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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운세·별자리…동서고금 미신 백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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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호 21면

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오후 지음
동아시아

지하철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릴 때면 되도록 7-2 앞에 선다. 왠지 느낌이 좋다. 7-2 앞에 꼭 서진 못 하더라도 4-4 앞에는 절대로 안 선다. 왠지 불길하다. 왠지 느낌이 좋거나, 왠지 불길한 각자의 사정이나 나만의 의식이 있을지 모르겠다. 미신이라고 볼 수도, 일종의 징크스라고 봐도 좋겠다.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미신을 진지하게 믿진 않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심정으로 될 수 있으면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지 않으려 하는 마음과 비슷하다.

『믿습니까? 믿습니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널리 퍼져 있는 점과 운세, 별자리, 각종 미신 등에 관한 이야기를 탄생에서부터 온갖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현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대략 30만년 전에 등장했는데, 최초의 미신은 600만년 전부터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분화한 100만 년 전 그사이 어디쯤에서 생겨났을 것으로 본다. 문명도 미신 덕분에(?) 등장했다. 『총, 균, 쇠』를 쓴 문화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농경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실수”라고 했고,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는 “농경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했다면 저자는 농경을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고 말한다. 농경으로 인한 생산성 증가가 보다 나은 삶을 가능케 하리라고 기대했지만 양극화 등 현대의 부정적 현실을 볼 때 과거 농경에의 믿음을 미신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윌키의 1837년 유화 ‘조세핀과 점쟁이’(부분). [사진 Web Gallery of Art]

데이비드 윌키의 1837년 유화 ‘조세핀과 점쟁이’(부분). [사진 Web Gallery of Art]

종교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종교가 미신보다 더 흥한 이유는 뭘까? 덩치 큰 가맹 사업화(프랜차이즈)가 개인사업자보다 흥하는 이유와 같다. 뛰어난 점쟁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적당한 결과를 보장하는 종교를 믿는 게 만족감이 더 높기 때문이다.

미신은 믿는 것과는 별개로 시대적 특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해석도 조금씩 변한다. 과거에는 변화가 없는 삶을 추구했다. 여기저기 떠도는 것을 역마살이라고 나쁘게 봤다. 시대가 변하면서 역마살을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도화살이나 화개살은 또 어떤가. 요즘은 매력 있고 인기가 많은 사주로 풀이한다. 좋은 사주나 나쁜 사주는 없다. 다만 시대가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를 평가할 뿐이다.

나는 굉장히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남몰래 큰일을 앞두고 있을 때나 연초만 되면 점집을 들르거나, 핸드폰에 운세 앱을 깔아 두고 수시로 들락거리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사실은 남들도 별로 다르지 않고, 역사적으로 이름난 위인도 다 그랬단다. 이순신 장군도 전투에 나가기 전이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윷을 이용해 척자점(주역점의 일종)을 봤고, 사업가나 정치인 중에도 점을 보는 사람이 많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용하다는 점쟁이들을 찾는다는 건 뉴스도 아닐 정도다. 재벌 가문에서는 전속 점쟁이를 두고 신입사원을 뽑거나 큰 투자를 할 때 점쟁이의 조언을 듣는다. 한심한가? 불안한 현실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가끔은 점에라도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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