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터줏대감 삼성전자와 신흥주자 카카오에 동학개미 러브콜

중앙일보

입력 2021.01.06 18:22

업데이트 2021.01.06 18:49

한국증시가 동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장중 첫 3000시대를 열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한국증시가 동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장중 첫 3000시대를 열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주식 시장은 국가 경제와 산업을 살펴볼 수 있는 축소판과 같다. 주식 시장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면면만으로도 한국 산업의 지각변동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이유다. 코스피 3000시대라는 한국 증시의 새 장이 열린 6일 지난 20년간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시총) 상위 10개 기업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 봤다.

시가총액 500조원 넘어선 삼성전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시가총액 500조원 넘어선 삼성전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스피ㆍ코스닥시장 전체 시총 1위는 삼성전자다. 2000년 말 시총 1위를 꿰찬 뒤 20년간 몸값(시총)이 가장 비싼 상장사로 흔들리지 않는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시가총액 톱10' 20년 변천사 살펴보니]

지난 11월 이후 30% 넘게 오른 코스피 상승의 원동력도 삼성전자다. 개인투자자, 일명 동학개미의 러브콜 속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두 달간 40%나 급등했다. '8만 전자'란 별칭을 얻으며 지난 5일에는 종가기준으로 시가총액이 500조원을 돌파했다. 2006년 1월 시총이 100조원을 넘어선 지 15년 만이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의 지위는 압도적이다. 전체 시총에서 삼성전자 한 종목의 비중만 24%에 이른다. 3000고지 터치에 성공했지만 코스피가 8거래일 만에 하락한 것도 최근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피로감으로 조정을 받은 삼성전자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8만3900원)보다 2.03% 하락한 8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IT 붐 뚫고 삼성전자 시총 1위로 진입

역대 시가총액 상위종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역대 시가총액 상위종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굳건한 1위를 유지한 삼성전자와 달리 시총 2위 이하의 순위 경쟁은 치열하다. 삼성증권의 ‘시가총액 톱(TOP)10 변천사’ 에 따르면 정보기술(IT)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에는 삼성전자에 이어 SK텔레콤이 시총 2위를 차지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국민주’로 손꼽혔던 한국전력은 4위로 밀려났다.

2000년 시총 10위권에 있었던 기업 중 현재까지 이름을 올린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포항제철과 한통프리텔, 주택은행 등은 현재 사명이 바뀌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2015년 차화정에서 화장품으로 바톤터치 

2010년에는 ‘차화정(자동차ㆍ화학ㆍ정유)’ 전성시대가 열렸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수출기업의 이익이 크게 늘었다. 2010년 시총 상위 10위 기업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LG화학, 기아차 등 대형 수출주가 포함됐다.

2015년부터는 화장품ㆍ바이오 신성장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다. 2015년 시총 5위에 오른 아모레퍼시픽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회사의 쿠션 제품은 ‘1초에 한 개씩 팔린다’고 입소문 날만큼 인기를 얻으며 주가가 치솟았다. 아모레퍼시픽의 2015년 시총은 24조2300억원으로 1년 사이 10조원 불어났다.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바뀌는 '새판' 

산업 생태계 판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시총 10위권을 지켜낸 곳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SK하이닉스, NAVER, LG화학 등 6곳이다. 삼성물산은 4위에서 12위로 8단계 하락했다. 한국전력과 아모레퍼시픽, 삼성생명은 모두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삼성바이오로직스(4위)와 셀트리온(5위), 삼성SDI(7위), 카카오(9위) 신흥 주자들이 기존의 강자가 떠난 자리를 채웠다.

김용구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 연구위원은 “시총 상위권 종목의 변동은 미래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기업이 주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신사업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 몸값(시가총액)이 오른 것이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셀트리온 현대차 제치고 시총 5위로 '우뚝' 

다윗이 골리앗을 꺾는 이변도 나왔다. 매출액 1조원가량인 제약사 셀트리온이 105조원을 버는 현대차(8위)를 제치고 시총 5위를 차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소식에 투자자가 몰리며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6일 셀트리온 주가는 35만3500원으로 1년 전(17만3000원)보다 2배로 뛰었다. 셀트리온의 시총(47조7217억원)은 현대차(43조3746억원)보다 4조원 이상 더 많다.

카카오가 시총 10위권에 진입한 것도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언택트)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카카오 주가는 1년 사이 156% 올라 39만5500원을 기록하며 이날 시총은 34조9767억원이 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와 달리 개인 투자자가 새로운 산업변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지난해 개인은 삼성전자, 현대차, NAVER, 카카오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위주로 순매수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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