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성호의 현문우답] 1000명 대면예배 강행한 교회…‘일탈’에 명분 주는 정부 실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백성호의 현문우답’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부산 강서구의 세계로교회는 대형교회입니다. 출석 교인은 약 3500명입니다. 부산에서는 아주 큰 교회입니다. 세계로교회가 정부의 방역 지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3일 주일예배 때는 무려 1000명의 교인이 참석해 대면 예배를 강행했습니다. 현재 방역 지침상 20인 이상 대면예배는 금지돼 있습니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반발해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는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의 담임 손현보 목사 [사진 세계로교회]

정부의 방역 지침에 반발해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는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의 담임 손현보 목사 [사진 세계로교회]

세계로교회 손현보 담임목사는 “끝까지 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시행된 ‘감염병 예방법’을 교회에 대한 탄압이라고 봅니다. 목욕탕이나 영화관, 식당보다 교회 예배에 대한 억압이 더 강하다고 토로합니다. 세계로교회는 방역 지침 위반으로 지자체로부터 경고를 받고, 경찰에 고발을 당하고, 교회가 폐쇄되더라도 끝까지 가겠다고 합니다. 그 끝이 어디냐고요? 법적인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아보겠다는 겁니다.

쟁점은 ‘정부 방역 정책의 형평성’입니다. 목욕탕이나 영화관, 식당 등 다중이용 시설과 다른 방역 기준이 교회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경우 큰 예배당은 수천 명이 들어가고, 작은 예배당은 10~20여 명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전체 예배 공간의 면적을 따지고, 거기에 비례해서 10% 혹은 20%의 제한 인원을 책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아 보입니다. 그런데 수천 명이 들어가는 예배당이든, 20명만 들어가는 예배당이든 정부 당국은 모두 일률적으로 2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아주 큰 대형교회에 속하는 세계로교회의 예배당 내부 모습. [사진 세계로교회]

부산에서 아주 큰 대형교회에 속하는 세계로교회의 예배당 내부 모습. [사진 세계로교회]

아마도 교회 주일예배가 그동안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주요 통로가 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겠지요. 그렇지만 정부의 방역 기준이 현장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더 현실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있습니다. 요즘 개신교계 사람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이 점에 대해 불평합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말입니다.

세계로교회 손현보 담임목사는 전광훈 목사를 적극 지지하는 극우적 입장입니다. 손 목사는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권”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는 “주사파 정권이 교회를 멸절하려고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코로나를 빙자해 교회를 핍박하려는 명백한 사탄의 계략”이라며 “이 나라 정부는 사탄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통치자와 권세자들에 속하는 줄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광훈 목사는 기독교의 정치 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총선에서 기독교 정당을 통한 원내 진출을 노리고 있다. 뉴스1

전광훈 목사는 기독교의 정치 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총선에서 기독교 정당을 통한 원내 진출을 노리고 있다. 뉴스1

최근 ‘기독교의 정치세력화’를 꿈꾸는 전광훈 목사가 구치소를 나왔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기소 됐다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세계로교회의 ‘대면 예배 강행’ 공세는 묘하게도 전광훈 목사가 구치소를 나오는 시점과 겹칩니다. 마치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 극우 진영의 대대적인 반격 공세를 예고하듯이 말입니다.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집회에 사실 대다수 개신교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공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 사람들 때문에 억울하게 기독교가 욕을 먹는다”며 분노했습니다. 그렇지만 예배당 크기와 관계없이 참석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 획일적 방역 지침에는 대다수 개신교인이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예배당 공간이 크면 10%가 참석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전광훈 목사는 코로나 국면에도 아랑곳 없이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코로나 집단감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전광훈 목사는 코로나 국면에도 아랑곳 없이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코로나 집단감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정부 당국의 더 정교하지 못한 방역 지침이 오히려 개신교 극우 세력에게 대면 예배 강행의 ‘명분’을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우려됩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백성호의 현문우답, 다른 기사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