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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채용 석달 만에 정규직 전환해주는 교육청

중앙일보

입력 2021.01.0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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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차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경남교육청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비정규직인 ‘방과후 학교 자원봉사자(이하 자원봉사자)’ 348명을 오는 3월 시험 없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다.

지난달 24일 경남교육청은 일선 초등학교에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방과후 학교 코디’로도 불리는 자원봉사자는 그동안 방과후 학교 관련 서류 작성, 학생 출결 점검 등 방과후 담당 교사들이 하던 업무를 도와주는 일종의 보조원 역할을 했다. 2009년 교육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했고, 이후 학교마다 학부모를 자원봉사자로 채용하는 등 다양하게 운영됐다.

경남교육청은 자원봉사자에게 주 15시간 미만의 업무를 맡기고 교통비와 식비로 하루 3만원, 월 60만원 정도를 지급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지난해 초부터 “봉사자가 아니라 근로자로 일하니,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신분 전환 논의가 시작됐다.

무시험 채용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무시험 채용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이후 경남교육청은 지난해 11월 1일 기준으로 학교에 근무 중인 자원봉사자 348명을 면접을 거쳐 3월 1일자로 주 40시간 일하는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방과후 실무사’라는 직종도 새로 만들었다. 기존 업무만으로는 주 40시간을 채우기 어려워 학교 행정 업무를 함께 맡기기로 했다는 게 경남도교육청의 설명이다.

교육공무직이 되면 처우도 크게 개선된다. 현재는 1인당 월 60만원 정도를 받았지만, 교육공무직이 되면 기본급 180만원과 급식비 14만원이 나온다. 또 4대보험과 퇴직금, 가족수당 등도 받는다. 사실상 공무원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갓 공무원이 된 사람보다 기본급이 많다.

특히 경남교육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348명 중에는 지난해 8월에 자원봉사자로 채용돼 3개월 만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된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1일자로 현황 파악을 한 것이어서 9월 1일 이후~10월 사이에 채용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 외에도 4~7월 사이에 채용된 사람도 15명이나 더 있다.

이번 달 경남교육청의 교육공무직 공개채용은 242명을 뽑는데 2143명이 몰려 평균 8.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직종(창원 학부모지원전문가)은 93대1이다. “취업준비생에게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교육공무직이라는 신분을 누군가는 줄을 잘 섰다는 이유로 얻게 된 상황”이라는 비판이 교육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공정은 어느 한 부분만 놓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기회와 과정과 결과가 모두 공정했는지 함께 봐야 한다. 경남교육청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무기계약직 전환이 결과를 중시하면서 오히려 기회와 과정의 불공정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육청 스스로 되돌아볼 때다.

위성욱 부산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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