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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표심 얻으려는 꼼수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19호 30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전 국민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후 한우·삼겹살 매출이 급증하자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당시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식당·상가·레저·관광 등 대면산업 종사자들을 돕고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으니 대통령이 감동받을 만한 일이었다.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도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지원금을 기부하면 된다고 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앞두고 다시 등장 #전 국민 지원, 효과 적고 재정만 악화 #코로나 피해업종과 취약계층 집중해야

하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진실은 따로 있다. 우선 전 국민의 99%가 기부하지 않고, 재난지원금을 받아갔다. 더구나 당시 13조원을 뿌렸지만, 매출증대 효과는 26~36%에 그쳤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피해업종 지원 효과가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처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코로나 사태의 피해는 주로 대면산업과 그 종사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반면 재택근무가 확산하자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탄 첨단 업종과 반도체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재택시간이 길어져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재는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경제의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3분기 소득 상위 20%가 속한 5분위 가구의 월 소득은 전년동기 대비 2.9% 늘어난 1039만7000원에 달했다. 소득 하위 1분위 가구의 월 소득은 1.1% 줄어든 163만7000원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고소득층을 피해가면서 취약계층에만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날린 결과다. 이 마당에 월 소득 1000만원이 넘는 고소득 가계에도 4인 가족에 100만원씩 퍼줬으니 빈부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지원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갔어야 할 돈을 먹고살 만한 사람들 주머니 불려주는 데 썼다는 얘기다.

현실이 이런데도 여권 정치인들은 또다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코로나가 진정되고 경기를 진작해야 한다고 할 때는 ‘전 국민 지원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단세포적 논쟁이란 지적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확대를 주장했고, “코로나 가시밭길을 견뎌온 국민에게 재난위로금을 주자”는 양향자 의원 제안까지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왜 이러는지 충분히 짐작된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으로 유권자의 환심을 샀다. 범여권 180석 확보에 큰 기여를 했다.

이번에도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가 나왔다. 선거를 의식해 현금 살포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라면 당장 멈추는 게 합당하다. 전 국민 현금 지원은 소비 진작은 물론 취약계층에 대한 형평성과 재정 형편으로 볼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돈 뿌릴 생각에 앞서 이제라도 K방역의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세계 40여개국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데도 우리 국민은 백신을 구경도 못 하고 있다. 더구나 원칙 없는 집합금지 업종 지정으로 곳곳에서 집단반발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 효과도 미미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다시 뿌린다면 그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지금은 소비 진작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지난해 가을에도 소비쿠폰을 뿌리다가 2차 확산이 본격화하자 중단해야 했다. 코로나 종식 없이는 섣부른 소비 진작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고 현금 살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지금은 피해 업종에 집중된 9조원 규모의 3차 지원금 집행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이다. 현 정부에서 일단 퍼붓고 보자는 지출이 늘면서 올해 적자 국채 발행액은 90조원이 넘는다. 국가채무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국가채무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극복에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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