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두고 “사람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대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이 “착하고 순하게만 봤는데 강단이 있다”(페이스북)고 새롭게 평가를 했을 정도다. 안 대표는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중인데, 정치권에선 “선제적 출마 선언 효과도 있겠지만 스킨십과 똑 부러진 메시지 등이 어필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의 변신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말 출마 선언(12월 20일) 전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김무성·강석호 전 의원 등에게 출마 계획을 알렸다. 그에게서 전화를 받은 국민의힘 관계자는 “출마를 전하면서 ‘도와달라. 많은 조언 부탁한다’고 해 솔직히 놀랐다. 내가 알던 안철수가 맞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 대표는 반듯한 ‘샤이 모범생’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김종인 위원장과 새해 인사를 겸해 만났을 때 그는 문 밖에서도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친근하게 대했다고 한다. 안 대표가 안부를 묻는 식으로 계속 살갑게 굴자, 김 위원장도 표정을 풀더니 헤어질 때쯤 "입당해 같이 하자. 정해지면 연락 달라"며 웃었다는 게 양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가 어려운 건 사람 마음을 얻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정치인에겐 설명할 책임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최근 안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통화가 끝날 무렵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술을 입에 잘 대지 않았던 안 대표가 연말 식사 자리에서 폭탄주를 직접 돌렸다는 목격담도 나온다.
주변 사람들이 안 대표의 곁을 많이 떠나갔다는 점은 그동안 그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에 대해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그동안 안 대표와 여러 선거를 치르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는데 최근엔 ‘나와 함께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듣고 있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원래 신중한 스타일이다. 현안에 대해 즉각적인 입장을 내기보다는 공부한 뒤에 입장을 밝히곤 했다. 하지만 요즘엔 이런 점도 달라졌다고 한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회의 후 기자들이 현안 관련 질문을 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답한다. 발언 수위도 강해 조마조마하다”며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더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여권에 날을 세우는 그의 발언을 보면 국민의힘보다 더 강한 톤일 때가 많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선언 때도 “야권의 단일 후보로 정권의 폭주를 멈추겠다”, “무도한 정권의 심장에 직접 심판의 비수를 꽂겠다” 등의 발언이 화제가 됐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며 눈썹 문신도 했다. 안 대표 측은 “눈썹을 올리는 식으로 문신을 했다. 여러모로 잘 보이기 위한 노력 중 한 가지로 봐 달라”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방안 등에 있어 신중한 입장을 보여 “지지율이 상승하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경선 룰을 두고 국민의힘과 다투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라며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당분간 정제된 발언을 하고, 정책 선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