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중국과 호주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틈을 타 눈이 번쩍 뜨인 나라들이 있다.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대해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다. 호주 와인은 가격이 2~3배 올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크게 잃었다.
그러자 프랑스와 칠레 등 '전통 강자'들뿐 아니라 카자흐스탄과 같은 '신흥국'들도 이 틈을 파고들어 중국의 와인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이 대표적이다.
이 나라의 유명 와이너리 중 하나인 '아르바(Arba) 와이너리'는 최근 중국에 와인 수출을 늘리려 큰 정성을 쏟고 있다. "중국인들이 호주산 와인을 대체할 새로운 와인을 찾을 것이란 판단"(SCMP)에 따른 일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호주산 와인을 대체할 새로운 와인을 찾고 있던 중국의 수입업체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땅을 넉넉히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중국과 가깝다는 점에서 큰 이점을 가진 나라다. 중국이 오래전부터 '식량 안보'를 염두에 두고 이 나라를 좋은 파트너로 삼아온 이유다. 중국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SCMP는 "특히 이 나라의 고품질 유기농 와인은 점점 까다로워지는 중국 중산층의 입맛을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문제가 있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해온 호주의 와인업체들과 사정이 다르단 점이다. 전반적인 인프라에 투자가 필요하지만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를 제대로 뒷받침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통 강자'인 칠레 역시 중국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고 꽤 좋은 품질의 와인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와인 생산 업체들도 이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는다.
와인뿐 아니다. 역시 중국의 경제 제재 대상이 된 호주산 소고기가 밀려난 자리를 노리는 국가들도 많다. 남미 국가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꼽힌다.
중국은 지난 2019년에만 약 24억 5000만 달러(약 2조 6600억원)에 달하는 호주산 와인을 수입했다. 중국이 해외에서 들여온 와인 중 37%나 차지한다. 프랑스(27%), 칠레(13%)를 제치는 압도적인 1위다.
중국의 '호주 때리기'에 맞서 '호주 와인을 마시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지만, 반대로 이 틈을 노리는 나라들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