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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콧물 한방울 안놓쳤다...英변이 잡아챈 '강 팀장'의 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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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질병관리청 국립인천공항 검역소에서 근무하는 강소현 검역2팀장. 3년 넘게 검역대를 지켰다. 권혁재 기자

질병관리청 국립인천공항 검역소에서 근무하는 강소현 검역2팀장. 3년 넘게 검역대를 지켰다. 권혁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변이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데가 있다. 바로 국립인천공항검역소이다. 국내 12명의 변이 바이러스 환자 중 5명을 검역대에서 찾아냈다. 그 최전선에 인천공항검역소 강소현(42) 검역 2팀장이 있다.

코로나 작은 영웅 ③ 인천공항 강소현 검역2팀장 #"1년 간 노하우 쌓였다. 코로나 종식까지 공항 지킨다"

변이바이러스에 비상 

“한 명이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죠.”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강 팀장은 “변이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인천공항이 지난해 1월 3일 중국 우한 직항편 특별 검역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검역대를 떠난 적이 없다. 덕분에 인천공항 검역소가 그달 19일 중국 우한에서 온 1번 환자를 찾아냈다. 요즘도 하루 130~160편의 항공기로 3000~4000명이 들어온다.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로 번진 상황에서 어디에서 들어올지 모른다. 강 팀장은 “요즘 정말 핫하다(뜨겁다)”고 말한다. 그는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긴장도가 확 올라갔다”며 “(검역관들은) 환자를 놓치지 않으려 위험지역 방문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건강상태를 더 세심히 살핀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검역소 강소현 팀장. 권혁재 기자

인천공항 검역소 강소현 팀장. 권혁재 기자

공항 검역대에서 거른 환자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달 22일 영국 변이 바이러스 첫 입국자를 찾아냈다. 지난달 28일 나이지리아에서 온 외국인 모자에게 열이 없었지만 어린 아들이 콧물을 조금 흘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냥 보내지 않았다. 검사 결과, 엄마가 양성이었다. 강 팀장은 “콧물은 대개 호흡기 증상으로 보지 않지만 코로나19 유행 때는 다르다”고 말했다. 경험의 촉이 이렇게 중요하다.

검사 거부자 때문에 힘들 때가 더러 있다. 지난해 5월께 60대 여성이 열이 나서 검사를 요청했더니 “왜 내가 검사를 받아야 하나”며 마스크를 내린 채 소란을 피웠다. 강 팀장이 나섰다. 이 여성은 ‘턱스크’ 상태로 침을 튀기며 삿대질에 고성을 질렀다. 2시간 설득 끝에 검사를 받게 했고, 양성이었다.

인천공항검역소 모습. 중앙포토

인천공항검역소 모습. 중앙포토

불쾌감 표시하는 입국자도 

아시아 주재 외교관이 가족과 귀국하면서 “무증상인데 왜 검사받아야 하느냐”며 거부했다. 본인은 외교관이라서 현지인을 만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강 팀장은 “‘코로나19가 번지는 나라이니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검사받는 게 낫다’고 설득해 검사했고, 1명이 양성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불쾌감을 표하며 강 팀장 이름을 적어갔다고 한다.

강 팀장을 비롯한 검역관은 늘 ‘놓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입국자와 접촉하니 감염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때 못 먹고, 제때 못 잔다. 밤 11~12시, 새벽 3~4시에 항공편이 몰린다. 그 사이에 쪽잠 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강 팀장은 코로나19 이후 체중이 7㎏이나 불었다.

시민들의 응원 

강 팀장이 미소 지을 때가 있다. 어느 날 유학생이 갑자기 강 팀장 주머니에 뭔가를 넣었다. 깜짝 놀랐다. 유학생은 “피곤하실 텐데 단 것 드시고 힘내라”고 말했다고 한다. 초콜릿이었다. 또 동료가 택시를 타고 “공항 검역소 가자”고 했더니 기사가 “고생하신다”며 요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검역관 위상도 달라졌다. 그 전에는 농림축산 검역본부 동물검역관과 착각해 질병청 검역관에 햄·소시지 등을 내민 웃지 못할 사례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강소현 2팀장이 지난해 11월 딸 송기흔(9)양에게 받은 응원편지. [사진 강소현]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강소현 2팀장이 지난해 11월 딸 송기흔(9)양에게 받은 응원편지. [사진 강소현]

딸의 응원편지 그리고 선물 

어느 날 초등학교 2년 딸의 편지를 받았다. ‘엄마, 나는 엄마가 코로나 때문에 일하는 것에 대해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이거 내 용돈인데, 선물로 줄게. 사랑해’ 손편지 속에 5만 원권이 들어있었다. 이웃도 “고생 정말 많다” “대단하다”며 응원한단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캐나다에 1년 살려고 떠났던 사람이 ‘동양인 바이러스’를 손가락질하던 현지인에게 테러를 당한 뒤 귀국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강 팀장은 “정말 짐이 많았다. 꽤 오랜 시간 준비했다는데…”라고 회상했다.

강 팀장은 검역소에 온 지 3년 지났다. 강 팀장에게 물었다.

빼달라고 하지 않느냐.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옮기는 게 적절하지 않다. 1년간 노하우가 쌓였다. 방역 최일선 근무라는 사명감이 있다. 코로나 종식 때까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가족이 걱정하지 않나. 
“검역소 직원 중 확진자가 없다. 개인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면 된다.” 
공항이 ‘뚫렸다’는 비판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런 표현이 조금 서운하기는 하다. 무증상자는 본인도 감염 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확진된다. 검역대에서 100% 잡지는 못한다. 그래서 지역사회에서 2주간 격리해 진단검사를 받게 한다. 이중 감시가 작동한다.”    

인천=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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