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최대주주 바뀌고 빚 낸다면…‘먹튀 세력’이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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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장지웅의 친애하는 소액주주에게(3)

‘최대주주변경 수반 주식담보제공 계약 체결’ 공시를 쉽게 풀어 말하면 주식을 담보로 빚을 끌어오는 동시에 최대주주가 바뀐다는 얘기다. 만약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가 갑자기 바뀌느라 어수선한 와중에 회사 주식을 담보로 빚을 끌어온다면 근무하는 직원 입장은 어떨까? 변화를 감지하고 눈치를 보며 불안해할 것이다.

단순한 비교지만 ‘최대주주 변경 수반 주식담보제공 계약 체결’ 공시는 유심히 봐야 한다. 최대주주가 바뀐다는 건 회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와 서열에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고, 주식을 담보로 빚을 끌어왔다면 과연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불법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세력의 경우 무자본 M&A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투자자의 주의를 권고하고 불법적인 행태를 알려준다. 무자본 M&A의 포인트는 돈 없이 회사를 인수한 후 인수한 회사의 자본을 미리 설립해 놓은 페이퍼 컴퍼니로 빼돌리는 수법이다. 허울뿐인 기업에 과도한 투자를 하거나, 페이퍼 컴퍼니 지분을 말도 안 되는 값에 사들이는 방식이다.

불법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세력의 경우 무자본 M&A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근래에는 금융감독원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투자자의 주의를 권고하고 불법적인 행태를 알려준다. [사진 pixabay]

불법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세력의 경우 무자본 M&A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근래에는 금융감독원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투자자의 주의를 권고하고 불법적인 행태를 알려준다. [사진 pixabay]

이러한 과정에서 세력은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이나 사채업자 등에게 인수하는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게 되는데, 주주에게는 이 사실을 은폐한다. 경영 참여 목적으로 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게 될 경우 대량 보유상황 보고를 의무화한 5%룰에 따라 공시를 해야 함에도 공시하지 않는다. 저축은행 등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마련할 경우 해당 사실을 5% 지분 공시와 함께 기재해야 함에도 ‘자기자금’ 등으로 허위로 기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자는 반대매매를 통해 원금 회수에 나서는 경우다. 이때 주가가 폭락하면서 개인 투자자가 엄청난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이런 일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최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반대매매로 주가 폭락을 경험한 투자자는 생각보다 많다. 또 뉴스를 통해 비슷한 기사가 한해에도 여러 번 소개될 만큼 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더 깊이 들어가 공시를 통해 그들의 움직임을 파헤치고, 역으로 수익을 낼 기회가 언제인지 알아보자.

불법적인 무자본 M&A가 진행될 경우 공시를 통해 세력의 흔적이나마 찾아낼 수 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제공 계약 체결’이라는 제목의 공시는 ‘먹튀’일 가능성이 크며 패턴은 이렇다. 먼저 최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주가 하락으로 채권자가 담보권을 행사하면 최대주주의 지위를 잃게 된다. 이때 새롭게 최대주주가 된 이는 미리 입을 맞춘 사람이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대표이사가 된다. 새롭게 선임된 대표이사는 무상감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재무적으로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하고, 향후 주가 급등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주식 수량을 줄여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상감자 이벤트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을 때,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면 공모 세력이 낮은 가격으로 물량을 더 매집할 수 있다. 이때 신사업 진출과 관련된 공시나 뉴스가 나오면서 무기명 무보증 사모전환사채가 발행된다. 이런 허울뿐인 과정을 거쳐도 회사는 존속하지만, 신사업에 진출한답시고 투입된 자금은 허공(실상은 세력의 손에)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크다. 세력의 힘으로 주가는 상승하지만 2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가 드물다.

불법 무자본 M&A 역이용하기  

주의할 것은 유상증자 공시 이후에 주가가 15~20% 상승했고, 이어서 M&A 공시가 나왔음에도 주가가 더 오르지 않고 횡보한다면 매도해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주의할 것은 유상증자 공시 이후에 주가가 15~20% 상승했고, 이어서 M&A 공시가 나왔음에도 주가가 더 오르지 않고 횡보한다면 매도해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상승세에 편승하기 위한 매수 타이밍은 신사업 진출 관련 공시가 나오는 때로 보면 되고, 그 시점부터 수익률을 20% 안팎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퇴로를 마련하고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다.. 주식으로 돈을 번 이들의 공통된 내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최대주주 변경과 상관없이 단순히 자금을 유통하기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회사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때 불법적인 주가 부양 패턴과 구분하는 건 세 가지 조건으로 간단히 검증하면 된다.

첫째, 영업이익이 단 1%라도 회복되는 회사여야 한다. 전기나 당기에 영업이익 적자여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회복으로 돌아서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전 분기 혹은 전년도 영업이익률이 –10%였는데, 최근 실적을 보니 –9%다. 1%라도 회복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대주주 지분이 10% 이상인 회사여야 한다. 영업이익이 회복되고 있고 대주주 지분이 10% 이상인 회사는 주식담보대출의 기준가보다 주가가 하락하기가 쉽지 않다. 10% 이상의 지분을 지닌 대주주 입장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 주가를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다. 또한 10% 이상의 지분이면 유통물량을 고려해도 어느 정도 주가 방어가 가능하다.

셋째, 부동산 자산이 시가총액의 20% 이상인 회사여야 한다. 대주주 지분이 10% 이상이고, 부동산 자산이 시총의 20% 이상인 회사는 주식담보대출 이후 유상증자 공시를 기다려보고 해당 공시가 나오면 매수 타이밍으로 활용한다. 이런 회사는 자산 가치가 충분해 유상증자도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기업이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고 있다면 담보 기준가 대비 6% 수준에서 지켜보면 된다. 혹 유상증자 공시가 나오면 매수 타이밍이다. 이어서 M&A 공시나 매출 증대와 같은 뉴스 또는 공시가 나오면 보유해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한다.

주의할 것은 유상증자 공시 이후에 주가가 15~20% 상승했고, 이어서 M&A 공시가 나왔음에도 주가가 더 오르지 않고 횡보한다면 매도해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 다트 사이트에서 ‘최대주주변경 수반 주식담보제공 계약 체결’로 검색해 살펴보고 비교하다 보면 공시와 주가의 연관성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상미디랩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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