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설치된 보육시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복지다. 직장 내 또는 직장 근처에 아이가 있고, 회사가 안전하게 돌본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자는 심리적 안정을 갖는다. 생산성이 오르는 건 물론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직장 보육시설을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또는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인 기업이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에는 보육시설을 설치할 때 고용노동부가 지원해준다.
한데 비용을 아끼겠다며 보육시설을 안 갖춘 기업이 많다. 법 조항은 권고 수준이어서 단속 대상이 아니기에 마땅한 제재 방법도 없다. 근로자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지난해 12월 10일 대법원이 해법을 판결로 제시했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는 국가 경제의 활력과 직결된다. 보육시설의 확충이 여성 근로자를 경제 무대로 불러들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내놓을 때 보육시설 확충을 빼놓지 않는 이유다.
이젠 기업도 보육을 경영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경제주체로서의 책임 이행 아닐까.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