트코인 보유량, 하단은 비트코인 시세를 나타낸다. [사진 해시드]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김 대표는 인공지능(AI) 수학교육 플랫폼 노리를 창업해 성공한 후 블록체인 분야에 투신했다. 2016년 암호화폐 부흥기에 이더리움 등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고, 2017년 블록체인 분야 전문 투자사 해시드를 세웠다. 카이버네트워크 등 다수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어드바이저로 활동 중이며, 2018년 소프트뱅크벤처스 파트너로 영입돼 유망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함께 발굴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미국 기관들이 매입하기 시작해서다. 양적완화로 발생한 미 달러화 가치 하락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대응해 디지털 골드인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암호화폐 투자를 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비트코인을 담을 수 있는 안정적 채널도 생겼다.”
미국은 암호화폐에 부정적이었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을 시작하면서 미·중 디지털 통화전쟁이 화두가 됐다. 암호화폐는 국가 채널 밖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달갑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어 대응할 수밖에 없다. 올해 여러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막이 오르는 모멘텀도 있다.”
미·중이 경쟁하면 중립화폐인 비트코인은 위축되지 않나.
“큰 틀로는 중앙은행 시스템 붕괴와도 맞물려 있다. 지금 상황에서 양적완화는 되돌리기 어려운데 이에 따른 양극화 심화 등 자본주의 시스템 문제가 폭발하고 있다. 지폐 만드는 기계가 고장 난 셈이다. 경제시스템과 사회질서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때 혁명이 일어났는데, 현대 혁명의 무기는 블록체인이다. 기술자들이 자본을 갖게 되면서 자본시스템을 설계할 힘이 생겼다.”
블록체인의 막대한 데이터 전송량을 현재 통신망이 감당할 수 있을까.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완성도를 높이는 하부 기술의 등장 등 인프라 문제는 거의 해결 직전이다. 제도적으로도 미국이 속도를 올리면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기존 금융질서가 바뀔 것이다.”
블록체인 초기부터 제기된 해킹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나.
“일종의 창과 방패와 비슷한데, 공격하는 쪽이 압도적 컴퓨팅 파워를 만든다고 해도 기존의 채굴자들이 집단 방어를 하고 있어 51%의 해시 레이트(hash rate·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네트워크에 동원된 연산력의 총합)를 차지하긴 어렵다. 기관들이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은 해킹이 어려울 거란 믿음이 있어서다.”
양적완화가 중단돼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까.
“코로나19로 양적완화 규모가 더 커졌지만 그 전에도 산업 구조 재편에 따라 양적완화가 이어져왔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사라진 일자리가 쉽게 다시 생기진 않을 것이다. 머지않아 기본소득이 완성되고, 사람들은 가상세계에서 자기 콘텐트를 생산·유통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메타버스란 다중 세계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경제가 선순환하게 될 것이다. 기존 영토는 효율화하고 좁아지는 데 비해 가상세계는 넓어져 가상의 기축통화가 필요해질 것이다.” 
메타버스 세상은 너무 멀고 작은 이야기 아닌가.
“이미 많이 진행됐다. 대표적인 게 게임 분야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업종으로 일자리도 많이 늘어난다. e스포츠 시청자 수도 4대 스포츠를 능가하고, 프로게이머 페이커는 100억원 이상 번다. 유튜브·틱톡·트위치 등 멀티버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고, 이미 제도권 방송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 현재 초등학생들은 자기 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 금융시스템이 과연 깨질까.
“자연스럽게 될 거다. 가장 똑똑한 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되고 있다. 닷컴버블 때 소프트뱅크·아마존 주가는 수십 분의 1로 떨어졌어도, 그 비즈니스나 기업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 산업이 형성되기 전에도 웹 인프라나 닷컴도메인이 어디까지 만들어질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헤게모니 문제로 여전히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프로젝트가 잘 진척되지 않는다면 특정 기업이 홀로 다 차지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서다. 소수 기업이 주도하면 또 하나의 거대한 카르텔이 형성되기 때문에 저항이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기반 기술이 된다면 누군가 이니셔티브를 쥐는 것도 괜찮다. 다만 거버넌스는 개방적이어야 하고, 보상은 공정하며,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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